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평점 :
📚가치 있는 삶_마리 루티
작가의 단호하고 솔직한 견해가 마음에 든다. 전문화된 학술 용어를 빌리지 않고 인간의 삶의 복잡성에 대한 설명을 충실히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단정짓는 태도, 간단명료하게 내릴 수 있는 정의를 지나치게 길고 고통스럽게 설명을 쓰는 글에는 분노가 치민다는 태도까지 유쾌할정도로 솔직한 작가의 머릿말에서 그녀가 주장하는 관습적인 렌즈를 거부하고 획기적인 대안과 관점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제목은 가치 있는 삶이라 적혀 있는데, 맞다 가치롭게 살기 위한 다양한 지식과 시선이 담겨 있다. 다만 논문형식으로 덧 붙일 수 있다면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통해, 삶의 비영속성에 대한 올바른 태도 구축하기]라고도 덧붙일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그만큼 작가의 견해가 인간으로서의 다면적인 측면의 이해를 쉽게 돕고 있다. 페이지터너처럼 휙휙 넘어가는 쉬움은 아니나, 주제를 고려하였을때 비전공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주장. 거기에 현실감각(냉철하게 사회 비판을 일삼기도 함.)을 잃지 않는 저자의 논리는 충분히 흥미롭고 가치롭게 느껴진다.
최근 내면과 기질, 고통과 불안 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은 내가 그것에 대한 갈급함이 있으리라 예상한다. 책을 통해 지나치지 못한 사춘기와 같은 시절을 메꾸어가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무렴 어떨까 싶다. 이렇게 가치로운 책들이 나에게 지도가 되어주고 힘도 되어준다. 행동은 나에게 달려있지만 적어도 책을 통해 지적 지식만은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 아닐 수 없다.
✏️고통을 느끼는 것이 우리가 내면의 진정한 자아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통의 붕괴는 문명의 붕괴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인류의 지혜가 더 깊고 풍부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쉽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보다, 모호해 보이는 의미를 받아들이고 감당해 해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며, 그러므로 훨씬 더 용감한 일이다.
✏️내면의 공허함을 잘 대처할 수 있는 수 많은 방법을 알고 있지만, 사실 올바른 방법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만족스럽지 못할수록 끊임없이 더 많은 만족을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중독을 끊기 어려운 이유다.
✏️욕망의 특수성에는 어떤 진실성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속해 있는 환경이 우리 욕망은 철없다고 말할 때, 우리가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용기를 주는 진실성 말이다.
✏️언어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갉아먹는 결핍에 상당히 온건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언어는 정신적으로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을 보냈느냐는 우리가 나중에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 과거의 트라우마가 지닌 날 것 그대로의 에너지는 병적인 집착으로 굳어지고,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현실의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 집착은 세상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계속해서 왜곡시키는 증상을 동반한다.
✏️삶에서 모든 위험을 없애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생각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삶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처방하려는 우리 사회의 필사적인 노력 이면에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인간의 본성 앞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다는 비참한 무력함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