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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여인들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7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1월
평점 :
배경 지식이 거의 없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마다 막막함을 느낀다. 이미 가진 선입관이라도 있어야, 새롭게 알게 된 것에 대한 신선함도 있을 것이며, 재해석 되는 것에 대한 통찰도 깨달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 대한 글을 읽을 때 역시 동일한 난감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세계사에서만 읽었던, 그것도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나의 배경 지식은 그 시대를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그 시대의 인물에 대한 경이와 감격을 느끼는 시오노 나나미의 생각을 따라가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특히 이 책이 4명의 여성은 일찍이 들어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그 배경과 시대적 상황이 쉽게 매치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혼란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포기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번득이는 그녀만의 재치, 통찰.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읽으면, 언제 그런 재치와 통찰을 만날까 기대감 가득하게 책을 읽게 된다. 과연 그런 통찰들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나타난다. 다만 이 책이 그녀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인 이야기 까지 이어오는 동안 사상의 전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을 그녀의 일관성에 대한 경의로 결론지어야 할지, 성숙의 부재로 보아야 할지는 쉽게 결론내리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현실 자체를 긍정하고, 선악의 개념 보다는 정치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그녀다움은 여전히 번득이고 있는 책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다 읽어보긴 해야겠다. 르네상스 저작집의 7권까지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금 되돌아보며 이 책을 다시 뒤적거려 본다면 새롭고, 입체적인 통찰 또한 다시 솟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