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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마음에게
김현경.송재은 엮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3년 8월
평점 :
📚혼자 남은 마음에게_김현경, 송재은 엮음
이별과 함께 했던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들에 대한 생각들을 글로 엮은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지만 흐름이 끊기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구나를 깨달으며, 나는 또 한 걸음 숨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혼자‘와 ’오롯한 나‘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글이기도 했다. 살면서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혼자 남은 마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대놓고 그래도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위로하는 이야기보다, 덤덤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들의 말에 귀기울일 수 있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압도적이고 귀한 문장들이 가득했던 작품.
잔잔하게 잠식해나가는 문장과 글의 힘이 좋다.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의 무심함은
가끔 서럽다. 그것은 대부분 혼자를 견디는 일이 다.
✏️책 <슬픔을 아는 사람>에서 작가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의 목록에 '울음을 참기.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기'를 올렸다. 나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삶 앞에서 '마침내' 울고 싶어지지만, 마침 내는 대체 언제인가. 얼마나 참아야 마침내가 오나. 삶의 목록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한번 시작된 것은 영영 끝나지 않고 마음의 잔여가 된다.
✏️그동안 나는 얼마 나 많은 나와 이별했을까. 떠나간 내가 남아있는 나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며,떠나갈 내가 남겨질 나에게 남길 것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잠이 온다.
✏️서른 되면 죽어버릴 거라고 주문을 외웠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건 다 해 봐야겠다며 별안간 제주도 서귀포 시 대정읍에서 감귤을 따고 한라봉을 포장했다. 어이없게도 열심히 따면 배신하지 않고 바구니 가득 차오르는 감귤이 날 치료했다.
✏️말에는 씨앗 같은 힘이 있다. 씨앗이 움트고 가지를 틀었다. 어쩌면 난 정말 괜찮은 아이일지도 몰라, 작은 금으로 시작한 균열은 거짓들이 산산조각이 나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고서야 끝이 났다. 온전한 나였다. 선택할 수 없는 생의 조건보다 주어진 선택에 마음을 쓸 수 있는, 강한 나였다.
✏️ 좀 더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은 나의 하루를 더 촘촘하게 채운다. 촘촘하게 채워진 하루는 또다시 내일을 살 게 한다. 모인 하루들은 죽지 않을 이유들을 꼽을 수 있게 만든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지만 깊었던 우울과의 작별 인사를 한다.
✏️그럴 땐 잠시 쓰는 행위를 멈추고 책을 꺼낸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책들 사이에서 골라온 한두 권의 책. 작가들의 문장은 여러모로 좋은 방안이 된다. 막힌 길을 뚫기도, 이전에 없던 문을 열어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나조차 명확히 알 수 없던 내 마음을 그들은 어루만져 준다. 기쁨이 차고 넘치는 이야기를 만 나고, 내 것 아닌 타인의 슬픔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책 속의 단어와 문장, 쉼표와 여백까지 꼭 내 맘 같아서 페이지들 넘기며 글자들만 읽어도 사방이 따뜻해지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