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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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대_장희원 소설집

'쓸쓸한 곳에서도 마음을 잃지 않기를' 이라고 적힌 작가님의 친필 사인본을 받게 되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한 작품을 묶인 다양한 단편들의 배경은 어딘가 결핍이 있는 인물과 쓸쓸한 상황이 등장한다. 담담하게 그들의 심리와 생각들을 글자로 옮겨 담은, 이 단편집은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2019년 신춘문예 당선부터 2021년 Axt 수록작까지 모은 이 글들이 하나의 작품처럼 어우러져 '우리의 환대'라는 이름안에 묶인 이유를 천천히 곱씹고 끄덕이게 된다.
분명 밝고 희망찬 장면들이 등장하지도 응원과 위로의 메세지가 느껴지지 않는 글이지만, 그렇기에 솔직하게 담긴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마음에 든다. 우리들의 현실에는 폭력과도 같은 관계도 존재하고, 상실의 아픔과 과거에 대한 미련도 모두 있기 마련이니. 희망할 수 없는 것들을 희망하게 만드는 것보다 우리의 자리에서 각자 찾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하기에.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확연히 느껴지는 쌀쌀한 날씨에 어깨를 움추렸다. 한편으로는 춥지만 깨끗한 기운이 마음에 들어서, 그가 왜 이곳으로 이사를 왔느지 알 것 같았다.

✏️그냥 배추가 아니야. 겨우내 땅에 얼어붙었다가 볕에 녹았다가 하는 배추래. 그런 배추가 크고 맛있어.

✏️그녀는 지금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매일매일 조금 더 나은, 미세하지만 조금 더 근사한 방향으로 가기를. 그리고 마침내 그런 세계가 기다리고 있기를.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 #우리의환대 #장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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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문장 수업 - 아이디어부터 퇴고까지 독자를 유혹하는 글쓰기의 12가지 기술
잭 하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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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문장수업|

너무나 매력적인 이 책을 여는 서문의 첫 문장 "마냥 기다려서는 영감을 얻을 수 없다. 몽둥이를 들고 영감을 찾아나서야 한다_잭 런던" 잭 런던의 정신을 이어받아 몽둥이 대신, 날카롭게 깍은 연필 몇 자루를 준비하고 이 책 속으로 영감을 찾아나선다. 정말 영감덩어리들이 즐비해있다. 다만, 그것을 내가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가는 이제 나의 역량과 노력이 될터. 인용구에서 느낄 수 있듯이 뼈를 때리는 진실과 아주 세세한 조언들이 가득한 책이여서 유용하게 느껴졌다. 단어를 다루는 능력은 현대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 되었다는 점,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는 목적도 글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쟁점으로 짚어낸다. 다만 글쓰기에서 내가 표현해내지 못하는 잠재력을 이야기하며 그것들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직장생활 속에서도 서류작업에 있어 조금 더 나은 문장과 적합한 단어를 쥐어짜내기 위해(정말 그렇다) 이따금씩 머리를 싸매게하고 두통을 유발하는 글쓰기. 항상 한정적인 자원으로 거대한 창작물을 만들어야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글쓰기의 두려움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키보드 앞에서 느끼는 두렴움에 대한 용기는 얻어갈 수 있었다. 고통과 환희의 순간이 오고가는 글쓰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떠오르게 될 것 같다. 그만큼 기대하고, 기대고 싶은 책이니까:)


뛰어난 영감을 가졌으나 혼란과 불안으로 가득한 삶을 무절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성공한 작가들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과정을 완전히 익히고 활용한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가능성으로 인한 교착 상태. 어떤 과제에 미리 겁먹고 무척 어려우리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키보드 불안증을 낳는다. 뛰어난 작가들의 완성본을 매일 마주치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한 조각씩 이어 붙인 끝에 그 집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다.
(서류작업 마감을 앞에 둔 나의 마음을 들킨듯 하다..ㅎ)

내 작업습관은 간단하다. 오래 생각하고 단기간에 글을 써내는 것이다_어니스트 헤밍웨이

노력한 작가들은 판에 박힌 독서를 하지 않는다. 탐독가는 출판물 전부를 맛보고 싶어한다. (...) 그들은 경쟁자, 친구, 적의 글을 읽는다. 물론 살아 있거나 이미 죽은 위대한 작가들의 글도 읽는다. 소설과 회고록만이 아니라 광고판까지 읽는다. 그리고 읽은 것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의 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더할지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좋은 주제문은 재료를 압축해 본질로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주제문이 있을 때 섬세하고 명쾌하며 세련된 글쓰기가 가능하다.

