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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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밤낮으로 뛰어가고 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른채 뒤에서 노려보고 채찍을 들고 있는 어른들이 무서워 힘들어도 쉬지못하고 뛰어간다. 그러다가 너무 지친 일부의 아이들은 쓰러지고 스스로 벼랑을 선택한다. 하지만 참고 뛰어가는 아이들의 미래도 밝지는 않다. 모두 함께 벼랑으로 떨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뒤에서 채찍을 들고 몰아대며 뛰던 어른들도 같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혹은 아이들이 모두 떨어지는 걸 보고 멈춰서서 후회의 피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벌써 우리 사회에서는 뛰기지쳐 스스로 소중한 목숨을 내던지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도 어른들은 반성하지 못하고 남은 아이들에게 계속 친구보다 빨리 뛰어가라고 종용하고 있다. 무섭다. 나도 그런 어른의 모습을 갖고 있는 걸 깨달을 때마다 흠칫한다. 모두 멈춰서서 쉬어야 할 때이다. 주위의 맛있는 풀도 함께 뜯어 먹고, 맑은 시냇물도 마시고, 커다란 나무 아래서 함께 낮잠도 자며 쉬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 어디로 뛰어가야 할지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힘을 내서 단숨에 목표한 곳까지 뛰어갈 수 있을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로 격려하면서. 이 책을 보면서 이런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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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벅이라는 양 이야기 아니?"

작년 학기말 국어시간, 손장하 선생님이 책도 펴지 않고 칠판에 '풀'이라고 크게 쓰더니 뜬금없이 양 이야기를 꺼냈다.

"이 양들은 평소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 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다고 해. 무리가 커지면 맨 마지막에 따라가는 양들은 뜯어 먹을 풀어 거의 없게 되지. 그러면 어떻게 하겠어? 좀 더 앞으로 나아가서,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기 전에 자기도 풀을 먹으려고 하겠지. 그 와중에 또 제일 뒤에 처진 양들은 역시 먹을 풀이 없게 되니, 앞의 양들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서려 할 테고.

이렇게 뒤의 양들은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앞의 양들은 또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앞으로 나아가게 돼. 그렇게 되면 맨 앞에 섰던 양들을 포함해서 모든 양들이 서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마구 뛰는 거야.

결국 풀을 뜯어 먹으려던 것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다른 양들보다 앞서겠다는 생각으로 뛰게 되지. 그러다 보니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거야. 자, 정신없이 달리는 양떼를 한번 상상해봐, 웃기지 않니?" ~

"한번 뛰기 시작한 수천 마리의 양 떼는 성난 파도와 같이 산과 들을 넘어 계속 뛰기만 하는 거야. 계속 뛰어, 계속. 여기가 어딘지도 몰라. 풀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아. 그냥 뛰어야 해." ~

"뛰어, 뛰어. 정신없이 뛰어.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해안 절벽에 다다르면...... 앗, 절벽! 하지만 못 서지. 수천 마리의 양 떼는 굉장한 속도로 달려왔기 때문에 앞에 바다가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멈출 수가 없는 거야. 가속도, 알지? 설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모두 바다에 뛰어들게 되는 거지. 그렇게 해서 한 번에 수천 마리의 양이 익사하는 사태도 발생한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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