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_신다은

입버릇처럼하게 되는 말이 있다. “이거 산재 아니야?” 어떤이가 들으면 우스갯소리처럼 가볍게 넘기는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일터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빈번하다는 뜻도 되리라.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노동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고되고 사회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하던 이들인 경우가 잦다. 필수노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 그리고 사회 혹은 기업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그들의 위험은 재난이 되어버리고 만다.
작가는 산재를 통해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산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산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이름 없는 이들을 추모할 수 있게 만든다. 잊지 않아야할 죽음들에 대하여.

✏️한 사람의 죽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는 당신의 연대가 일터의 안전을 조금씩 나아지게 했다. 어떻게 해야 한 명의 삶이라도 더 지킬지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이 앞으로도 일터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웰다잉 프로젝트 -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본격 장르만화 단편집
봉봉 지음 / 씨네21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웰다잉 프로젝트_봉봉

SF, 판타지, 블랙코미디와 같은 장르물로 앤솔로지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혹은 이미 상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기술의 허점과 인간의 탐욕,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환상만화. 여러편의 단편 중, 인공자궁을 통해 출산되었으나 점차 잊혀진 아이들, 불법 장기매매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생명의 경시 등의 문제를 다룬 ANA. 그리고 존엄사 시스템의 대중화를 통해 나타난 인간의 탐욕과 같은 문제를 다룬 웰다잉 프로젝트. 여기서 던지는 이야기들은 미래가 아닌, 현재 대두되고 있는 사안들이기에 기술발전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더욱 경각심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뭉끄 서포터즈_우리 반 문병욱]

새학기는 어쩐지 긴장된다. 낯선 공간과 이들로 잔뜩 움츠리게 되며 경계를 늦추기 어렵기에.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면 할 수록 어째 그 긴장감은 익숙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는 책. ’우리 반 문병욱‘ 주인공 병욱이는 어쩐지 오해와 왜곡된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이다. 타인의 평가와 편견에 너무 일찍부터 노출되어버린 어린아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독자에게 희망과 같은 친구가 등장한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예지. 아이를 통해 친구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친구가 아닌, 어떤 친구와 만나게 되느냐라는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는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말라고는 안 했잖아요?_안톤 허

기대한 바보다도 더 많은 재미와 지혜 얻을 수 있었던 작품. 언어를 다루는 이의 생각과 철학,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이의 내공이 느껴지는 필력만으로도 충분한 소재라 느꼈다. 그런데 이제 거기에 더해지는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 인생 선배의 매운맛 조언. 더불어 한국문학 번역가라는 직업생태계에 대해 이보다 솔직할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문학계의 어두운 면모를 직시할 수 있게 한다. 사람 사는 곳의 생태 교란종은 어디에나 있구나라는 위안과 위로를 동시에 얻으며, 동시에 이렇게 든든한 업계 선배를 둔 후배들이 부러워지기도 하는 글이다.
스트랜드 서점에서 안톤 허 번역가님의 작품을 찾아 구입하게 될 머지 않은 날을 기대하며. 그의 멋진 삶의 태도를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작품.

📌문학번역은 두 언어의 피상적 이해를 뛰어넘어 출발어의 문학 전통과 도착어의 문학 전통을 잘 파악한 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이 시기에 온몸으로 언어를 익히고 언어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생각한다. 번역가들은 육체가 어디에 거주하든 항상 자신의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남은 마음에게
김현경.송재은 엮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남은 마음에게_김현경, 송재은 엮음

이별과 함께 했던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들에 대한 생각들을 글로 엮은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지만 흐름이 끊기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구나를 깨달으며, 나는 또 한 걸음 숨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혼자‘와 ’오롯한 나‘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글이기도 했다. 살면서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혼자 남은 마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대놓고 그래도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위로하는 이야기보다, 덤덤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들의 말에 귀기울일 수 있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압도적이고 귀한 문장들이 가득했던 작품.
잔잔하게 잠식해나가는 문장과 글의 힘이 좋다.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의 무심함은
가끔 서럽다. 그것은 대부분 혼자를 견디는 일이 다.

✏️책 <슬픔을 아는 사람>에서 작가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의 목록에 '울음을 참기.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기'를 올렸다. 나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삶 앞에서 '마침내' 울고 싶어지지만, 마침 내는 대체 언제인가. 얼마나 참아야 마침내가 오나. 삶의 목록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한번 시작된 것은 영영 끝나지 않고 마음의 잔여가 된다.

✏️그동안 나는 얼마 나 많은 나와 이별했을까. 떠나간 내가 남아있는 나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며,떠나갈 내가 남겨질 나에게 남길 것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잠이 온다.

✏️서른 되면 죽어버릴 거라고 주문을 외웠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건 다 해 봐야겠다며 별안간 제주도 서귀포 시 대정읍에서 감귤을 따고 한라봉을 포장했다. 어이없게도 열심히 따면 배신하지 않고 바구니 가득 차오르는 감귤이 날 치료했다.

✏️말에는 씨앗 같은 힘이 있다. 씨앗이 움트고 가지를 틀었다. 어쩌면 난 정말 괜찮은 아이일지도 몰라, 작은 금으로 시작한 균열은 거짓들이 산산조각이 나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고서야 끝이 났다. 온전한 나였다. 선택할 수 없는 생의 조건보다 주어진 선택에 마음을 쓸 수 있는, 강한 나였다.

✏️ 좀 더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은 나의 하루를 더 촘촘하게 채운다. 촘촘하게 채워진 하루는 또다시 내일을 살 게 한다. 모인 하루들은 죽지 않을 이유들을 꼽을 수 있게 만든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지만 깊었던 우울과의 작별 인사를 한다.

✏️그럴 땐 잠시 쓰는 행위를 멈추고 책을 꺼낸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책들 사이에서 골라온 한두 권의 책. 작가들의 문장은 여러모로 좋은 방안이 된다. 막힌 길을 뚫기도, 이전에 없던 문을 열어수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나조차 명확히 알 수 없던 내 마음을 그들은 어루만져 준다. 기쁨이 차고 넘치는 이야기를 만 나고, 내 것 아닌 타인의 슬픔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책 속의 단어와 문장, 쉼표와 여백까지 꼭 내 맘 같아서 페이지들 넘기며 글자들만 읽어도 사방이 따뜻해지는 기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