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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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수준 높은 영어 학습서를 편찬하기로 유명한 사람in에서 최근 프랑스 사상가들의 글을 번역한 서적들을 소개해 줘서 기쁜 마음으로 독서를 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단절(들)』인데 프랑스어 원서에도 ‘Rupture(s)’라고 복수형 어미를 괄호로 부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꼴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문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 클레르 마랭(Claire Marin)이 저자인데 프랑스에서 지금까지 10만 부가 넘게 판매되며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고 있다고 해서 더더욱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프랑스어에서 단절(rupture)은 단번에, 정확하게, 깔끔하게 절단(coupure)되는 것과는 다른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전에 가지고 있던 온전한 부분으로 원상복귀는 절대 불가능한 지극히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단절은 뿌리채 뽑혀 나가는 육체적·신체적 경험으로 우리가 택한 것이든, 겪은 것이든 아무리 자발적이고 단호한 것일지라도 가족, 친구, 연인, 주변 사람들과 절연하는 것, 직업, 국적, 언어를 바꾸는 것은 우리에게 관계 이상의 것을 만들어 냅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단절을 경험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부모를 의미하는 ‘parent’에도 이미 분리( séparation)와 유사한 어원이 내포되어 있음을 지적한 작가 리디아 플렘의 말을 인용하면서 부모란 결국 세상에 자식을 내놓음과 동시에 분리를 가르치는 자라고 암시합니다.

 

때론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 단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분리하기 힘든 것은 우리가 늘상 말하는 ‘자아’인데 우리는 왜곡된 자아상을 나라는 자아로 착각하며 타인에 맞춰 인생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타자와의 분리를 인정하고 이를 잘 연습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지난번에 발췌해서 읽었던 몽테뉴의 ≪수상록≫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단절은 우리 삶에 필연적인 사건이고 우리의 삶은 단절의 연속인데 고통스럽기만 한다면 희망이 전혀 없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절은 자아를 잃을 위험도 존재하지만 단절로 인해 새로운 정체성(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우리를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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