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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일상에서 이렇게 문명을 바꿀 줄이야 - 세계사를 바꾼 문명의 생성과 문화인류 이야기
홍익희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대마다 중요한 자원은 달라졌지만, 이를 확보하려는 국가와 세력의 경쟁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의 패권을 바꾸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자원을 가진 국가가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날 러·우 전쟁, 미· 이란 전쟁을 봐도 자원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과거뿐 아니라 미래의 세계 정세를 이해하는 척도가 된다.

체인지업에서 최근 출간한 『물질이 일상에서 이렇게 문명을 바꿀 줄이야』에서는 앞표지의 5컷 만화가 보여 주듯이 세계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물질의 예로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어느새 세계사를 정주행하게 된다. 소금부터 석유에 이르기까지, 로마 황제부터 미국의 역대 대통령까지 자원을 둘러싸고 패권 전쟁을 벌이는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비교적 최근까지 소금은 국가가 관리하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일례로 로마 제국은 이탈리아 남부 조그만 어촌의 소금 상인들이 모여서 만든 나라라고 한다. 고대와 중세에는 소금이 생존에 필수적인 도구였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국가는 막대한 부를 얻었다. 소금을 둘러싼 세금과 무역은 국가 재정을 뒷받침했으며 소금길을 장악한 세력은 정치적 영향력도 함께 키웠다. 참고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는 이름 자체가 ‘소금 성’으로 이곳의 영주인 주교와 독일 황제 간에 소금 독점을 위한 전쟁이 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모피는 추위를 막는 옷감에서 출발했지만, 더 좋은 털가죽을 얻으려는 욕망은 시베리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개척을 앞당겼다고 한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모피가 중요한 자원이었다. 비버 모피 모자는 프랑스와 영국과 같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유럽인들은 모피 무역을 장악하기 위해 신대륙의 원주민과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북아메리카의 영토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결국 영국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15세기 이후에는 향신료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후추와 정향, 계피, 육두구 등은 유럽에서 금만큼 귀하게 여겨졌으며, 이를 직접 확보하기 위해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신항로를 개척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 마젤란의 세계 일주 등의 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모두 후추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서 비롯된 일련의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와 영국도 향신료 무역에 뛰어들면서 식민지 경쟁이 시작되었고, 유럽 국가들은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네덜란드는 육두구의 산지, 인도네시아의 반다 제도와 사탕수수의 산지 수리남의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서, 식민지 ‘뉴욕(현재 세계 경제의 중심)’을 영국에게 넘겨 주기까지 한 바가 있다.
제국주의 시대의 중요한 자원으로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을 더할 수 있는데 유럽 열강은 다이아몬드 광맥을 차지하기 위해 아프리카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만행을 일삼았다. 제국주의 국가에는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자원을 빼앗긴 지역의 주민들은 식민 지배와 강제 노동으로 수탈의 고통을 겪여야 했다.
석유는 국가의 힘과 안보를 좌우하는 자원으로 20세기의 여러 전쟁에서 석유를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공장, 발전소, 비행기, 배, 자동차를 움직이는 핵심 에너지원이 석유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최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는 OPEC의 시장 조절 능력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오랜 기간 동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세계 곳곳의 무역관을 누비며 소금 한 줌에서 석유 한 방울까지의 물질이 세계사를 움직이는 데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인문 교양’의 시작으로 누구나 읽어 볼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