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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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후기작 <기나긴 이별>을 읽은후

다시 되짚어 챈들러의 첫번째 작품인 <빅슬립>을 읽었다.

거꾸로 짚어나간게 잘못일까.

왠지 루즈한 느낌과 필립 말로가 영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럴수 밖에 없을지도, 두 작품의 집필 간격이 거의 15년이나 되니...

그래도 챈들러의 자본주의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과 뛰어난 묘사는 살아있었다.

다음엔 필립 말로가 귀엽게 나온다는 <안녕 내 사랑>을 읽을 예정이다.

 

그리고 <기나긴 이별>과 <빅슬립>의 등장인물의 공통점~

매력적인 성격에 휘말리는 남자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재벌과 그의 상속녀(두책 다 자매임)들이 등장한다.

101쪽-
~ 여자와 나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 귀여운 작은 미소를 짓고 있으려고 했지만, 얼굴이 너무 지쳐서 그럴 힘조차 없어 보였다. 여자의 얼굴은 계속 멍해졌다. 미소는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처럼 스러졌고, 어리벙벙한 듯 어리석어 보이는 멍한 눈 아래 창백한 피부는 까칠까칠했다. 백태가 낀 혀는 입꼬리를 계속 핥았다. 예쁘고 버릇이 없으며 별로 똑똑하지도 못한 아가씨였다. 아주, 아주 잘못된 길로 빠져버렸지만,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았던 소녀, 부자들이란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부자들에게 구역질이 났다. 나는 손가락으로 담배를 말고는 책을 밀어내버리고 검은 책상 위에 앉았다. 나는 담배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손가락을 빨고 깨무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256쪽
해리 존스)"~ 아무튼 구월 중순쯤부터 나는 리건을 더 이상 보니 못했소. 나도 처음에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지. 어쩌다 그랬는지 알 거요. 한 남자가 거기 있으면 그 사람의 존재를 알지만, 거기 없으면 특별히 거기에 생각이 미칠 때까지 그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것. 내가 그 사람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친 이유는 어떤 남자가 비웃으면서 에디 마스의 여자가 러스티 리전과 줄행랑을 쳤고 마스는 화내는 대신에 신랑 들러리나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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