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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사이 료의 새로운 소설 『생식기』가 리드비에서 출간되었다. 가장 최근 2021년에 출간한 『정욕』은 2009년 데뷔작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에 이어 영화화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오늘의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유명한 일본 작가에 대해 아는 바는 전무했었다.
은색의 바탕에 무지개 빛으로 멍든 듯한 사과가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사과는 물기 촉촉 신선해 보이면서도 베어 물기에는 꺼려지는 이중적인 마음을 들게 한다. 전작 『정욕』에 이어 제목부터 생식기라니 뭔가 심상치 않다.

일곱 개의 장 중 세 번째 장을 펼치기 전까지 책 제목이 소위 거시기를 의미하는 신체의 일부인 생식기(生殖器)인 줄만 알았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표지를 괜스레 손가락으로 가리기까지 했으니 참 좀스럽기도 하고 편하지 않은 독서 행위였다.
작가 아사이 료는 의도적으로 한자 하나를 바꿔 생식의 기록을 뜻하는 이야기, 생식기(生殖記)를 세상에 내 놓았다. 이 책의 주인공, 다쓰야 쇼세이는 서른 두 살의 회사원이자 독신 남성이다. 주변에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에 무관심하다. 또한 수컷 개체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생식 기능,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도 기여하지 않는다.

『생식기』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던 화자, 거시기인 ‘나’가 쇼세이의 몸의 일부로 생활하면서 매일 그의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형식의 독특한 소설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하며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사회에서 당연히 옳다고 여기는 것들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며 살아간다. 공동체가 추구하는 길에서 벗어난 개체는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작가 아사이 료의 세상을 비틀어 보는 이 걸작을 통해 지금까지 정상적이라고 또는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여겼던 기존의 가치를 새롭게 재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