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평점 :
뇌과학자가 뇌졸중을 경험한 흥미로운 이야기. 좌뇌가 만들어내는 언어의 부작용을 언급할 땐 그것이 마치 선zen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만 언어의 재잘거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제시한 해결책은 일시적 미봉책에 가깝다.
뇌졸중이 일어났던 날을 되돌리자면 달콤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좌뇌의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자 신체 경계를 인식하는 능력이 피부 끝까지 미치지 못했다. …이제 정상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세상과는 멀어진 듯 보였다. 나는 신경이 파괴되는 재앙에서 살아남지 못한 게 분명했다. 질 볼트 테일러는 이날 아침에 죽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누구일까? 내 좌뇌가 파괴되었다면 오른쪽 나는 누구지?
"나는 질 볼트 테일러야. 신경해부학자이고 이 주소에 살며 연락처는 이렇게 되지" 하고 말하는 언어 중추가 침묵하자 더 이상 내가 그녀여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참으로 기이한 인식의 변화였다. 나에게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려주는 감정 회로와 그녀의 비판적 판단 패턴을 알려주는 자아 중추가 없어졌다. 나는 더 이상 그녀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만만치 않은 양의 세포가 파괴되었으므로 다시 그녀가 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도 없었다.
질 볼트 테일러,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