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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 말하기 -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맛깔나게 빨리빨리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말주변이 없기도 하고 평소 말도 느린 편이라서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려면 말할 타이밍을 종종 놓치곤 했습니다.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기 마련이라 의사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글로 소통하는 일에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데 아무래도 직접 대면해서 눈을 맞추고 함께 호흡하는 일에는 쉽게 기가 빨린 것 같습니다.

최근, 21세기북스에서 문화심리학자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김정운 선생님이 집필한 『말하지 않고 말하기』라는 신간이 나왔는데 소통의 본질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통이란 말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 표정, 몸짓과 같은 신체언어, 심지어는 침묵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 의미를 공동으로 구성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에 불과하며 나머지 93%는 비언어적인 요소들로 채워진다고 하는데 말하기 교육에서 그동안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너무 외면 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쓴 석박사 논문 주제였던 비고츠키(Lev Semenovich Vygotsky, 1896~1934))의 심리학을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그동안 흩어져 있는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와 이론,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는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는 환경인 AI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점점 확장되고 있지만, 정작 소통의 토대가 대는 비언어적 구조가 빠르게 붕괴됨으로써 상호주관적인 정서를 공유하는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과 발달 심리학자인 대니얼 스턴(Daniel Stern)의 엄마와 아기의 관계에서의 ‘정서 조율(affect attunement)’ 개념을 통해, 상호주관적 정서 교류가 자아 형성과 타자 이해의 토대가 됨을 보여 주었는데 대화의 참여자가 서로의 내적 상태를 공유하는 ‘상호주관적 공명’을 ‘정서 조율’이라고 개념화합니다. 아기가 엄마의 손길(touch)을 느끼면서 눈맞춤(eye contact)을 하며,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 양식을 교차하고 모방합니다.
인간의 소통은 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조율과 감각의 교차편집과 같은 ‘말하기 이전에 이미 말해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은 매일같이 SNS에서 떠도는 ‘좋아요’와 같은 거짓 감탄이 아니라, 서로에게 진정으로 감탄할 수 있는 ‘상호 존중’인데 서로의 존재를 진실되게 확인하는 경험의 회복을 위해서 저자는 인간만이 지닌 비언어적인 소통 방법(터치, 눈맞춤, 정서 조율, 순서 바꾸기, 함께 보기, 관점 바꾸기)을 주제 키워드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친밀감을 높이거나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묘술(어깨 두드리기, 팔 슬쩍 건드리기, 박수, 눈맞춤, 시선 처리, 표정, 억양, 침묵, 망설임 등)을 알고 싶다면, 이러한 정서 조율을 거쳐 상호주관적 의사소통이 순서 바꾸기(turn taking), 함께 보기(joint attention), 관점 바꾸기(perspective taking)를 통해 어떻게 완성되는지 보고 싶다면 이 책을 흥미진지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