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동서 미스터리 북스 7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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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평론가님이 추천한 책이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과연 문장 묘사가 남달랐습니다.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 사회에 대한 통찰력 등이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1953년에 발표된 챈들러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돈이 신성시되고, 여론을 장악하고 있었네요.

 

등장인물은 성격을 간파하기 힘든 매력적인 탐정 말로우,

그의 무한 지지를 받게된 매너남 테리,

제1의 피해자 바람둥이 테리 부인,

치명적인 매력의 미인 아이린 웨이드,

그녀의 남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 로저 웨이드,

그리고 경찰관 그린 등입니다.

이 정도면 줄거리가 약간 보이지 않나요? ^^

 

오랜만에 손에 잡은 추리소설이었는데,

냉철한 듯 차가운 듯 하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과 통찰이 넘쳐나는 탐정 말로우의 성격이 더 흥미진진 했습니다.

217쪽
~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가 한참 있다 입을 열었다. "누구든지 엉뚱한 일을 생각할 때가 있게 마련이에요. 로저에 대한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말로우 씨. 보통 사람 이상의 상상력의 소유자에요. 이상한 일은 없지만 다만 술을 마신 것이 나빴어요. 전부 잊어 주세요. 실례된 말을 했으리라 생각되지만......"
"실례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전부 알고 있는 것 같더군요. 남편은 자기 자신을 잘 판단하고, 자기가 어떤 인간인가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누구든지 지니고 있다는 그런 재능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지기고 있지도 않은 위엄을 지켜보려고 헛된 정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고 있는 인간이 적지 않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웨이드 부인."

315쪽
~ 내 기분은 별과 별 사이의 공간처럼 공허했다. 집에 돌아오자 강한 칵테일을 만들고, 거실의 창문을 열고 그 앞에 서서, 로렐 캐니언 블루버드에서 땅울림처럼 들려오는 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득히 반짝이고 있는 시가지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경찰차인지 소방차인지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완전한 정적 같은 순간은 거의 없었다. 하루 24시간 내내 반드시 누군가가 도망하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체포하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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