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

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이런사랑 

-이언 매큐언

 한 여름, 막 아픈 연애를 마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영원한 사랑에 관련된 책을 찾다가 이언 매큐언의 이런사랑 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언 매큐언이란 작가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만나는 건 처음인지라 기대와 설레임으로 책을 펴게 되었다. 책 표지에는 도로를 달리는 차 한 대와 큰 기구 하나와 거기에 매달려 있는 작은 사람. 깔끔하게 그려진 책의 표지안에  큰 기구에 매달려 있는 작은 사람을 보고서, 사랑에 끝까지 매달리려고 하는 뭐 그런걸 상상했다..그리고 어설프게 들은 정보로 영원한 사랑,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를 그린 그런 책이려니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나의 예상과는 많이 어긋났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추구하던 아름다운 사랑이 이렇게 병적으로 그려질수도 있는거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는 과학저술가인 조는 그는 사랑조차 분석하려고 하는 사람. 그리고 그의 여자 클라리사, 영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영원한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 그리고 패드 그는 한순간 끊임없는 사랑에 빠지는 병 드 클라랭보 신드롬에 빠져 조에 대한 광신도 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 이렇게 세사람이 등장한다. 어느날 여자친구 클라리사와  피크닉을 나온 조는, 강풍에 휠쓸린 기구를 붙잡지만, 어느 순간 한 남자가 줄을 놓고 떨어지고, 한 사람만 빼고 조와 다른 사람들도 줄을 놓아버리게 된고 줄에 끝까지 매달렸던 그 남자는 추락해 죽고 만다.

 그 이후, 조와 클라시사, 패드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패드의 사랑은 이게 정말 사랑일까 하는 문제를 나에게 던져준다. 일방 적인 사랑 남을 배려 하지않고 오직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 미저리 같은 사랑 매일 집앞에서 편지를 주고 클라시사와 헤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은 자살을 하겠다며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행위등, 조에게는 패드가 그저 환자로 보이게만 된다.

 하지만 그때의 기구 사건으로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또 미친 사랑에 의해 압박을 받는 조는 클라리와 점점 마음속으로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이언 매큐언은 이렇게 세 종류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 클라랭보 신드롬이라는 사랑의 병을 만들어 사람이 타락해 가는 모습을 그려 나간다. 어떻게 보면 클라랭보 신드롬 이라는 것은 사랑의 싸이코 패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너무 아름 다운 사랑만 꿈꿔왔던게 아닌가 생각한다. 연애 소설처럼 아름 답고 서로 사랑하는 그런 사랑을 꿈꿔 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통해서 이러한 아름다운 사랑도 있지만 병적인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수 있게되었다.

 지금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그를 향해 달려 나간다면 나한테는 연애 소설일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에게는 고통이 될수 있는 것이다.

 내 한여름에 읽고 싶었던 책은 이런 무서운 책이 되질 않기를 바랬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다. 

 사랑에 대해 한번더 생각하게 하고 나의 사랑은 어떠한 것인지 생각하게 해주었으니깐 정말 한여름 밤에 좋은 경험 한거 같다.

 이언 매큐언 이라는 작가의 소설의 매력은 누군가 생가하고 싶지 않고 아름다운 것만 생각 하는 사람들의 꿈을 깨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력적인게 아닌가 싶다.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통해, 다카노 히데유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다카노씨와 그 주변 사람들은 정말 별나고 유쾌한 사람들 이였기에, 그의 작품은 항상 반갑기만 하다.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를 받았을 때, 아! 드디어 읽는구나!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였는 지 모른다.
<와세다 1.5평 청춘기>로 처음 다카노 히데유키씨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리고 두번 째로 읽은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를 읽고 난 후부터는 더더욱, 이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가 다른 어떤 책보다도 제일 기다려 졌기에, 이렇게 반가웠던 책이 없었던 거 같다.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에서 콩고로,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으러 가기 위해, 프랑스어와 랑갈어를

배웠다는 걸 알고, 다카노씨도 콩고로 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외국어를 배우고 준비를 하고 가는 걸 알고 있었지만, 책을 받고 귀여운 책표지를 보니, 또 그는 아무런 준비도없이 콩고로 가도 잘 다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왠지 그라면 무벰베를 찾았을 것 같은 그런 느낌부터 바로 들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프랑스어와 랑갈어를 배우고, 다른 사람들보다도  이곳 저곳에서 스폰서를 받아 장비와 자금을 지원 받는 둥 확실하게 준비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다카노씨의 모습에 놀랍기도 했지만, 그 모습 또한 다카노씨 답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다카노씨와 그 친구들의 탐험은 항상 즐겁고 유쾌할 줄만 알았지만, 모든 탐험이 그렇듯, 그들의 여행은 평탄하지

