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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평점 :
남의 일이 아닌데, 나에게도 내 주변에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인데...
눈과 귀를 막고 안보고 안들으려고 하면 안되는데...
익숙해진 삶과 나태할대로 나태해져 버린 우리들은 자꾸 나만 보려합니다.
그들의 일이 곧 나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외면하려 애씁니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안을 열심히 굴러다닙니다.
그게 나의 최선이라는 듯이.
책을 보면서 들었던 실천의 의지 또한 점점 희미해집니다.
다시 한번 눈을 돌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나의 삶을 유심히 보아야 겠습니다.
보기 힘들 정도로 아파도 그들의 삶을 보고 힘내라고 응원해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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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평탄하게, 아주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이제까지 그렇게 살았는데, 어느 순간 이 파업으로 인해 내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내가 아주 평범한 사람인데 어느 순간 내가 죽음을 생각하고 있고, 어느 순간 내가 목매달고 있고...... 이거 못 견디겠어요."
88쪽-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은 사람의 수에다 다시 사람의 수를 곱한 것처럼 무한대일 것이다. 나는 엄마가 된 후 가끔 내가 고운 말만 쓰고 아이에게 매 한번 들지 않고도 어떻게 아이를 괴롭히고 학대할 수 잇는지를 알게 되었다. 머리만 써서 아이를 망치는 방법은 천 가지도 넘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서 당연히 부모가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들의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중 아이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모호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양육태도가 양가적일 때 그 아이는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92쪽-
의자놀이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하던 그 놀이. 의자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덜 놓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 행동이 굼뜬 마지막 두 명은 엉덩이를 부딪치며 마지막 남은 의자를 차지하려 하고, 대개는 한 명이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말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마지막 순간이 되면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친구를 밀어버리고 내가 앉아야 하는 그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이 거대한 노동자 군단에게 사람 수의 반만 되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마치 그런 놀이를 시키는 것 같았다. 기준도 없고, 이유도 납득할 수 없고, 즐겁지도 않으며, 의자를 놓친 자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그런 미친 놀이를.
146쪽-<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 한다>
~ 이들은 아직도 죽음 앞에 서 있다. 희망이, 정의가 없는 까닭이며, 그것이 회복될 가능성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며, 자신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힘센 정권과 여론이,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그들에게 억울함을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 출연했던 한 노동자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사회에서 나가달라고."
167쪽-
쌍용자동차 투쟁이 그 전의 정리해고 반대투쟁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본의 철저한 배제 전략, 숨 쉴 틈 하나 주지 않는 고립과 낙인, 그리도 무대응, 공동체의 붕괴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갈등을 피할 핑곗거리가 풍부하다는 것 등이라고 혹자는 말했다.
생각해보라. 삶은 파탄 나고 하루아침에 빈민으로 전락했다. 상처의 휴유증은 몸과 마음에 깊이 새겨져 하루 종일 스리다. 희망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는데 폭도, 빨갱이라고 손가락질마저 받는다. 그런데 미워할 대상이 없다. 친구도 끊어지고 동료들은 뿔뿔이 흩어진 날, 곰곰이 생각해보지 더 공부 많이 해서 출세하지 못한 내가 바보고 죄인인 것만 같다. 부모만 잘 만났어도 이런 일을 없었을 텐데, 이제 나 만나서 아내와 아이들도 고생하는 것 같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다, 내가 죄인이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게, 남 탓 해보지 못하고 평생을 산 착한 그들에게 가장 쉬웠을 것이다.
168쪽-
나는 그렇게 배웠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고, 우리 사회는 힘이 쎈 자가 힘없는 자를 함부로 지배하고 잡아먹는 정글이 아니므로 국가가 필요하고 공권력이 탄생했다고. 우리가 그들에게 복종하고, 그들이 내라는 대로 세금을 내고, 웬만한 비리에도 대개는 눈을 감는 것은 그들이 이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철 안에서 힘이 센 남자가 나에게 폭력을 가하면 공권력이 분명 그를 처벌하고 나를 보호할 거라는 믿음이 아직 내게는 있다. 그게 물리적 힘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돈의 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이 달라진다. 그렇게 달라진 이야기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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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