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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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요란 조용하고 잠잠한 상태를 의미한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태이기에 연기는 똑바로 올라가고 바다에서의 수면은 잔잔하다.

 

우리는 어느 때 고요함을 바라게 되는가. 소음과 소란, 번뇌가 폭풍이 휘몰아칠 때, 세상사 욕심으로 마음이 혼탁해지고 번잡할 때, 고통이 끊이지 않을 때 나만의 고요를 찾고자 한다.

 

도종환 시인의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가 최근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도종환이란 시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아주 어렸을 때 그가 쓴 시집 접시꽃 당신이 방 안 서재에 꽂혀 있어서였다. 죽음을 앞둔 아내에 대한 순애보를 그린 이 시집은 그 시절 당대 최고로 유명했던 배우(이보희와 이덕화) 주연으로 영화화되었고 실화에 기반한 슬픈 사랑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시인의 이름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던 건 노처녀 막내 이모 때문이기도 한데 시인이 아내와 사별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재혼을 했다는 뉴스를 들은 이모는 그 시집을 버리기까지 했고 사랑의 덧없음을 덩달아 맛보기도 했으니 시인의 이름은 사랑의 배...로 내게 남아 있었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고 깊이 사랑을 한 자만이 사랑의 아픔도 알고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으며 시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건 세월을 겪으며 알게 된 사실이나 정치인으로 변신한 시인의 정체성은 또 한 번의 충격을 주었다.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 정치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거늘 필사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시를 읊는 시인이 굳이 난장에서 거센 바람을 겪고 탁한 곳에서 호흡해야 했던 것인가 그의 시어에 의심할 때가 있었다.

 

고요로 가야겠다는 그의 다짐이 다시금 문학에 정진하겠다는 마음이리라 생각했는데 작품 해설을 맡은 평론가에 따르면 시인은 단 한 번도 문학을 떠난 적이 없고 꾸준히 시를 쓰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았는데 이러한 산물이 이번 시집이라고 한다.

 

도종환, 그가 출간한 모든 시집을 통틀어 가장 부드럽고 다정한 형식의 시집이 고요로 가야겠다라고 평론가는 단언하는데 이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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