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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과 거절 사이에서 -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의 응답
스탠리 J. 그렌츠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
오늘 내가 경영하는 한의원 직원들과 이 책을 다 읽었다. 책 내용은 보수적이다. 저자는 동성애가 타고나는 기질이 아님을 주장하고 싶어한다(구성주의자들의 의견을 많이 참조한다). 설사 그것이 선천적이라 할지라도 성경적으로 동성애가 죄라는 사실이 바뀔수는 없다고 여긴다. 기독교는 자연적인 것이나 타고난 것을 선으로 여기지 않으며, 타락의 결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성애 성향 자체는 죄라 할수 없고, 동성 성교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동성애자들도 정절을 지키며 살면서 기독교적 삶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성욕은 동성애자들이나 이성애자들이 해소해야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닌,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 교회 내에서 동성애자들에게 직분을 주는 것은 가하지만, 동성 행위를 하지 않고 극복해나간다는 전제에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동성애자들을 환영하지만, 동성 성교를 긍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4명의 직원들 모두다 동성애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고히 표명한다. 심지어 이 책의 보수적 내용조차 온정적이라고 보는듯 하다. 특히 한 직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인 자신을 비난하고 공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퀴어 축제 영상을 보면서 느꼈던 그들의 공격적 모습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내 의견을 한참이나 설명했다. 나 역시 보수적인 사람이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의 행동을 보며, 합법적이고 질서 있는 의견 개진과, 문화적 접근을 통한 효율적인 인식 확장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전략을 훈수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완전하지 않으니 점진적으로 인권이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통령 후보를 뽑자고도 했었던 것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런 과정 속에 이성애자라는 다수의 입장에서 성소수자들을 전략과 전술의 측면에서만 대하려고 했다는 것과, 시혜적으로 그들의 입장을 동조해주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가진 소수자로서의 압박과 공포에 대해서는 공감하기는 커녕 실상 내 안에는 혐오하는 모습이 존재했었다. 겉으로는 나이스 했지만, 내 안에는 그들과 거리를 두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더라고 했다. 그 혐오를 발견하는 것이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말했다.
나름 정직하게 살고, 진보적인 마음과 실천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내가, 일부 여성들로부터 가부장주의와 여성혐오자라며 공격받았을 때의 당혹감을 기억한다. 내가 한남이기 때문에 아무리 나이스한 척을 해도 여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에 분노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고 자신을 성찰해보면, 정말 내 안에 여혐이 있었다. 여성에 대한 배려를 장착하려 했으나, 결국은 나의 모습을 멋지게 꾸미고 싶은 것이었지, 여성이 가지는 입장에 공감하지 못했고, 남성적 세계관에 길들여져 여성을 돌본다는 정도나 배려해준다는 정도로 멈춰 있었다. 멋진 마초이고 싶었지,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여성을 인식하기가 힘들었다.
동성애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 비슷한 당혹감과 불쾌감이 나나 우리 직원들에게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성적 판단, 시비의 여부, 효율의 문제을 잠시 벗어나자고 말했다. 우선은 그 사람들이 갖는 분노, 절망, 외로움, 고통에 집중하는 것이 하나님의 첫 마음이 아니겠는가라고 말이다. 또 궁극적으로는 (주변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했을때) 그들을 직접 마주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가져보면, 그들 안에 있는 진실한 소망, 인간에 대한 애정과 예의,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저 동일한 한 사람들임을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즉 우리 안에 있는 무지와 경험의 부족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 않는건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잠시만 우리의 판단을 유보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말이다.
참 어려운 문제다. 기성교단의 가르침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같은 보수주의자들 조차 급진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이전에 작가인 박총 형님이 나에게 해준 조언이 생각난다. 기독교의 역사가 가진 지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기독교는 교리적으로 민감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한 세대 안에 결론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세대가 연구한 것을 집적해나가면서 다음 세대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릴 줄 알았다고 말이다. 동성애의 문제 역시 여러 세대의 축적된 사색, 과학적 연구, 신학적 성찰, 사회의 인식 변화가 어울어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