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등장한 철학가와 이론 중 가장 기억에 남고 공감한 것은 <존 롤즈> 사고 실험이었습니다. 어떤 원칙을 결정할때,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속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모여 정한 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계층, 성별, 인종, 민족,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 학력, 건강상태,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즉 지극히 평등한 개인이 모여 원칙을 결정한다면. 그 원칙마저 평등해 질 것이라는.

우리 사회는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제 밥그릇도 찾아 먹지 못하는 사회라고들 말합니다. 목소리 큰 내가,  목소리 작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의 능력을 발휘할 때 정의로운, 아름다운 어울림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함께 살기의 황금률은 바로 이 "입장바꾸어 생각하기!"가 아닌가 합니다.

더불어 너무 통쾌한 and 위로가 되는 대학합격축하편지와 불합격위로편지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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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쪽 <평등 옹호 존 롤스>
이제 한 가지 사고실험(실제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생각만으로 진행하는 실험)을 생각해보자. 원칙을 정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자기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속할지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니까 "무지의 장막" 뒤에서,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시적으로나마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다고 상상하자. 나의 계층과 성별, 인종과 민족,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신념도 모른다. 남보다 무엇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내가 건강한지 허약한지, 고등교육을 받았는지 고등학교를 중퇴했는지, 든든한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문제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전혀 모른다. 이처럼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야말로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협상에서 어느 누구도 우월한 위치에 놓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합의한 원칙은 공정하다.
롤스가 생각한 사회계약은 이처럼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가언합의다. 롤스는 만약 그런 위치에 놓인다면, 이성적이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떤 원칙을 선택할지 자문해보라고 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현실에서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고실험을 위해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접어둔다고 가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원칙을 택하겠는가?
~ 내 기술이 결실을 많이 맺고 적게 맺고는 사회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달렸다. 어떤 자질이 사회에 기여하느냐는 그때그때 사회가 어떤 자질을 높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

 

241쪽 <소수집단우대정책 논쟁>
아이다호에서 온 시골 소년은 보스턴 사람이 내놓을 수 없는 것을 하버드 대학에 제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흑인 학생은 백인 학생이 내놓을 수 없는 것을 제공할 수 있다. 하버드 학생이 경험하는 교육의 질은 학생들의 성장 배경의 차이와 거기서 오는 시각 차이에 영향을 받는다.

~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날 자격이 있다거나 애초부터 사회에서 유리한 출발선에 설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의 장점을 높게 쳐주는 사회에 살게 된 것도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행운일 따름이다.

 

법학대학원은 홉우드에게 다음 같은 거절 통보 서신을 보냈어야 했다.

 

친애하는 홉우드 씨께
귀하의 입학 지원이 거절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번 결정에 귀하를 모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귀하를 경멸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귀하가 입학이 허가된 사람들보다 자격이 미달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귀하께서 귀하가 제공할 자격이 필요치 않은 사회를 만난 것은 귀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귀하 대신 입학이 허가된 사람들도 그 몫을 마땅히 받을 자격은 없으며, 어쩌다 입학에 적합한 요소를 갖추었다고 해서 칭송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그들을, 그리고 귀하를,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목적을 수행할 도구로 이용할 뿐입니다.
귀하께서 이 소식을 들으면 실망하시겠지요. 그러나 입학이 거절되었다고 해서 귀하의 타고난 도덕적 가치를 의심하며 더 깊은 절망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귀하는 어쩌다 보니 사회가 원하는 특성을 갖고 있니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도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귀하께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 텍사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처 -
아래는 영광을 암시하는 내용이 빠진 입학 허가 통보 서신이다. 철학적으로 솔직한 법학대학원이라면 입학생들에게 다음 같은 서신을 보내야 한다.

 

친애하는 합격생 여러분께
귀하의 입학이 허가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귀하께서는 지금 이 순간 사회에 필요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귀하께 법을 연구하도록 허가함으로써, 귀하께 자신의 자산을 사회 이익을 위해 이용하도록 제안하는 바입니다.
귀하는 축하받아 마땅합니다만, 그것은 귀하께서 입학에 필요한 자질을 소유할 당연한 자격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사실 귀하께 그런 당연한 자격은 없습니다). 복권 당첨을 축하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귀하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특성을 갖게 된 행운아입니다. 귀하께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신다면, 귀하가 그런 식으로 아용되어 생기는 이익을 가질 권리가 부여될 것입니다. 이 점에서 귀하는 축하를 받으셔도 좋습니다.
귀하께서는 어쩌면 귀하보다 귀하의 부모님께는, 거기서 더 나아가, 이번 입학 허가가 타고난 재능을 높이 평가한 결과가 아니라면, 적어도 능력을 갈고닦은 귀하의 의식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여겨 그 점을 축하하고픈 유혹을 느끼실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의 노력을 가능케 한 우월한 성격은 귀하의 당연한 몫이라는 생각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귀하의 성격은 다양하고 훌륭한 주변 환경 덕이고, 그러한 환경은 귀하의 공으로 돌릴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자격 또는 당연한 몫이라는 개념이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가을에 함께 만날 그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 텍사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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