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씨의 대표작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보다도 먼저 집어 든 책이었습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가벼운 이미지 때문이었을까요?
사생아로 태어나 엄마도 모른체 외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커온 주인공.
그 외할머니도 보통의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왕년의 영화배우로 손자에게 엄마로서의 애정을 배풀지는 못했고, 그래서 사랑에 굶주린 타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메마른 성품을 지니게 됩니다다.
그러다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집도 돈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고,
그 와중에 접하게된 채팅사이트의 "퀴즈방" 여기에서 인연이 되어 벽 속의 요정이라는 아이디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고..점차 빈곤해지는 생활 속에서 의 전환점이 될 또 다른 여인인 고시원의 옆방녀도 만나고, 옆방녀의 죽음에 자극 받아 들어가게 된 이상한 집단 퀴즈쇼에서 다양한 인물 군상을 만납니다.  
전체적으로 암울하고 담담한 주인공의 눈으로 이 책을 보게 되서 책을 덮고 나니 많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입사에 성공했더라면 대학원을 졸업한 지적인 직장인으로 평탄한 인생을 아무런 불만없이 살아 나갔을거 같은 주인공.. 누구에게나 깊게 바라지도 그리고 깊게 베풀지도 않으면서 파장없는 삶을 살아갔을 텐데, 이 책을 보면서 우리시대 젊은 이들의 아픔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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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9
"분노는 아주 신성한 거야. 빈정대거나 비아냥거리는, 그런 게 아니야. 자기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힘, 폭력 같은 것에 맞서 싸우려는 숭고한 정신이란 말이야."

pp.268-
"나는 사람이 두 종류라고 생각해. 자기만의 벽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든 게 얇아.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그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절대로 믿지 않아. 현실만이 그들의 신앙이고 종교야. 한번 판단이 내려지면 그들은 가차 없고 냉혹해. 물론 그런 사람들이 편할 때도 있지. 자기보다 강하고 부유한 사람에게 약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친교를 쌓는 건 너무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야.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라든가, 그게 도대체 나한테 무슨 득이 되나, 같은 질문만 던지는 사람들이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 같은 사람이야. 너는 무용한 걸 좋아하잖아. 지식, 퀴즈, 소설 같은 것들 말야."

p.357
~~내가 정말 사랑했던 것들은 사실 이런 것들이었는데.....실용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지시기 담긴 책더미 소게 파묻혀 시간을 보내는 것. 문득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나의 꿈은 도서관의 사서였다. 어둑신한 도서관의 한쪽 구석에서 새로 들어온 책을 분류하고 태그를 붙이고 사람들게게 멋진 책을 구너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나만의 책을 아껴 읽는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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