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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인터뷰집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인터뷰어의 역량에 따라 작품의 질이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구태여 타자의 영향을통해 재해석될 위험이 있는 글에 대한 신뢰가 낮기에 피해온 것도 있다. 다만, 나의 이런 고정관념을 비웃듯 이 책의 제목은 파격적이기 그지없다. 질문을 하는 역할의 인터뷰어가 질문은 조금만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낸 인터뷰집이라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통상적인 문답으로 이루어지는 형식이 아니였다는 점. 저자가 찾아 헤멘 ‘압축된 지혜의 언어’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 이를 통해 일상에 대한 새로운 울림과 자각이 분명히 다가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인터뷰어로서의 작가의 생각과 고찰의 시간들이, 평소 내가 고민하고 추구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신뢰감을느낄 수 있었다.
“가끔 누군가의 속이 수정처럼 들여다보일 때마다 생각했다. 다시는 저 안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두 번 다시 실망하고싶지 않아. 어떤 때는 타인에게서 성숙한 관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오류로 보였다.”
“질문을 던지고 자극에 응전하는 동안
내가 원하는 것은 언어였다.
언제나 귀 기울기고 싶은 압축된 지혜의 언어”
“인간의 모든 순간은 질문과 대답으로 엮여 있으니까, 언어는 세계의 전부이자 표정을 손질하는 단 하나의 가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