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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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한다. 속도를 내며 읽으면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책이다. 그래서 지루할때도 있었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과 장면에 푹 빠져 들어갈 수 있었다. 현실을 끝까지 외면하려 했던 엠마는 결국 현실로 부터 냉정하게 내쳐진다.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낸 사람도 바람을 필 수 있을까? 욕망의 정점과 더불어 그 쓰디쓴 결말까지 맛보고 나니 그저 현실의 조그마한 행복에 감사해 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든다. 이 소설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은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도 하지도 못하게 될 가여운 딸 베르트가 아닐까한다. 엄마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그나마 울타리가 되어주어야할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까지 목격한 베르트가 현실 속의 조그마한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허황된 공상이 끌어들인 현실의 비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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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쪽
그녀는 얼이 빠진 듯 그냥 서 있었다. 의식이 깨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자신의 몸을 빠져나가서 귀청을 찢는 음악이되어 벌판을 가득 채우며 울리는 듯한 맥박 뛰는 소리뿐이었다. 발밑의 땅은 물결보다도 더 물렁하게 출렁거렸고 밭고랑들은 밀려와 부서지는 갈색의 파도 같았다. 머리속에 있는 기억이나 생각들이 마치 무수한 불꽃처럼 모두 한꺼번에 뿜어져 나왔다. 아버지의 모습, 뢰르의 가게, 먼 곳에 있는 그들의 방, 그리고 또다른 풍경이 눈에 보였다. 그냥 그대로 미쳐버리는 것만 같아 무서웠지만 그래도 어떻게 정신을 차렸다. 물론 아직은 몽롱한 상태였다. 그녀는 자기를 이토록 끔찍한 상태에 몰아넣은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즉 그게 돈 문제였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괴로운 것은 오로지 사랑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치 부상당하여 다 죽어가는 사람이 피가 흐르는 상처를 통해서 생명이 새나가는 것을 느끼듯이 그녀는 그 기억들을 통해서 자신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밤이 내리고 있었고 까마귀떼가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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