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자의 맛 - 미자언니네 계절 담은 집밥 이야기, 개정판
선미자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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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혼자 살며 집밥을 해 먹는다는 것은 보통의 부지런함과 내공이 쌓이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장을 보고 요리하는 것 자체는 즐거움을 넘어 어느 새 큰 마음을 먹어야 벌일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어쩌다가 집밥 한 번 해 먹으려면 식당에서 한 끼를 때우는 것보다 비용과 노력이 갑절 드니 맛집을 찾아가는 게 더 현명하다 싶다.

 

좁디 좁은 홍콩의 아파트에서 생활해 본 적이 있다. 홍콩섬과 구룡반도에서 벗어난 신계지에 자리를 잡은 터라 어느 정도 크기의 생활 공간을 확보했고 주방 또한 있었으나 다수의 홍콩인들처럼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고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거나 포장해서 먹는 게 다반수였다. 때때로 지인의 식사 초대를 받으면 장소가 으레 식당이 아니면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마련된 BBQ 파티여서 미식의 도시, 홍콩 사람들의 집밥은 대체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1년의 홍콩 생활 중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한-홍 커플이 있었는데 형수님이 월마다 집밥 바구니를 보내 주셔서 외로운 이방인을 위로해 주셨다. 그때도 요리를 잘 못했기에 한국 식료품점에 들러 답례로 깻잎 무침이나 다른 반찬을 사 드리는 게 나로서는 최선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집밥 바구니로 인해 감사한 마음과 온정이 아직도 가슴 한 곳에 새겨져 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선미자의 맛을 쓴 저자도 사춘기에 접어들며 말문이 꽉 닫혀 버린 아들과 다시 대화를 잇게 해 준 것이 바로 음식이었다고 고백한다. 말로는 닿지 않던 긴장되고 불편한 마음도 정성이 담긴 한 그릇의 음식 앞에서는 무장해제 된다.

 


시중에 다양한 집밥 레시피가 소개된 요리책들이 즐비하지만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뭐니뭐니 해도 테이블 세팅과 화소반이다. ‘보기 좋은 떡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듯이 검은색, 회색, 진회색, 와인색, 아이보리, 그린의 여섯 가지 유약 색상의 화소반에 담긴 미자 언니네집밥은 플레이팅의 완성도를 더한다. 조선뉴스프레스 여성조선의 전문사진기자가 찍은 집밥 사진은 생생하기가 최근에 본 요리책 중 으뜸이며 음식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요리연구가로 변신하기 전 저자의 직업은 의상디자이너였다고 하던데 요리를 그릇에 담는 법부터 테이블에 정렬하는 것까지 이 모두가 예술 작품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140가지의 레시피는 결코 단순한 집밥이 아니다. 재료의 본연을 살린 계절을 담은 집밥이라 더더욱 특별하고 귀한 손님에게 대접할 때 드리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명란감태주먹밥과 봄나물밥은 홍콩 형수님이 서울에 방문하다면 직접 해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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