않았다. 콩고 정부의 방해와 숲속에 사는 많은 동식물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벌레 들은 그들의 탐험의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식량의 부족으로 인하여 동물을 해체해서 끼니를 떼우고 벌레에 물려서 구성원들이 병에 걸려 하나씩 쓰러져 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침내 괴수 무벰베가 산다는 텔레 호수에 당도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분하지 않을수 없었다. 여태 다카노씨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다려왔던 책이기도 하고, 모험담을 담은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은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탐험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켜

정말 그들과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 동물을 해체해서 끼니를 떼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그 안에존재하는 위험들은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들만큼 느끼지는 못했기에 이런 생각이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번은 다카노씨와 그와 비슷한 괴짜 친구들과 모험을 떠나면 힘든 일도 굉장히 유쾌하게만 느껴질 거 같다.

또 책 곳곳에 삽입된 탐험 장면과 청년들의 풋풋한 얼굴 사진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무벰베 탐험이 끝나고 14년이 지난 뒤에 쓴 대원들의 후기(문고본 후기)에서는 아저씨가 되어서도 어린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순수함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의 책이 항상 즐겁고 유쾌하고,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설레이고 읽으면 읽을 수록 그의 다른 이야기가 더 기다려 지는

건 다카노씨와 그의 주변 사람들이 괴짜이며 유쾌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친구에게 얘기한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썼다는 다카노씨의 말처럼, 그런 기분으로 쓴 책이기에 더 친숙하면서 다음이야기가 더 기다려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책 곳곳에 삽입된 탐험 장면들과 그들의 사진들 덕분에 당시의 상황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굉장히 궁금했던 그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직접 봐서 매우 반갑기도 했으며, 무벰베 탐험이 끝나고 14년이 지난 뒤

쓴 후기 또한 하나의 볼거리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정말로 모험을 떠났던 것이  가능했던 것은 하나의 신념 즉 '거기에 내가 믿는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 하는 그런 믿음과 신념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이 든다. 무벰베라는 환상의 생물이 비록 존재 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믿고 떠나는 탐험이야 말로 대학 시절 한번 해볼만한 탐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정말 그의 순수한 열정이나 순수하게 달려드는 그의 삶의 방식 등은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부럽게 만든다

뮤지코필리아

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거기다 저자는 올리버 색스라는 신경외과의사라는 점에서 책의 내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덜컥 겁부터 먹었다. 하지만 저자에 대해 알아보니 올리버 색스는 오랜 기간 환자들과의 교류를 책으로 발간해 화제가 되었고, 음악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때는 1966년 심한 파킨스병 환자에게 음악이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한 후이다.

 음악(music)과 사랑(philia)을 합친 단어인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란 단어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 하지만 그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길을 걷다보면 상점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이동을 하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가시간엔 영화나 뮤지컬, 콘서트장을 찾아간다. 태교를 할 때나 우울할 날, 기쁜 날에 듣는 음악은 다르지만 우리는 음악과 밀접하게 생활을 한다. 과연 음악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아마 지금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재미나 감동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니체는 “우리는 음악을 근육으로 듣는다”고 썼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음악의 박자를 마춘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저자는 E. O. 윌슨이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우리의 감정인 ‘생명사랑(biophilia)’을 선천적인 것으로 간주했듯이 ‘음악사랑(musicophilia)’ 또한 생명사랑의 한 형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4가지 큰 주제로 나누어 29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시작은 어느 날 갑자기 번개를 맞고 전에는 관심이 없던 피아노 음악에 푹~ 빠져 갑자기 피아노 연주를 배우기 시작하고 머릿속에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 후로 기보를 하고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꿈을 키우는 한 정형외과 의사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그리고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어 음악을 듣는 것조차 거부하던 살리마 라는 여성이 오른쪽 측두엽의 종양을 제거한 뒤 음악을 듣고, 연주회장에 가고, 라디오나 음반으로 고전음악을 즐겨 듣게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음악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젊은 음악가이자 교사인 에릭 마르코비츠는 왼쪽 측두엽 종양을 제거한 뒤 머릿속에서 2분동안 음악이 마구 울려댔다는데 그때마다 발작 증세를 보이게 된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음악이 괴롭히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또한 음악 서번트, 즉 백치천재라 불리는 마틴은 어릴 적 수막염을 앓아 지능이 낮지만 특이하게도 2,000편이 넘는 오페라를 외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음악 시각 ․ 음악 서번트인 영국의 자폐증을 가진 신동 스티븐 윌트셔, 그리고 라장조 음악을 들으면 파란색을 보는 작곡가, 헤르페스 뇌염으로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음악 능력만은 멀쩡하게 남은 음악학자, 손가락 경련으로 한동안 연주를 포기해야 했던 피아니스트, 지능지수가 떨어지는 백치이지만 음악 능력만은 출중한 윌리엄스 증후군 아이들과 같은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사례를 통해서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뮤지코필리아는 뇌와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책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발견한 놀라운 기록이다. 또 음악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에코와 소름마법사

