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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파리 여행지도 2026-2027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파리 여행 가이드북 ㅣ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5년 9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파리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본 적이 있다. 학교에서 어학 연수비만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터라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어학당을 찾고 지낼 숙소를 구하는 일 모두는 알아서 해결해야만 했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는 선배와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낸 후 나 혼자 프랑스 고속열차(TGV)를 타고 파리 동역(Gare de l’Est)에 내렸을 때의 스산한 그 겨울날 밤안개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앞으로 파리 생활은 앞을 바라볼 수 없는 나날이 되겠구나.

매사에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유형의 인간은 못 되었기에 네이버 카페 유○에서 추천하는 민박집을 검색해서 무작정 찾아갔다. 마침 빈방이 있어 처음 일주일은 조선족 이모가 관리하는 곳에서 아침, 저녁을 먹으며 어학당을 오고 갔다. 거처하는 곳과 학원의 동선이 트렌디한 마레지구에 위치해 있어 오밀조밀한 작은 상점을 구경하거나 센터의 공연이나 전시물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기에 파리를 왜 예술의 도시라 하는지 짧은 시간에 체험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 자고 일어난 날 처음 향한 곳은 파리의 유명 관광지도 아닌 비록 어학원이었지만 석조 건물이 나름 꽤 인상적이었고 빠리지앵(Parisien)으로 살아가기에 첫날은 나쁘지 않았다. 파리에 도착하면 제일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었던 나는 학원 등록을 마치고 개선문이 있는 샹젤리제(Les Champs-Élysées)로 콧노래를 부르며 갔었다.

파리에서 제일 많이 간 곳은 에펠탑이다. 한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15구, 라 모트 피케 그르넬(La Motte-Picquet-Grenelle)에 이후 둥지를 틀었기에, 저녁을 먹고 개똥 밟기를 조심하며 동네 마실을 나다니다 보면 어느 새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여대는 에펠탑을 넋놓고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추울 때는 뱅쇼(vin chaude) 한 잔을 하면 더 좋고.
타블라라사의 에이든 파리 여행지도(2026/2027)를 받고서 처음 한 일은 파리에서 살았을 때의 기억 더듬기였다. 내가 거한 숙소는 어디였고 나는 무엇을 하며 젊은 날을 파리에서 방황했을까. 지도를 보면 볼수록 내게 주어진 그 때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것 같은 분한 마음이 든다. 평생 파리에서 지낼 것도 아닌데 너무 여유작작 집, 학교만을 오고 간 듯한 범생이(?)의 삶을 반성하게 된다.

타블라라사의 여행 지도는 아날로그 여행 감성을 되살리기 좋은 선물 세트다. 책 상자(book box) 안에는 A1 사이즈의 방수용 대형 지도 2장과 파리의 각 지구별 특정 관광지 중심의 소책자형 맵북, 여행 계획을 짜는 트래블 노트와 가고 싶거나 다녀온 곳을 표시할 수 있는 플래그 스티커가 함께 들어 있다. 구글맵이 워낙 잘 되어 있는데 굳이 번잡스럽게 종이 지도를 들고 다니나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여행 동선을 짜는 데는 이런 대형 지도야말로 딱 안성맞춤이다.
파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는 독자들, 나같이 무계획인 사람들에게는 이 여행지도 세트가 딱이다. 우선 aiden TRAVEL NOTE를 펼쳐 보셔라. 트래블노트에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할 거리(TO DO LIST), 놓쳐서는 안 될 꼬 가 봐야 할 곳(LANDMARK LIST), 그곳에서 해 보면 좋을 활동(MUST DO ACTIVITIES LIST), 쇼핑할 거리(MUST BUYING LIST), 먹을 거리(MUST EAT LIST) 등이 잘 부기되어 있다. 매일 매일 알차게 미션을 수행해 보자.

파리의 여행 일정과 감흥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는 메모 노트에 아낌없이 기록하고 Flag Stickers 100개를 다닥다닥 붙여 가면서 여행을 준비할 수도 있고 여행을 다녀와서의 후기도 남길 수 있다.
요즘 파리를 배경으로 한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azar)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 에이든 여행지도를 통해 주인공들의 동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