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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름
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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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대항하기 어려울 정도로 낯선 위기를 마주할 지도 모른다.

평범한 출근길 오전에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는다거나,

겪어보지 못했던 진도의 지진을 경험한다거나,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나 절친한 친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거나 하는...


그런 위기 속에서 우리 인간은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

겪어보지 못한 불안에 저항해봤자 우리는 더 상처 입을 뿐이다.

아픔을 줄이기 위해 맞을 때마다 몸을 숨기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 위기가 찾아오면 조급해져서 쥐구멍으로 숨고자 한다.


그렇게 설령 위기로 점철된 세계가 찾아온다 하더라도

우리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한다.

소설집 '사랑의 여름'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안과 위기에 빠진 존재들이

고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이야기의 다음 장을 완성하기 위해

제각각 자신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이야기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때로는 공포스럽기도 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들은 어떤 불안을 마주하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 불안 속에서 한 걸음을 뗄 수 있을까?

불안의 세계에서 꿈틀대는 여덟 존재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집 '사랑의 여름'

한 번쯤 추천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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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호신 크리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0
이송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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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에게도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을까?

내가 위급할 때마다 '짠'하고 나타나서 나를 구해주는 그런 수호신의 존재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 소설은 바로 주인공과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현현한 귀여운 수호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얄팍한 정의감과 오지랖으로 엄마를 잃었다고 생각한 주인공 '이한조'는 죄책감으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끊는다. 그러나 자신의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지승현'과 그런 지승현을 괴롭히는 '권승재'를 두고 보기가 어려웠던 한조는 결국 지승현을 위기에서 구하다가 권승재 패거리에게 린치를 당하고, 그 바람에 엄마의 유품이자 선물이었던 '크리커(양궁에서 힘을 조절하는 장치) 목걸이'까지 잃어버리고 만다.


한편, 공원에서 정신을 잃었던 한조는 자신이 누군가의 무릎을 베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그 무뤂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 게다가 그 여학생은 자신이 바로 한조의 수호신이며, 한조의 성장을 돕기 위해 세상에 내려왔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데...


<나의 수호신 크리커>는 세상에 한없이 무관심해진 한 소년과, 그런 소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직접 세상에 내려온 귀여운 수호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호신은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학생으로 나온다. 엄청난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미래 예지 능력도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수호신 크리커는 그저 '한조'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조와 그 주변의 세상을 변화시킨다. 학교 내의 왕따 문제, 그리고 부조리에 저항하려다가 굴복당한 양궁 선수의 이야기 등 지금도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무겁지 않은 문체로 다루면서 우리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수호신의 존재는 단순히 수호신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이 스스로 성장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다. 왜 수호신이 평범한 10대처럼 묘사되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그 또래의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수호신'이기 때문은 아닐까? 좌절한 양궁 선수에게 힘이 되어준 '한조'와, 세상과 등진 '한조'를 다시 한 번 밝은 세상으로 발돋움하게 해 준 반 친구들. 이들이 모두 서로의 수호신이 되어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수호신은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가 위로를 느끼고 도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누구도 수호신이 될 수 있다.


"달이 기울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 그림자 하나가 뛰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에 또 하나의 수호신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저 달은 알겠지.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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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2021-11-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여자가 수호신이고, 남자가 주인공이에요??
재미 있을 것 같아요!!
 
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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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다. 일곱 마리의 고양이와 주인의 일상을 다룬 채널이다. 귀여운 고양이들의 애교와 함께 살아가는 집사의 모습을 보면 괜히 나까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진다. 다같이 밥을 먹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그 고양이 채널의 이면에는 매일 고양이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키고 밥을 먹이는 주인의 고충이 숨어 있다.


우리는 모른다. SNS와 각종 영상 매체에서는 반려동물들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습만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은 좀처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한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곧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반려동물과 인간이 일방적인 관계도 아님을. 특히 반려동물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현대에는 그런 의식이 좀 더 각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모두의 공존을 위한 것임을 이 책은 역설하고 있다. 일곱 명의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지어낸 반려동물과 인간의 이야기. <왜 자꾸 나만 따라와>는 반려동물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에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가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와 연결된다는 사실과, 반려동물과 일생을 보낸다는 것은 한 생명을 자신의 일생의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다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강아지와 고양이 말고도 독특한 생물이 등장한다. 앞발이 기형인 거북이, 인간과 평생을 함께 하도록 설계된 공생동물, 그리고 각종 동물들의 유전자를 배합하여 탄생한 개인 맞춤형 반려동물까지. 비현실적인 공간 속에서도 반려동물은 늘 인간과 함께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따스한 표지와는 달리 꽤나 심오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자신을 공격한 공생동물을 버리려는 주인공이 등장하는가 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여학생이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불안정하며, 그 불안정한 주인공들은 각자의 처지와 비슷한 반려동물을 만나며 성장해 나간다. 때로는 성장보다는 무책임한 양육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최영희, 「누덕누덕 유니콘」


