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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7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분명히 고등학교 시절 읽었었는데, 처음 보는 듯한 새로운 느낌.
이렇게 심오했구나 하는 깨달음.
명작은 읽을 때마다 얻는게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몇번 더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넣어야 겠습니다.
같이 들어있는 '런던의 따라지 인생'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가난과 인간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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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쪽-
스퀼러가 그 장면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하자 동물들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
"나는 스노볼이 처음부터 반역자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는 마침내 말했다. "그가 나중에 한 일은 별개의 문제요. '외양간 전투'에서 스노볼은 훌륭한 전우였소."
스퀼러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단호한 목소리로 복서의 말을 받았다.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는, 던언하건대 - 동무들, 단언하건대 말이오 - 스노볼이 처음부터, 그렇소, 반란을 구상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존스의 정보원이었다고 말씀하셨소."
"아,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죠!" 복서가 말했다. "나폴레옹 동무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게 옳겠군요."
77쪽-
~ 옛날 존스 시절에도 이 못지않은 무서운 유혈 광경이 이따금 벌어졌었다. 그러나 오늘 일은 동물들 사이에 벌어진 것이기에 훨씬 더 끔직했다. 농장에서 존스가 쫓겨난 이래 오늘날까지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의 생명을 빼앗은 적은 없었다. 쥐 한 마리조차 죽인 적이 없었다. ~
~ 클로버 나름의 꿈은 이런 것이었다. 모두가 굶주림과 채찍에서 해방되고,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노동을 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날 밤 그녀가 다리를 오므려 새끼 오리들을 감싸 보호해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그런 동물 사회였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 그녀는 왜 사태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 - 아무도 감히 속에 든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개들이 사방을 휩쓸고 다닐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충격적인 범죄 사실을 자백한 후 조각조각 찢겨 죽는 참상을 목격해야 하는 그런 때가 온 것이었다. 실상 그녀의 마음속에 반란이라든가 불복종이란 있을 수 없었다. 비록 사태가 이렇게 되었을망정 존스 시절보다는 지내기가 훨씬 좋아졌으니 무엇보다도 인간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여전히 그녀는 충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떨어진 명령을 수행하며 나폴레옹의 통치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이 이런 것을 위해서 꿈꾸며 애써온 건 결코 아니었다. 그들이 풍차를 건립하는 것도, 존스의 총탄에 맞서 싸웠던 것도 진정 이런 것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대충 이런 생각을 했다.
~ 그는 나폴레옹 동무의 특별 훈령에 따라 <영국의 동물들>이 금지되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금한다는 이야기였다. 동물들은 깜짝 놀랐다.
"왜 그러죠?" 뮤리얼이 다급히 물었다.
"그 노래는 이제 필요 없게 되었소, 동무." 스퀼러가 귿은 얼굴로 말했다. "<영국의 동물들>은 반란의 노래입니다. ~ 우리는 <영국의 동물들>에서 다가올 미래에 이룰 더 좋은 사회에 대한 동경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회가 이루어졌단 말입니다. 그러니 분명히 이 노래는 더 이상 아무런 목적이 없는 것이지요."
비록 두려웠지만 몇몇 동물들은 도저히 항의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양들이 늘 그렇듯 "네 발은 좋고, 두발은 나쁘다"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 분간 계속 외쳐댔고 토론은 결국 막혀버렸다.
111쪽-
여러 해가 흘렀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사이 수명이 짧은 동물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 이제 클로버와 벤저민, 갈까마귀 모세, 그리고 여러 마리 돼지들을 제외하고는 '반란' 이전의 옛날을 기억하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
~ 현재의 생활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스퀼러가 읊어대는 숫자 목록을 참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자료는 모든 것이 더욱더 좋아졌다는 사실을 천편일률적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동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이제 이런 일들을 생각할 만한 겨를도 없었다. 오직 벤저민 영감만이 자기가 걸어온 긴 생애를 세세히 기억하고서, 더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없으며 더 좋았던 적도 나빴던 적도 결코 없었노라고 공언했다. 그는 굶주림, 고난, 좌절은 삶의 불변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동물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은 한순간도 자신들의 동물농장의 구성원이라는 명예심과 특권 의식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 마을 전체에서 - 아니 영국 전체를 통틀어서! - 동물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유일한 농장에 살고 있었다. 동물들은 모두, 가장 어린 새끼는 물론 30킬로미터나 떨어진 농장에서 끌려온 신참 동물들마저도 이 점에는 경탄을 표했다.
122쪽
이번에도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렸고 모두들 술잔을 쭉 들이켰다. 그러나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동물들은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돼지들의 얼굴이 뭔가 변한 것 같은데 대체 무엇일까? 클로버의 늙고 흐릿한 눈동자가 이 얼굴 저 얼굴로 옮겨다녔다. 어떤 돼지는 턱이 다섯 겹이었고, 어떤 돼지는 네 겹, 또 어떤 돼지는 세 겹이었다. 그런데 그 얼굴이 녹아내려 형태가 변해가고 있는 듯한데 이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 순간 박수 소리가 멎더니 일행은 카드를 들어 중단되었던 게임을 계속했다. 그리고 동물들은 슬그머니 정원을 빠져나갔다.
~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함을 지르고 식탁을 탕탕 치고 찌를 듯 의심에 찬 눈초리를 번득이며 격렬하게 부정하는 목소리 등이 뒤섞여 온통 난리도 아니었다. 나폴레옹과 필킹턴 씨가 동시에 똑같은 스페이드 에이스를 내놓은 것이 싸움의 발단이었다.
열두 명이 제각기 분노에 찬 음성으로 고함을 치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들이 모두 똑같았다. 그러고 보니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의 시선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또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왔다갔다 분주했다. 그러나 누가 돼지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별하가란 이미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