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중 제일 처음 접한 책은 "적의 화장법"이었다. 자그만한 빨간책에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라 부담없이 읽어내려가다가, 흡입력 있는 문체와 충격적(?적어도 나에게는)인 내용에 읽고 나서 뭔가 후련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신문에 실린 이 책의 소개에 저자가 그 동안 쓴 책과 다른 러브스토리라는 말에 찾아 읽게 되었다. 일본어에 서투은 21살 벨기에 여인(_아멜리)과, 불어에 서투른 20살 일본인 남자(_린리)가 서로에게 말을 가르키면서 서로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해지고 남자는 사랑에 여자는 코이(연민)에 빠지고.. 여자은 결국에는 일본사회와 남자의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만다는 이야기였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일단 소설의 양이 적어서 부담이 없다. 간략한 글에 자신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도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글 안에서 작가가 말했듯이 살인에 대한 욕구없이 쓰여진 책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p.225 희소식은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그것이 어디에나 설치될 수 있는 작은 감옥이기 때문이다. 우린 가진 것을 몽땅 챙겨 훌쩍 떠나버린다. 그러면 '나'가 너무 놀라 간수 역할 하는 걸 깜박 잊어버린다. 우리는 추적자를 따돌리 듯 자신을 따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