“아니요. 그냥 그 녀석이 맘에 들어요. 용감하고 굴도 잘 파잖아요.”


어느 먼 미래, 유전자 설계로 인간과 짝을 지어 태어나는 반려동물인 ‘공생동물’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공생동물’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중형견 크기로 개량된 백마 ‘유니콘’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유니콘 대신, 뉴트리아랑 비슷하게 생긴 ‘퍼슬’이라는 공생동물을 입양했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퍼슬’은 어느 날, 먼 상수리나무 숲에서 주인공이 있는 마을까지 내려온다. 그러나 ‘퍼슬’은 주인공의 팔에 상처를 낸다. 이에 주인공은 ‘퍼슬’을 포기하고 새로운 공생동물로 ‘유니콘’을 맞으려 한다.


이희영, 「피라온」

“우린 절대 너를 혼자 두지 않아.”


주인공 ‘미르’는 ‘송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기른다. ‘송이’는 누군가가 공사장에 버리고 간 강아지로, 공사장 인부의 횡포에 시달리다가 주인공의 엄마에게 구조된 유기견이었다. 미르의 가족은 ‘송이’를 미르의 동생처럼 키운다. 그러나 ‘송이’는 가족들을 경계하고, 늘 식탁 아래에 숨어 지낸다. ‘송이’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리고 미르는 어째서 송이에게 ‘자신은 너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말한 것일까.


이송현, 「스위치, ON」

“아직은 아냐. 꼬부기 넌 빠르게 달리는 법을 아직 안 배웠잖아.”


캐나다로 이민을 간 ‘다온’은 하키 경기 도중 상대 팀 선수의 모욕적인 인종차별에 분노하여 선수를 때렸다는 이유로 경기에서 제명된다. 스스로 자신을 ‘스위치 오프’라고 칭하며 좌절한 다온은 어느 날,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 모래 구덩이를 힘겹게 나오는 어린 거북이를 만난다. 앞발이 기형이라 바다로 나가는 것조차 힘겨웠던 거북이. 다온은 그 거북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낯선 땅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며 괴로워하던 다온과 기형인 앞발로 인해 모래사장을 벗어나지 못한 거북이. 종족은 달라도 처지는 비슷했던 두 존재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로 한다.


최양선, 「냄새로 만나」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강아지는 코로 세상을 봅니다.”


‘서진’은 다른 사람들보다 민감한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도 떨어져 지내게 된 ‘서진’은 게임에서 만난 질 나쁜 친구들의 횡포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빌라에 사는 이웃집 누나가 서진에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만나’를 맡겼다. 강아지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었던 서진은 우왕좌왕하며 ‘만나’와 하루를 같이 보낸다.


김학찬, 「고양이를 찾」

“착하다는 말도 이상합니다. 어떤 고양이가 착한 고양이입니까.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귀여운 고양이고, 어떻게 생긴 고양이가 못생긴 고양이입니까.”


길고양이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나’는 집 앞에 누군가가 고양이 밥그릇을 놓아둔 것을 보고 경고문을 썼다. 자신을 노려보는 고양이가 못마땅했던 ‘나’는 고양이를 걷어차려고까지 한다. 그러나 고양이를 차려던 ‘나’는 오히려 바닥에 넘어져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는다.


김선희, 「시벨」

“초록색 별이 소리를 냈다. 말하는 별이라고 생각하는데 별이 깜빡거렸다. 자세히 보니 그건 고양이 눈이었다.”


임대 아파트에서 산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던 ‘찬구’는 삶의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친구들의 폭행, 선생님의 무관심,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사는 가족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찬구’는 자살을 결심하고 뒷산에 올라가 약을 먹는다. 그러나 찬구는 자신의 배를 짓누르는 통증과 ‘골골’거리는 소리에 의식을 되찾는다. ‘찬구’의 앞에는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가 있었다.


