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의 성향은 그동안 읽었던 책으로 결정된다! 라는 글귀를 다시 새기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유시민님의 겸손함과 소박함을 그의 글과 그가 읽었던 책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주옥같은 책에 주옥같은 감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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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소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선가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날이 저물어 사방 어두운데, 누구도 자신 있게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망연자실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뿐인 것 같다.
달그림자와 별을 살펴 방향을 새로 가늠해보고,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받았던 낡은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이 지도에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 온갖 의심이 먹구름처럼 밀려든다. 나는 바위에 결터앉아 잠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긴 여정을 함께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생물의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한다. 최초의 수정란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수집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으로 성장하는 열 달은 지구 행성에 처음 출현한 유기 분자가 호모사피엔스로 발전하기까지 수십억 년의 진화적 시간을 압축·반복한다. 지성의 개체발생도 계통발생을 반복한다. 인간의 대뇌피질에 축적된 정보의 유기적 통일체인 지성, 그것 역시 기나긴 지식과 지성의 발행사를 압축·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나의 육체는 코스모스를 운행하는 모든 별들과 같은 물질로 연결되어 있고, 정신은 문명사의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지성인들과 책을 통해 이어져 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서 살아 있는 문화 유전자를 상속받았다. 그들이 했던 고민과 사색은 많든 적든 내 것이기도 하다.
~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302쪽-  카, <역사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모든 언론인들은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적절한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흔히 '사실'은 스스로가 말한다고들 한다. 이것은 물론 진실이 아니다. '사실'이라는 것은 역사가 불러줄 때만 말을 한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줄 것인가. 또 어떤 순서order로 어떤 맥락context에서 말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역사가인 것이다. '사실'이라는 것은 자루와 같다. 그 속에 무엇인가를 넣어주지 않으면 사실은 일어서지 않는다.

~ 인생의 고비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이번이 여섯 번째인 것 같다. 다시 카를 읽으며 사회와 역사의 진보,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생각한다. 카의 말마따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시대의 역사는 현대사임에 분명하다.
313쪽 후기
~ 책은 읽는 사람의 소망과 수준에 맞게 말을 걸어주고 그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긴 세월이 지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나는 과거의 나 자신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것은 무척 흥미롭고 놀라운 체험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도 어떤 책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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