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질문 - 내 삶을 바꾸는 경이로운 힘, 개정판
바이런 케이티·스티븐 미첼 지음, 김윤 옮김 / 침묵의향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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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언어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언어가 우리를 지배한다. 언어가 등장하여 지각을 물들일 때, 우리의 지각은 사실의 영역에서 의미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나’는 언어가 만들어낸 의미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사실의 영역에 머무를 땐 ‘나’도 하나의 사실이 된다. 생각도, 모든 것도, 심지어 탐진치조차 해석되지 않고 사실의 영역으로 보아질 때는 번뇌가 아닌 것이다.


생각에 함몰된 지각이 생각 속에서 빠져나와 그 바탕에서 생각을, 언어적 사유를 응시하게 될 때. 우리는 그러한 사유와 생각이 우리가 눈을 깜빡이거나 코로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생리적 부수작용에 불과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생각과의 동일시로부터 벗어난 삶은 놀랍도록 가뿐해진다. (요점은 생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이 '나'라고 얘기하는 것을 진짜 '나'라고 믿습니다. 어느 날, 숨 쉬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숨쉬어지고 있었습니다. 또 놀랍게도,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는 내가 생각되어지고 있었고, 생각은 개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오늘 생각하지 않겠다"고 생각해도, 이미 늦습니다. 이미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저절로 나타납니다. 구름이 텅 빈 하늘을 가로질러 흘러가듯, 생각은 허공에서 나와 허공으로 돌아갑니다. 생각들은 와서 머무르지 않고 지나갑니다. 진실이라 믿고 집착하지만 않으면, 생각은 조금도 해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생각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럴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생각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생각을 이해로 만납니다. 그러면 생각이 나를 놓아줍니다.


생각은 산들바람이나 나뭇잎,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같습니다. 생각은 그렇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질문을 통해서 생각들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빗방울과 다툴 수 있나요? 빗방울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괴로운 생각을 이해로 만나면, 다음에 그 생각이 나타날 때는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에는 악몽이었던 생각이 이제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다음에 그 생각이 또 나타날 때는 웃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아예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있는 현실을 사랑하는 힘입니다.


------p.38~39, 바이런 케이티 저, <네 가지 질문>


바이런 케이티는 미국의 떠오르는 영성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삶의 부조리한 고통이 '생각'을 직면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대상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잘 정제된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아주 정교한 외과의처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한 믿음'을 예리한 질문 몇가지로 해체시킨다.


이를테면 이런 것. 현재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명제를 이야기하도록 한다. 이를테면 '그(그녀)는 나를 괴롭게한다'라는 식의. 바이런 케이티는 이 명제에 스스로 네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첫번째 질문, 그것이 진실인가? 두번째 질문, 그것이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가? 세번째 질문, 그 생각을 믿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네번째 질문, 그 생각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문제라고 믿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상이 아닌, 현상에 대한 자신의 해석(생각)임을 확인케하고, 그 해석(생각)의 대상성을 부각하여 생각이 내가 아님을 깨닫게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특별한 지도자 없이도 스스로 종이에 네 가지 질문을 적어가며 자신의 '생각에 대한 믿음'을 해체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아주 예리하고 심플한 기법을 통해 '생각'을 조사케하고, 그 조사의 결과로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게 한다. 저자 자신도 언급하듯이, 이 기법은 마치 달마와 혜가가 나눈 안심법문을 연상케한다.


그녀는 현상을 다루지 않는다. 현상에 대한 해석을 다룬다.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현상이 아닌, 현상에 대한 해석임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의 가르침은 현실적인 상황들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다. 단지 그 현실적 상황들을 받아들이는 관점의 전환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이것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음은 생각을 통해서만 자기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각 말고 또 무엇이 있나요? 마음이 달리 어떻게 자기를 발견할까요? 마음은 자기를 위해 실마리들을 남겨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은 스스로 자기의 빵 부스러기들을 떨어뜨렸음을 깨닫게 됩니다(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에서 인용함-옮긴이). 마음은 그것 자체로부터 나오지만, 아직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탐구는 빵 부스러기들이 그것 자체로 돌아가게 하는 빵 부스러기입니다. 모든 것은 모든 것으로 돌아갑니다. 없음은 없음으로 돌아갑니다.


------p.364, 바이런 케이티 저, <네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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