한정영, 「돌아온 우리의 친구」

“야생 본능이 제어가 안 되어서 발생한 일이라면 불량품이나 다름 없잖아요.”


‘도아’는 ‘루이’라는 이름의 반려동물을 키운다. ‘루이’는 강아지와 다른 동물의 유전자 배합으로 만들어진 ‘캐양이’라는 동물이었다. ‘캐양이’는 특정 동물의 모체에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배합하여 만들어진 개인 맞춤형 반려동물이었다. ‘도아’는 캐양이를 키우는 자신이 뿌듯했고, ‘루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정원에서 목이 떨어져 나간 비둘기가 발견되고, 집 안에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죽은 쥐 시체가 발견된다. ‘도아’는 이 끔찍한 참극이 ‘루이’가 벌인 짓이라 생각하고 ‘캐양이’를 관리하는 네오애니멀센터에 ‘루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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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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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이 나온 지 7년만의 후속작이 등장했다.


이번엔 '너를 위한 시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너를 위한 시간이라...과연 그 시간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 온조는 상점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난주와 이현, 그리고 혜지를 내세워 새롭게 출범한 '시간을 파는 상점'은 학교 지킴이 아저씨의 해고를 막아달라는 첫 의뢰를 받는다. 과연 가능할까?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비록 학교를 위해 물심양면 힘써준 아저씨지만, 상부에서 결정한 일을 학생들이 엎어버릴 수 있을까?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온조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해고 철회 시위를 시작한다. 사람이 과연 모일까하는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서서히 인파가 모이고, 무관심해 보였던 재학생들조차 시위대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비록 큰 행동으로 보여주진 못해도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시간을 내놓고, 또 그 시간을 다시 받아가면서 이어지고 있던 것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 2>는 전작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로 우리를 찾아왔다. 전작이 개인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작은 사회와 공동체 의식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이 온조 한 명에서 난주와 이현, 그리고 혜지로 늘어난 것도 어쩌면 '시간'은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매개하는 거대한 개념임을 상기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 놓는 것.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의 시간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시간을 내놓는 것은 단순히 그 시간에 남을 돕는 것뿐만이 아니다. 남을 도우면서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싹트는 공동체 의식과 이타적인 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결국 타인을 위한 시간은 곧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작품의 부제처럼 '너를 위한 시간'은 곧 '너'에서 확장되는 우리 사회의 모두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을 좋은 곳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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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위한 페미니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4
김진나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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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설이면서, 동시에 씁쓸함도 많이 느낀 소설이었다.


이 소설집에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섯 편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사춘기. 그 격동의 시기 속에서 어떤 소녀들은 외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짓궃은 장난의 희생양이 되며, 질 나쁜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 그리고 사회는 여전히 그런 소녀들에게 불평등의 잣대를 들이민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세상일까? 


이 소설은 그런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페미니즘, 더 나아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불평등한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바꾸기 위해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자유와 평등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고르게 지녀야 하는 당연한 가치이다. 짧지만 깊이 있는 다섯 편의 작품을 보면서 세상이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음을 떠올렸다.



다섯 편의 작품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꽃님 작가님의 '이제 소녀 같은 건 때려치우기로 했다'의 일부분. 어쩌면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몰래카메라 범죄와 청소년들의 연애나 성생활을 무조건적으로 금기시하고 여학생에게만 순결을 강요하는 사회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 솔이의 반 단톡방에 성율이라는 남학생이 자신의 여자친구 아린과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의 톡을 보내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성율은 주위 친구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아린은 같은 반 여학생에게까지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한편, 솔지의 친언니인 영지는 자신이 찍힌 영상이 유출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까지 휴학하면서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영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무조건적으로 영지의 남자친구를 비난하고, 몰래카메라가 찍힌 원인이 영지에게 있는 것처럼 영지를 나무란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같은 연애를 해도 여학생은 문란하다고 여겨지고, 엄연한 성범죄 피해자임에도 책임을 묻는 기형적인 사회 풍조가 드러난다. 그런 문제를 우리가 어쩌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상의 이야기로 끌어와 비판하는 동시에, 그런 풍조를 타파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남과 여라는 두 편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연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간만에 가슴을 울리는 책을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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