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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티마이오스 ㅣ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2
플라톤 지음, 박종현/김영균 옮김 / 서광사 / 2000년 2월
평점 :
요즘 플라톤의 저술인 티마이오스를 읽었는데, 와우~ 정말 핫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사실 이전에 과학철학을 강의하면서 플라톤의 자연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 탓에, 책 내용의 핵심은 이미 알고 있었긴 하다. 세상의 기본 요소인 '지수화풍'을 '정사면체'나 '정12면체', '정20면체' 등으로 구분한 부분은 너무나 유명하다. 조화평균, 산술 평균에 대한 이해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그리고 이것을 우주의 원리로 승화시켜 나가는 장면도 창의적이다. 고대인들이 나름 얼마나 합리적으로 우주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는지 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책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주의 탐구에는 선한 신의 전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물리 화학적 지식이 급증한 현대라 하더라도, 2500년전 플라톤 시대의 사람들에 비해 더 큰 지식의 진보가 있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상을 설명하는 능력은 늘었지만, 현상의 본질적 이유를 파악하는데는 그저 질문하지 않는 것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갈릴레이 이후그저 어떤 현상을 기술하는 것에는 능하나,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를 묻는 것은 금기시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가끔 나오는 여성 비하의 부분에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 남자가 선하게 살지 못하면 다음 생애에는 여자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다른 책에서는 플라톤이 여성에 대해 그 시대에 예외적일 정도로 남녀의 동등성을 설명하기도 한다는데, 적어도 이 책에서는 분명히 여성은 열등의 존재이다. 요즘 시대라면 고전은 커녕 그저 까이느라 너덜너덜해졌을 테다.
더불어 한의학적인 부분에서 고대 그리스의 인체관과 동양의 사고 방식이 유사한 측면들이 있다. 양쪽 인체관의 차이라면 한의학이 인체의 정신과 감정 들을 각 장부의 활동에 분산시켜 순환적, 상호의존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플라톤은 모든 인체의 활동은 정신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다만 폐에 대한 설명이 재미있는데, 한의학에서도 폐는 심장의 화를 감싸서 식혀주는 역할로도 설명하는데, 플라톤 역시 폐는 심장의 열을 감싸주고,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스펀지로 해석한다. 참 재미있는 통찰이다.
최근 에우프티론, 변론, 크리톤 등의 초기 대화편과, 국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파르메니데스 등의 후기 작품들을 하나씩 보는 중이다.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하긴 해도, 이제서야 고대 그리스의 원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