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읽을 때마다 다시 나를 되돌아 보게 해주는 책이다. 내가 말이 너무 많지나 않은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너무 여과 없이 뱉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면을 충실히 하는 것에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닌지, 소유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삶에 즐거움을 못누리고 있지 않은지, 과연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지...

구절구절 가슴에 와닿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곁들여진 사진이 마음을 참 차분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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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 <말이 적은 사람>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말이 많은 사람한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나는 가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말수가 적은 사람한테는
오히려 내가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고 싶어진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쏟아 내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습관이다.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불쑥 말해 버리면
안에서 여무는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내면은 비어 있다.
말의 의미가 안에서 여물도록
침묵의 여과기에서 걸러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불교 경전은 말하고 있다.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을 전부 말해 버리면 말의 의미가,
말의 무게가 여물지 않는다.
말의 무게가 없는 언어는
상대방에게 메아리가 없다.

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소음과 다름없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말을 안 해서 후회되는 일보다도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p.103 <다 행복하라>

며칠 동안 펑펑 눈이 쏟아져 길이 막힐 때
오도 가도 못하고 혼자서 적막강산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홀로 살아 있음을 누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이 되어
둘레의 사물과 일체감을 나눈다.

그리고 눈이 멎어 달이 그 얼굴을 내보일 때
월백 설백 천지백 月白雪白天地白의 그 황홀한 경계에
나는 숨을 죽인다.

살아 있는
모든 이웃들이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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