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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 삶의 기록 ㅣ 21세기를 사는 지혜의 서 23
마 프렘 순요 지음, 손민규 옮김 / 태일출판사 / 2013년 7월
평점 :
오쇼의 자서전인줄 알고 샀는데, 오쇼의 제자가 오쇼와 함께한 날들을 기록한 일종의 로드에세이다. 원제는 Diamond days with osho. 오쇼와 함께했던 빛나는 나날들 쯤 되겠다. 저자는 영국인 여성인데, 특별히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다가 문득 원인모를 결핍감을 느끼고 오쇼의 수행 공동체를 찾게 된다. 그는 오쇼와 그의 수행 공동체 생활에 매료되어, 이전의 모든 생활을 처분하고 오쇼 수행 공동체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녀가 처음 맡았던 일은 오쇼의 옷을 세탁하는 세탁부. 이후 그녀는 오쇼의 비서가 되어 오쇼가 죽는 날까지 그를 시봉한다.
내용은 평이하다. 오쇼와 그 수행 공동체의 생활이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문장도 평이한 수준. 이따금 깨달음에 관한 진지한 통찰이 엿보인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음과 나 자신을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끊임없이 머리 속을 질주하는 생각들,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감정조차도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며, 감정적인 반응은 나의 인격을 구성하는 조건들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p.53
그러나 저자 개인의 통찰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은 책에서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 책의 팔할은 오쇼에 대한 예찬으로 점철되어있다. 저자는 솔직하게 오쇼에 대한 우상화를 고백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책의 시작과 끝은 모두 오쇼가 대단하고 매력적인 구루라는 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사실, 나는 오쇼를 보통 사람으로 보기가 참 어려웠다. 나는 그가 육체를 떠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사람으로 볼 수 없었다. 그가 얼마나 평범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차게 된 것은 그가 육체를 떠난 뒤의 일이다. 더 이상 그에게 의존할 수 없게 된 후에야 나는 그의 겸손함과 인간적인 약점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내게는 그를 신적인 존재로 본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나 자신의 깨달음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지 못했었다. 나 자신의 깨달음은 오쇼라는 엄청난 존재만큼이나 요원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 무기력 안에서 나는 계속 코를 골며 꿈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p.137
오쇼는 독특하다. 화려하고 재치있는 언변, 카리스마와 리더쉽, 신비주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외모와 패션은 그를 단순히 깨달은 구루가 아닌 깨달은 '매력적인' 구루로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를 꾸밀줄 알았다. 그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간에, 그는 스스로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 되었고, 서방의 결핍감을 느끼는 젊은 히피들 또한 그런 매력적인 상품을 소비하는데 최적화되어있었다. 오쇼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타고난 장사꾼이다. 사기꾼이란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장사꾼이다. 그는 깨달은 구루로서, 자기 자신을 아주 잘 팔고 다녔다. 그 상품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이것은 그의 깨달음이 거짓이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그는 깨달았고, 정직했다. 그는 단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깨달음을 사실보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포장하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