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미지의 빨간약 - 단편소설로 시작하는 열여덟 살의 인문학
김병섭.박창현 지음 / 양철북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인문학 토론 수업을 소설로 형상화(?)해 낸 놀라운 결과물입니다. ^^

딱딱한 전달이 될 수 있는 토론의 결과물이 참여한 여학생들의 삶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가능할까'했던 의심이 '어 소설이 되네~!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책 속 소설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되짚어 읽어 보고 싶을 정도로 저는 흥미진진 했습니다. ^^

 

24쪽-
~미지) 그레고르는 벌레다. 미끄러운 점액질에 수많은 다리, 딱딱한 등껍질까지 무엇 하나 그를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할 만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그는 벌레가 된 뒤에도 끊임없이 `생각`을 했고, 그 대부분은 가정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무한한 걱정, 그것은 인간의 속성인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집단을 보호하려는 일개미의 모습은 아닌가? 도대체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95쪽
~ 만약 내가 독재자의 자리에 앉는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거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그 사람은 누구인지, 이런 것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거다. 그러고는 명령을 내린다. `앞을 향해 달리자.` 어차피 자신이 누구인지는 다 지워졌을 테니 그들은 내 말을 잘 듣는다.

120쪽-
~ `떨어진 우리 집 값이 2억이다. 그럼 우리 아파트 단지의 모든 가구가 그 정도는 떨어졌다는 얘기다. 1단지부터 5단지까지 대략 1,500가구가 있으니까, 그러면 떨어진 아파트값을 다 합하면...... 세상에 3,000억이 떨어졌다는 거다. 3,000억! 3,000억이면 1년에 3억씩 벌어도 1,000년을 벌어야 하는 돈이다. 연봉 3억이면 어디 가도 진짜 대단한 사람인 거다. 그런 사람도 1,000년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거다. 이건 진짜 엄청나게 큰 돈이다. 그 큰 돈이 사라진 것이다. 돈이 사라지다니,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230쪽-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더구나 상처받은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수정 학생의 말이 맞아요. 너무도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대개 너무 아파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외면하거나 도망칩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자기 마음이 어떠한지도 잘 모르게 되지요. 그렇게 아픈 상처를 그대로 두면 그것은 `함정`이 되고 맙니다.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는 함정. 그러니까 이 소설은 `상처는 어떻게 함정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것인 것 같기도 합니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하는 것을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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