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아 -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마법 같은 이야기
카렌 쿠시맨 지음, 배미자 옮김 / 다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중세 서양의 산파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책입니다.

나이가 몇인지도 모르고,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며,

추위로 배설물과 음식쓰레기가 썩어가는 두엄 더미의 열에 의지해서 잠을 자는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소녀는 칼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욕심많은 산파 제인의 수습생으로 들어갑니다.

쇠똥구리라고 불리던 소녀는 산파일을 묵묵히 배워나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지혜로운 여인으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진행이 너무 흥미 진진해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책도 너무 궁금해지네요.

44쪽-
쇠똥구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 있었다. 얼마나 멋진 하루인가. 눈짓도 받고 칭찬도 받고 선물도 받았다. 지금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앨리스로 보는 사람까지 생겼다.
~ "이 얼굴은,"
여자아이는 말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의 얼굴일 수도 있어. 고수머리도 있잖아. 밤이 오기 전에 애인이 생길 수도 있다구. 이게 나야, 쇠똥구리."
여자아이는 말을 멈추었다. 쇠똥구리는 사람한테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한테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다.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여자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누군가 여자아이의 마음에 횃불을 밝히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빛났다.
"앨리스."
여자아이는 속삭이듯 내뱉었다. 앨리스란 이름은 맑고 친절하고 영리하게 들렸다. 앨리스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사랑받을 수 있다. 여자아니는 물속에 비친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는 이게 나야, 앨리스."
그랬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앨리스는 짐을 고쳐 메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맨발로 땅을 단단히 딛으며 산파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춥고 어두워져도 상관하지 않았다. 여자아이 안에 빛과 온기가 생겼으니까.

130쪽
앨리스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 따뜻한 밤 속으로 걸어 나왔다. 달은 갓 만든 치즈처럼 하얗고 둥글었다. 상수리나무 아래 있는 의자에는 장님 존과 석학 리즈가 앉아서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석학 리즈가 앨리스한테 눈을 찡긋하며 미소를 지었다. 앨리스는 미소로 답했다. 그 다음 앨리스는 소리 내어 웃었다. 몸속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 나온 웃음소리가 깨끗한 밤공기 속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이 그날 밤, 6월 석학 리즈가 말한 대로 달과 여자와 출산의 여신 주노의 이름을 딴 달의 첫 날에 일어난 진정한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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