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스플레인 -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올바른 젠더의식을 위해
이선옥 지음, 김용민.황현희 도움 / 필로소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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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스플레인

이 책도 내용을 거의 알고 있었다. <김용민 브리핑>을 애청하는 입장에서, 페미니즘 문제를 다룬 코너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청취했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래디컬 페미니즘을 반대하고, 정부와 법원을 비롯한 사회 영역에서 헌법적 가치나 기본권적 입장에서 여성에게만 편향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측면에서 성평등을 이루자는 주장이 담겨있다. 한번 읽어볼 만 하다. 페미니즘을 옹호 혹은 선호하는 입장에서도 반대자들의 논리를 익혀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본인의 논리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남성으로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에 코멘트를 달거나 비평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말은 못하겠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혐오하지 않기를 바라고, 약자에 대한 연대 의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런 내 입장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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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 넛지부터 팃포탯까지, 심리와 세상을 꿰뚫는 행동경제학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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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어본 책이다. 사실 책 내용이 너무 익숙하다. 내가 김용민 브리핑 중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을 몇 년간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들어서일테다. 기자님 덕분에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경제학도 사람에 대한 냄새가 풀풀 나게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하고, 누군가를 혐오해서는 안되며, 함께 잘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기독교의 천국,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경제학적 주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잘 읽었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보니 자주 자주 꺼내서 보고 암기도 해야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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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티마이오스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2
플라톤 지음, 박종현/김영균 옮김 / 서광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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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플라톤의 저술인 티마이오스를 읽었는데, 와우~ 정말 핫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사실 이전에 과학철학을 강의하면서 플라톤의 자연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탓에, 책 내용의 핵심은 이미 알고 있었긴 하다. 세상의 기본 요소인 '지수화풍'을 '정사면체'나 '정12면체', '정20면체' 등으로 구분한 부분은 너무나 유명하다. 조화평균, 산술 평균에 대한 이해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그리고 이것을 우주의 원리로 승화시켜 나가는 장면도 창의적이다. 고대인들이 나름 얼마나 합리적으로 우주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는지 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책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주의 탐구에는 선한 신의 전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물리 화학적 지식이 급증한 현대라 하더라도, 2500년전 플라톤 시대의 사람들에 비해 더 큰 지식의 진보가 있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상을 설명하는 능력은 늘었지만, 현상의 본질적 이유를 파악하는데는 그저 질문하지 않는 것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갈릴레이 이후그저 어떤 현상을 기술하는 것에는 능하나,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를 묻는 것은 금기시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가끔 나오는 여성 비하의 부분에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 남자가 선하게 살지 못하면 다음 생애에는 여자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다른 책에서는 플라톤이 여성에 대해 그 시대에 예외적일 정도로 남녀의 동등성을 설명하기도 한다는데, 적어도 이 책에서는 분명히 여성은 열등의 존재이다. 요즘 시대라면 고전은 커녕 그저 까이느라 너덜너덜해졌을 테다.

더불어 한의학적인 부분에서 고대 그리스의 인체관과 동양의 사고 방식이 유사한 측면들이 있다. 양쪽 인체관의 차이라면 한의학이 인체의 정신과 감정 들을 각 장부의 활동에 분산시켜 순환적, 상호의존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플라톤은 모든 인체의 활동은 정신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다만 폐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는데, 한의학에서도 폐는 심장의 화를 감싸서 식혀주는 역할로도 설명하는데, 플라톤 역시 폐는 심장의 열을 감싸주고,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스펀지로 해석한다. 참 재미있는 통찰이다.

최근 에우프티론, 변론, 크리톤 등의 초기 대화편과, 국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파르메니데스 등의 후기 작품들을 하나씩 보는 중이다.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하긴 해도, 이제서야 고대 그리스의 원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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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과 거절 사이에서 -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의 응답
스탠리 J. 그렌츠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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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

오늘 내가 경영하는 한의원 직원들과 이 책을 다 읽었다. 책 내용은 보수적이다. 저자는 동성애가 타고나는 기질이 아님을 주장하고 싶어한다(구성주의자들의 의견을 많이 참조한다). 설사 그것이 선천적이라 할지라도 성경적으로 동성애가 죄라는 사실이 바뀔수는 없다고 여긴다. 기독교는 자연적인 것이나 타고난 것을 선으로 여기지 않으며, 타락의 결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성애 성향 자체는 죄라 할수 없고, 동성 성교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동성애자들도 정절을 지키며 살면서 기독교적 삶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성욕은 동성애자들이나 이성애자들이 해소해야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닌,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 교회 내에서 동성애자들에게 직분을 주는 것은 가하지만, 동성 행위를 하지 않고 극복해나간다는 전제에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동성애자들을 환영하지만, 동성 성교를 긍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4명의 직원들 모두다 동성애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고히 표명한다. 심지어 이 책의 보수적 내용조차 온정적이라고 보는듯 하다. 특히 한 직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인 자신을 비난하고 공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퀴어 축제 영상을 보면서 느꼈던 그들의 공격적 모습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내 의견을 한참이나 설명했다. 나 역시 보수적인 사람이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의 행동을 보며, 합법적이고 질서 있는 의견 개진과, 문화적 접근을 통한 효율적인 인식 확장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전략을 훈수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완전하지 않으니 점진적으로 인권이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통령 후보를 뽑자고도 했었던 것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런 과정 속에 이성애자라는 다수의 입장에서 성소수자들을 전략과 전술의 측면에서만 대하려고 했다는 것과, 시혜적으로 그들의 입장을 동조해주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가진 소수자로서의 압박과 공포에 대해서는 공감하기는 커녕 실상 내 안에는 혐오하는 모습이 존재했었다. 겉으로는 나이스 했지만, 내 안에는 그들과 거리를 두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더라고 했다. 그 혐오를 발견하는 것이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말했다.