최고의 작가조차 상투적인 문구의 유혹을 받는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듯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진부한 표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글을 읽음에 따라 글의 재미를 죽이고 아무렇게 나 남용되는 표현에 더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상투적 문구가 보일 때마다 새로운 표현을 시도할 기회로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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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중산층 -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구해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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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미국에서 발간된 [특권과 불안: 글로벌 시대 한국의 중산층]을 기반으로 번역하고,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 재분석 된 글이 담겨있다. 기존의 발간물에서 번역가가 바라본 한국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야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경제 전공자가 아니고 경제지식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불안한 경제의 흐름을 만드는 양상 중 하나로 중산층의 분열이 있다고 알고 있다.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닌 미국을 비롯한 선진 국가에서 경제적 양극화와 중산층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의 관심은 이미 정권의 반복적인 변화에도 중점적인 사안으로 다루어지는 중산층의 쇠퇴가 왜 진정되어가지 않는지, 그렇다면 이후 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취약 분야 중 하나인 경제 관련 서적 중에서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으며, 경제 성장 및 흐름의 전반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이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흐름에 대해서 한번 짚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이니.
다만, 정권교체에도 어려웠던 중간층의 부흥의 어려움은 중간층에서도 세분화되고 뚜렷한 양상의 계급의식을 가진 존재가 있으며 이를 소득으로서만 구분짓기에는 다면적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

결국 상류 중산층의 문화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 나눔의 문화를 강조, 성공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 확립,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것. 쉽지 않은 노력이지만 의식 있는 지식인과 시민역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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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의 우주 함께하는 이야기 6
황지영 지음, 원정민 그림 / 샘터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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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의 우주_황지영/원정민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장애로부터 자유로운 인식을 가진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수단이 또 다른 평행우주의 공간이라는 설정에 마음이 아팠다. 그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인간의 소망과도 같은 목적지가, 장애를 겪는 아이에게는 꿈이 이루어지는 현실이 될 수 있다니. 이보다 팍팍한 현실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자신감과 유능감을 충분히 표현해낸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경험을 가진 엄마와 편견에 휩싸인 사회구성원들이 루리를 힘들고 제한적으로 행동하게끔 만들어버린다. 그야말로 오늘날 그 누구도 쉽게 취득하기 어려운 자존감 및 자기효능감을 갖춘 아이를 정말 구태여 깍아내리고 힘들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식개선 동화는 장애를 겪고, 또 앞으로 장애를 경험하게 될 인간들이 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작품.

✏️나는 저 사람들처럼 특별한 재능은 없다. 혹시 장애와 재능은 짝꿍인데 나만 재능을 빠뜨리고 안 준 거 아닐까?

✏️그런데 코코돈까스 입구에는 턱이 있었다. 그동안 배달로만 먹어 봐서 턱이 있는 줄도 몰랐다. "도와달라고 하자" 내가 주위를 돌려보며 말했다. "됐어. 이건 우리에게 오지 말라는 거잖아. 흥 나도 안 가!" 루리가 휠체어 방향을 틀었다.

✏️길에서도 김밥집 아저씨처럼,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는 발달장애인을 만났다. 이렇게 자주 만나다니 신기했다. 더 신기한 건 혼자 중얼거리며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달장애인을 쳐다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루리의우주 #동화 #장애인식개선동화 #함께하는이야기 #도서추천 #샘터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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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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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가면_설재인

한국문학의 이런 점이 참 설레이고 좋다. 큰 사건사고 없이 흘러가지만, 고만고만한 위로를 전달해주는 인물들이 있는 따숩고 자연스러운 글(그런데 이제 재미까지 곁들인)🌿 그런 점에서 처음만난 설재인작가님의 장편소설은 취향을 저격당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장편소설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력이 느껴져, 금세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아쉬운점이다. 아까운 페이지들:) 장서가라 생각하기에 모두 읽은 후, 책장에 남기는 책들이 많지는 않은데 그 중 하나의 책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나의 할머니가 떠올라 울컥하기도 하고, 킥킥 소리가 나는 글맛도 참 좋았던 작품.

무해하고 따뜻한 것들이 모여, 상처를 돌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성주가 사랑하는 건 그냥 평범한 공주가 아니라 '이기는 센 공주'였다. 드레스를 벗어던진 채 공룡들 사이에서 투구 쓰고 헤딩하던 축구 천재나 힘이 장사여서 남자애들을 마구 집어던지던 여고생 전사.

✏️그 친절과 다정, 열정과 공평함이 상처에서 나온 거라는 사실을 성주 자신도 전혀 몰랐다. (...) 실수하지 않고,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어른이 되어 어리고 약한 아이들을 헷갈리게 하지 않고, 종옥처럼, 종옥이 해줬던 걸 물려주는 것처럼 그렇게 일하겠다고.

✏️속도가 빠르고 발음을 뭉개는 항만군의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핸드폰의 글이 얼마나 필요한지 항만군 토박이인 인봉은 잘 실감하지 못할 터였다. 변역기를 돌려 모국어로 다시 빚은 글을 통해 더듬더듬 자기 자식의 하루를 되짚은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정작 보는 사람은 그 글러브의 안쪽이 얼마나 헐었는지, 보호받지 못하는 손이 얼마나 아플지 알지 못한다. 직접 사용하는 사람만이 느낄 뿐이다.

✏️내가 남에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도연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밀가루 반죽하고 굽는 거,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든 결과물을 주인공의 입에 넣어주는 것.

✏️사랑의 크기가 어찌되었든 받는 이에게는 자신이 딱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게 참 재미있으면서도 야속한 세상의 작동원리였다.

✏️종옥에게 한탄해봤자 뭐가 달리지겠는가. 남 상처 한 번 안 입히고 퍼주기만 하며 산 양반을 앉혀놓고 세상의 잔인함을 토로해봤자.

#설재인 #내가너에게가면 #자이언트북스 #장편소설 #한국소설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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