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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만난 하나님 - 한국교회에서 여성의 하나님을 말하다
강호숙 지음 / 넥서스CROSS / 2016년 10월
평점 :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말 그대로 평이하고 쉽다. 사실 새롭고 쇼킹한 것에 익숙한 입장에서는 책 내용이 너무 밋밋하다.
여기에는 저자의 배경이 주는 효과가 있는듯 하다. 저자는 보수적인 남성중심적 교단에서, 그 교단의 가부장주의에 저항하며 살아온 분이다. 그럼에도 그 저항의 한계는 어쩔 수 없나보다. 책에서 드러나는 대안들은 생각보다 온건하며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그가 했던 투쟁도 결국은 보수의 지붕을 한번에 뚫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은 기존 교회의 체제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 부재하다는거다. 메가처치화 되어가는 상업주의적 교회에 대한 근본적 반성에서 시작하기 보다는, 교구를 꾸릴 정도의 큰 교회에 여성의 참여가 많아져야 한다는 정도의 제안에 그치기 때문이다. 좀 더 도발적으로 교회의 근본적 구조를 건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나마 총신 출신 답지 않은 시각은, 성경을 문자가 아닌 맥락에서 이해하고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성윤리에 대한 근거가 문자적 해석이 아닌 그리스도의 복음적 가치, 억압과 종속이 아닌 자유와 정의와 평화아 사랑, 교제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p191). 이런 부분이 교단적 배경에 보았을 때 의외인데, 동성애 등의 문제 역시 이와같은 해석적 방법을 채택할 경우, 허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연 저자가 동성애 문제를 비롯한 기독교 윤리학의 각 사안마다 본문에 피력한 자신의 입장을 일관적으로 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본문 내용 중 기억할 만한 부분은 두어가지가 있었다.
목사의 성적 타락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자고 제안한 부분이 있다. 구체적 대안까지는 나와있지 않으나, 어느 정도 구조적 시각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진일보한 태도다.
성서 해석에 있어서 번득이는 면도 있다. 예수님의 처형장을 지킨 여성들이 증인으로서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시각은 새로운 관점이었다. (기존에 이런 해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끝까지 예수님을 따라간 여성들이 없었더라면, 성서의 증언들이 어찌 살아남았겠냐는 질문도 신선했다. (물론 요한도 있었고, 회심했을 것으로 예상하는 로마 군인들도 있었지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직원들의 반응이다. 보수적 교회에서 가부장적 권위 아래서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본문의 내용에 대한 공감이 큰 편이었다. 그리고 급진적이기 보다 지금의 처지에서 약간의 개선을 요구하는 어조에 도리어 편안해 하는 것 같다. 아니 어느 정도는 이 책의 온건한 주장 조차도 약간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면이 있었다. 어찌보면 이 책의 타깃은 그런 처지에 있는 여성들, 특히나 합동 교단에 속해있는 여집사님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