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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라르와 엘로이즈
강계순 / 제삼기획 / 1988년 12월
평점 :
품절
한 남자와 여자가 부부에서 수사와 수녀의 관계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비극이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생각은, 결단코 음울하거나 슬프지는 않다는 것이다. 도리어 한 인간과 한 인간이 서로에 대한 사모함 속에서 더욱 깊은 사랑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종교인이기에,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서로에 대한 사랑에 절제가 첨가되며, 신의 사랑이라는 절대 사랑 안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세속인들에게는 사뭇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수준 높은 대화들 속에 숨어져 있는 섬세한 배려와 사랑을 읽어낸다면,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진리가 다시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인간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족쇄인 종교적 계율 마저도, 인간의 이런 근본적인 사랑의 관계를 지배할 수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종교에 의해 제단된 사랑이 아니라, 종교조차도 제단하지 못한 깊은 사랑.바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