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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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니 시대상이 참 낯익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게 된 저자의 나이.
음 그래서 였군요.
거의 같은 시절을 대학생으로 보내서 였군요.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처지로 한 시대의 귀퉁이에서 내가 접했던 사건사고들을 저자도 겪고 있었군요.
근데 저는 사회나 부패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 대강 집회에 나가고 공부를 하고 웃고 지냈었군요.
왠지 나의 젊은날의 한켠이 부끄럽습니다.
여전히 그렇게 소극적인 모습으로 지금의 삶마저 살아가고 있는 것도.
좀더 주위를 돌아보고 나의 의견을 정립해야하지 않나 자기반성을 하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소설은 크게 3명의 눈에서 서술됩니다. 주인공, 여자친구 정민, 강시우가 된 이길용...
모두 시대의 아픔때문에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살아내기 버거워하는 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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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87-
나를 오랫동안 매혹시킨 몽상은 이런 것이었다. 성경보다 훨씬 두꺼운, 아마도 이 세상에 이미 존재했거나 지금 존재하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사물과 사람들의 내력을 적어놓은 책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그 두꺼운 책이 자신을 읽어줄, 단 한 사람을 소망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읽을, 단 한 권의 책을 만나기를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그러므로 나는 두 손으로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천천히 책이 놓인 그 책상으로 다가간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표지를 넘기면 내가 그토록 읽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마술처럼 흘러나온다. 다음 장, 그 다음 장, 또 그 다음 장. 점점 더 빨리 나는 그 책을 읽어나간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책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바로 그 책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 몽사의 가장 큰 매력은,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책은 읽힌다는 점이었다. (~~중략 ) 그렇긴 해도 그 두꺼운 책이 너무나 부드러워 한없이 쓰다듬고 싶은, 한 여자애의 몸으로 내 앞에 나타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p.254
"지금 네가 느끼는 그 세상이 바로 너만의 세상이야. 그게 설사 두려움이라고 하더라도 네 것이라면 온전히 다 받아들이란 말이야. 더이상 다른 사람을 흉내내며서 살아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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