나름 정직하게 살고, 진보적인 마음과 실천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내가, 일부 여성들로부터 가부장주의와 여성혐오자라며 공격받았을 때의 당혹감을 기억한다. 내가 한남이기 때문에 아무리 나이스한 척을 해도 여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에 분노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고 자신을 성찰해보면, 정말 내 안에 여혐이 있었다. 여성에 대한 배려를 장착하려 했으나, 결국은 나의 모습을 멋지게 꾸미고 싶은 것이었지, 여성이 가지는 입장에 공감하지 못했고, 남성적 세계관에 길들여져 여성을 돌본다는 정도나 배려해준다는 정도로 멈춰 있었다. 멋진 마초이고 싶었지,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여성을 인식하기가 힘들었다.

동성애의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 비슷한 당혹감과 불쾌감이 나나 우리 직원들에게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성적 판단, 시비의 여부, 효율의 문제을 잠시 벗어나자고 말했다. 우선은 그 사람들이 갖는 분노, 절망, 외로움, 고통에 집중하는 것이 하나님의 첫 마음이 아니겠는가라고 말이다. 또 궁극적으로는 (주변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했을때) 그들을 직접 마주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가져보면, 그들 안에 있는 진실한 소망, 인간에 대한 애정과 예의,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저 동일한 한 사람들임을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즉 우리 안에 있는 무지와 경험의 부족이 우리의 발목을 잡지 않는건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잠시만 우리의 판단을 유보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말이다.

참 어려운 문제다. 기성교단의 가르침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같은 보수주의자들 조차 급진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이전에 작가인 박총 형님이 나에게 해준 조언이 생각난다. 기독교의 역사가 가진 지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기독교는 교리적으로 민감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한 세대 안에 결론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세대가 연구한 것을 집적해나가면서 다음 세대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릴 줄 알았다고 말이다. 동성애의 문제 역시 여러 세대의 축적된 사색, 과학적 연구, 신학적 성찰, 사회의 인식 변화가 어울어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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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만난 하나님 - 한국교회에서 여성의 하나님을 말하다
강호숙 지음 / 넥서스CROSS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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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말 그대로 평이하고 쉽다. 사실 새롭고 쇼킹한 것에 익숙한 입장에서는 책 내용이 너무 밋밋하다.
여기에는 저자의 배경이 주는 효과가 있는듯 하다. 저자는 보수적인 남성중심적 교단에서, 그 교단의 가부장주의에 저항하며 살아온 분이다. 그럼에도 그 저항의 한계는 어쩔 수 없나보다. 책에서 드러나는 대안들은 생각보다 온건하며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그가 했던 투쟁도 결국은 보수의 지붕을 한번에 뚫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은 기존 교회의 체제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 부재하다는거다. 메가처치화 되어가는 상업주의적 교회에 대한 근본적 반성에서 시작하기 보다는, 교구를 꾸릴 정도의 큰 교회에 여성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는 정도의 제안에 그치기 때문이다. 좀 더 도발적으로 교회의 근본적 구조를 건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나마 총신 출신 답지 않은 시각은, 성경을 문자가 아닌 맥락에서 이해하고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성윤리에 대한 근거가 문자적 해석이 아닌 그리스도의 복음적 가치, 억압과 종속이 아닌 자유와 정의와 평화아 사랑, 교제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p191). 이런 부분이 교단적 배경에 보았을 때 의외인데, 동성애 등의 문제 역시 이와같은 해석적 방법을 채택할 경우, 허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연 저자가 동성애 문제를 비롯한 기독교 윤리학의 각 사안마다 본문에 피력한 자신의 입장을 일관적으로 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본문 내용 중 기억할 만한 부분은 두어가지가 있었다. 
목사의 성적 타락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자고 제안한 부분이 있다. 구체적 대안까지는 나와있지 않으나, 어느 정도 구조적 시각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진일보한 태도다.
성서 해석에 있어서 번득이는 면도 있다. 예수님의 처형장을 지킨 여성들이 증인으로서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시각은 새로운 관점이었다. (기존에 이런 해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간 여성들이 없었더라면, 성서의 증언들이 어찌 살아남았겠냐는 질문도 신선했다. (물론 요한도 있었고, 회심했을 것으로 예상하는 로마 군인들도 있었지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직원들의 반응이다. 보수적 교회에서 가부장적 권위 아래서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본문의 내용에 대한 공감이 큰 편이었다. 그리고 급진적이기 보다 지금의 처지에서 약간의 개선을 요구하는 어조에 도리어 편안해 하는 것 같다. 아니 어느 정도는 이 책의 온건한 주장 조차도 약간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면이 있었다. 어찌보면 이 책의 타깃은 그런 처지에 있는 여성들, 특히나 합동 교단에 속해있는 여집사님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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