에코와 소름마법사 1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8년 6월

에코와 소름마법사   - 발터 뫼르스

 처음이였습니다. 발터 뫼르스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것도 없었고. 그에 대한 책 또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처음 저를 발터 뫼르스의 판타지 세계로 처음 발을 딛게 하고 그의 나라에 빠지게 만든건 에코와 소름마법사라는 책이였습니다.

 에코와 소름마법사의 세계는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있습니다. 도시 외곽에 있는 무당개구리 숲에는 죽은자들의 묘비가 즐비하고. 에코가 사는 도시인 슬레트바야는 병든 자들의 도시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죽음에 가까운 자들이 도시를 득실거리고. 도시안에 건물들은 주로 병을 고치는 약국이 차지 하고 있습니다.

 책은 이러한 우울한 배경속에서 에코라는 특이한 고양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에코는 도시안에서 자신을 돌봐주던 주인 할머니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코의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에코는 도시속에 버려지고 말게 됩니다.

 도시 속에 버려진 에코는 며칠이 지나 결국 배고픔에 허덕이게 됩니다. 하지만 에코의 주위에는 에코와 마찬가지로 배고픔에 지친 사람들이였기 때문에 에코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를 지닌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국 에코는 지나가는 사람의 길을 막으면서 까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말을 걸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에코가 말을건 사람은 그 도시에서 제일 악명 높기로 소문난 소름 마법사 아이스핀 이였습니다. 아이스핀은 처음 에코의 특별한 능력을 보고 반색을 하지만 곧이어 그의 연금술에 필요한 재료인 고양이 기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에코에게 거래를 하자고 합니다.

 배고픔에 허덕이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에코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는 대신에 자신이 필요한 고양이 기름을 위해서 죽어달라는 거래였습니다.

 하지만 에코는 자신이 연금술에 재료가 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거절하지만 어차피 배고파서 죽을 몸 맛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죽는게 더 나을 거라는 아이스핀의 조소 섞인 말에 에코는 결국 아이스핀의 거래에 동의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에코와 소름마법사 아이스핀의 묘하고도 이상한 관계가 형성 되면서 둘의 동거가 시작되게 되고 이야기는 전개가 됩니다.

 발터 뫼르스에 책을 처음 접하는 저에게 에코와 소름 마법사를 읽어가는 것은 저에 상상을 무너뜨리는 거였습니다.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 연금술과 마법이 존재하고 동물의 기름과 같은 특이한 재료로 연금술을 시도하는 중세적인 이미지와  약국이 즐비하는 도시 그리고 마녀와 마법사들 그속에 서 흘러가는 이야기.

 이야기 주제 또한 탄탄한 구성과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도록 하는 이야기의 반전 그리고 마법사와 에코라는 고양이의 동거 속에서 서로 쌓여가는 서로간의 기묘한 감정들은 저를 발터 뫼르스 라는 작가속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책속에 삽화들은 나의 상상을 뒤엎을 정도의 우울함과 침울한 하지만 삽화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더 책속에 세상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발터뫼르스의 상상력과 그의 천재성을 느껴볼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과학에 대한 지식이라곤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게 전부인 데다 문과를 나와서 과학과는 영 거리가 먼 학생이라 내게 처음엔 너무 어려운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과학적 지식이 없었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긴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여러 가지 병과 그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예로 들어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형식이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경계선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바이러스를 생물이라 정의하지 않는다. "생명이란 자기 복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라는 정의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체 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바이러스는 무생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단지 물질로만 생각하기엔 스스로를 복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두 가지 측면을 보면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 중 어느 쪽으로 봐야할지는 계속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DNA는 단순한 문자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DNA는 단순한 문자열이 아니라 반드시 대칭 구조로 존재한다.” 이 해답을 최초로 얻은 사람은 왓슨과 크릭이다. DNA는 서로 상대방을 복제한 듯한 대칭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상보성은 부분적인 복구뿐 아니라 DNA가 스스로 전체를 복제하는 역할도 한다. 이것이 생명의 ‘자기 복제’시스템이다. 이런 점 때문에 생명은 자기 복제를 하는 시스템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에필로그의 마지막에 “자연의 흐름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 그리고 생명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라고 쓰여 있는데, 여태 DNA가 생명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 믿었던 내게 이 책은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를 과학적 원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내 부족한 과학 지식을 보완해주었다. 역시 생명은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