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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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의 원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글래스 메이커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슈발리에의 소설은 처음이기에 이 작가가 역사 속에서 사라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작품 속에서 대변하는 세계적인 작가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작품을 읽기 전부터 꽤 흥미롭고 기대가 되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집필했듯이 슈발리에는 글래스 메이커에서도 인물과 사건을 역사서에서 고증하여 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재구성해냈다. 이번 작품은 르네상스가 한창인 시기(1486),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시작한다. 베네치아에서 수상버스, 바포레또(vaporetto)를 타고 10분쯤 가면 무라노 섬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곳은 아름다운 유리 공예로 유명한 곳이다. 섬을 둘러 보면 유리 공방에서 직접 유리를 불며 작업하는 장인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오르솔라 로소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유리 공방은 예로부터 남성들이 대를 이어 도제하는 가문의 일터였으나 오르솔라는 관습을 깨뜨리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오르솔라에게 유리 구슬을 제작하는 법을 알려 준 바로비에르 공방의 마리아 바로비에르는 실존 인물이고 장식 구슬인 로세타 구슬을 발명한 비즈 장인이다. 작가, 슈발리에는 이번 소설에도 생기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역사적 문헌 연구를 철저히 했고 심지어는 무라노에 가서 유리 세공 장인들과 작업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며 작품의 현실성을 살리고자 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섬세한 묘사와 상상력에 경외심이 스며들 수 밖에 없다.

 

물수제비를 뜬 조약돌이 수면 위를 튀어 서너 번 날아가는 것처럼 글래스 메이커에서 시간은 몇 세기를 건너뛰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리 공예를 포함한 예술 작업이 몰입이라 부르는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독서도 몇 시간이 흘러간 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슈발리에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1486년의 아홉 살 오르솔라가 500여 년을 가로질러 2020년대 예순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사회적인 배경을 살펴볼 수 있고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역사에서 인정 받지 못한 이름 없는 범인(凡人)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한계도 마주 볼 수 있다. 자칫하면 모양과 색깔이 일그러지는 유리 공예처럼 우리의 인생도 계획한 바대로 척척 진행되지 않지만 푸른 돌고래를 잊지 말자.

 


조만간 이 작품도 영화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바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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