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코필리아 -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올리버 색스 지음, 장호연 옮김, 김종성 감수 / 알마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 거기다 저자는 올리버 색스라는 신경외과의사라는 점에서 책의 내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덜컥 겁부터 먹었다. 하지만 저자에 대해 알아보니 올리버 색스는 오랜 기간 환자들과의 교류를 책으로 발간해 화제가 되었고, 음악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때는 1966년 심한 파킨스병 환자에게 음악이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한 후이다.




 음악(music)과 사랑(philia)을 합친 단어인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란 단어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 하지만 그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길을 걷다보면 상점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이동을 하며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가시간엔 영화나 뮤지컬, 콘서트장을 찾아간다. 태교를 할 때나 우울할 날, 기쁜 날에 듣는 음악은 다르지만 우리는 음악과 밀접하게 생활을 한다. 과연 음악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아마 지금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재미나 감동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니체는 “우리는 음악을 근육으로 듣는다”고 썼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음악의 박자를 마춘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저자는 E. O. 윌슨이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우리의 감정인 ‘생명사랑(biophilia)’을 선천적인 것으로 간주했듯이 ‘음악사랑(musicophilia)’ 또한 생명사랑의 한 형태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4가지 큰 주제로 나누어 29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시작은 어느 날 갑자기 번개를 맞고 전에는 관심이 없던 피아노 음악에 푹~ 빠져 갑자기 피아노 연주를 배우기 시작하고 머릿속에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 후로 기보를 하고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꿈을 키우는 한 정형외과 의사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그리고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어 음악을 듣는 것조차 거부하던 살리마 라는 여성이 오른쪽 측두엽의 종양을 제거한 뒤 음악을 듣고, 연주회장에 가고, 라디오나 음반으로 고전음악을 즐겨 듣게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음악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젊은 음악가이자 교사인 에릭 마르코비츠는 왼쪽 측두엽 종양을 제거한 뒤 머릿속에서 2분동안 음악이 마구 울려댔다는데 그때마다 발작 증세를 보이게 된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음악이 괴롭히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또한 음악 서번트, 즉 백치천재라 불리는 마틴은 어릴 적 수막염을 앓아 지능이 낮지만 특이하게도 2,000편이 넘는 오페라를 외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음악 시각 ․ 음악 서번트인 영국의 자폐증을 가진 신동 스티븐 윌트셔, 그리고 라장조 음악을 들으면 파란색을 보는 작곡가, 헤르페스 뇌염으로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음악 능력만은 멀쩡하게 남은 음악학자, 손가락 경련으로 한동안 연주를 포기해야 했던 피아니스트, 지능지수가 떨어지는 백치이지만 음악 능력만은 출중한 윌리엄스 증후군 아이들과 같은 뇌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사례를 통해서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뮤지코필리아는 뇌와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책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발견한 놀라운 기록이다. 또 음악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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