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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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떻게 읽는가_조지손더스/정영목

도입과 구성 그리고 저자의 필력까지 더없이 흥미로웠던 책. 혼자서라면 차일피일 시간이 흐르도록 병렬독서 끝판왕의 단점을 부각시켰을 나였지만, 어크로스 출판사와 함께하는 600북클럽과 함께 기록해나가는 재미를 느끼며 공부해볼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책은 공부해볼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책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러시아 작가들의 실제 작품들을 다루며, 체호프와 톨스토이, 트레게네프, 고골과 같은 대문호의 읽기와 쓰기 그리고 삶에 대한 면목을 얕게 나마(이것은 나의 지력의 문제) 감상할 수 있었다. 논픽션 형태로 구성된 손더스의 이야기가 촌철살인처럼 느껴지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책을 읽고 기록한 모든 시간이 값지게 느껴졌다.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이지만, 모든 글을 보다 잘 읽고 싶은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


📌19세기 러시아 단편을 읽는 것은 젊은 작곡가가 바흐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


#작가는어떻게읽는가 #어크로스 #조지손더스 #어크로스600 #어크로스600북클럽 #600북클럽 알차다 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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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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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숨어있는 세계_김지호

언어치료자인 작가가 의사소통으로 어려움과 장애를 겪는 아동, 청소년, 성인과의 만남을 담은 에세이집. 언어는 참으로 복잡한 세계이다. 우리에게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으며, 더불어 자신의 내면을 더욱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이다. 동시에 지연발달의 결과가 언어인 자에게는 잔인하고 아픈 상처가 된다. 언어로 인해 영향받는 기타 질병의 이유로 가족과 타인의 관계를 이어가는 장애물이 되기도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의도치 않더라도 타인에게 상처 입히는 순식간의 도구가 되기도 하는 언어가, 또 다른 절실한 치료사와 환자에게는 십여 년을 반복하여서라도 습득하고 싶은 한 단어 이상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언어를 돌보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에 대해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보호자 역시 이런 아이들의 행동이 사적인 동기에서 나오지 않는 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언어’의 부재 때문이다.

✏️영이야, 말은 항상 어긋나기 마련이란다. 누구나 상대의 뜻을 오해해. 그런 일은 지구 어디에서나 일어나지. 우리도 그런 일을 겪었고 가족들 간에도 그럴거야. 모두 너를 위해 모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지만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상대의 입장에서 서지 못해서 다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나를 혼내려는 게 아니야. 나를 보호하려는 거야. 나를 못 하게 하려는 게 아니야. 더 좋은 결과를 얻게 하려는 거야.’

✏️물론 선입견이 빚어낸 허상일 수도 있다. 내가 결이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궤도에서 이탈한 존재나 나처럼 평범한 사람을 위험한 존재로 여긴 건 아닐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10년 동안 우리가 한 수많은 일은 모두 낱말 익히기였다. 다양한 사전 작업과 변수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이가 내게 건네준 ‘사과’카드는 일종의 상장이자 증거였다. 우리의 노력들이 의미 없지 않았다는.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언어가숨어있는세계 #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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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의 기록 - 철학자 김진영의 마음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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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의 기록_김진영

마음속이 시끄러워질 때면 꺼내드는 책들이 있다. 그중 빠지지 않는 김진영 철학자님의 산문집들. 그중 아침의 피아노와 상처로 숨 쉬는 법은 완독 후에도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 하나이다. 철학자님의 글들을 읽다 보면, 따뜻하고 내가 겪고 고뇌하고 있는 고통은 점차 무뎌짐을 느낀다. 더 넓은 세계로서의 시야를 열어주시기도 한다. 이르게 작고하신 탓에 다른 출간물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나, 생의 기록을 치열하게 남기셨던 철학자님의 노력으로 아직까지 작가님의 새로운 글을 사유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반색하며 맞이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 아이러니하지만, 작가로서의 김진영 철학자님의 글을 읽고 또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번 책은 앞선 산문집 및 철학서와 비교해 더욱 두꺼운 두께를 자랑해서 특히 좋다. 그만큼 넘어가는 페이지에 아쉬움도 덜해질 터이니.

✏️아도르노 강의. 강의 중에 꼭 인용하려고 했는데 그만 잊고 말하지 못했던 문장 하나, “우리는 아주 착한 동물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믿어도 되도록 사는 일, 그것이 도덕은 아닐까?

✏️ 종교는 인간을 만들어낸 초자아를 섬긴다. 철학은 인간이 만들어낸 초자아를 섬긴다. 그러면 문학은? 문학은 육체의 깊이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초자아로 올라가는 대신 인간의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삶은 습관이다. 오랫동안 읽기가 습관이었다.

✏️자꾸만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아니라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뭔가 빗나가고 틀렸다는 생각. 그런 자기검열 뒤에는 언제나 초조함이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비록 그것이 애를 쓰고 있다고 해도, 어쨌든 모자라는 일이고, 그래서 더 무언가를. 더 많은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마땅하다는 그런 강박. 자기를 믿지 못하는, 자기를 용서하지 않으려는 불쌍한 자괴감.

#한겨레출판 #김진영철학자 #김진영 #조용한날들의기록 #아침의피아노 #이별의푸가 #상처로숨쉬는법 #아도르노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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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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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마음_이다희

우리의 삶에 소비란 절대적인 영역을 차지하는 행위 중 하나이다. 인간이 ‘노동’이라는 순리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중요한 선택 중 하나는 소비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자신의 ‘소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었다. 단순히 물건을 습득하기 위한 소비가 아닌, 삶의 가치와 인간성의 증명을 위해 발버둥 치는 행동으로 치환되기도 하는 사는 마음. 내가 소비한 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며, 나는 해당 사물을 어떠한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충동적 소비’와 ‘심미적 만족’을 위한 선택들에 대한 지지를 받기도 하고, 세월을 더 해갈 수록 함께 하고 싶은 물건을 찾는 지혜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돌보는 물건들과 함께 멋지게 나이를 채워가고 싶다.


✏️늘어나는 책들을 입주시키기 위해 어떤 책장을 마련할 것이냐 하는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그 고민은 고스란히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과정일 터. 나는 책이 든 상자를 성급하게 풀지 않겠다.

✏️환우 까페에서 가발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줘야겠다. 인모 가발은 되팔 때도 가격이 높다고 하는데 나는 값을 받지 말아야겠다. 보복 기부라고나 할까.

✏️사람이나 관념이 아닌 물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늘 경계하고는 있지만 내가 정성스럽게 돌보아 더욱 사랑스럽게 된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물건에 대한 애정이 꼭 그렇게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싶다.

✏️전업으로 돈을 번 뒤, 그러니까 전업으로 바깥일을 한 뒤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몸값이 얼마인데 이런 것도 못 사 먹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 안에서 내가 하던 일의 가치 또한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내가 나가니까 집 꼴이 이렇게 금방 엉망이 되는군?’

✏️나의 욕망은 항상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선 너머를 향한다.

📌책만은 예외인데 사 놓고 읽지 않은 책, 언젠가 읽을지 모를 책은 언젠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이것은 절대로, 결코, 사 놓고 읽지 앟은 책이 너무 많은 사람의 핑계가 아니다.

✏️우리의 풍요로운 물질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 뒤에는 노동이 있다. 노동 없이, 특히 육체노동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세상에 극히 드물다. 내가 비록 육체노동을 요구하지 않는 직종에 있다고 해서 그런 노동을 하는 사람 없이 나의 삶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 지구상에서 불가능하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다. 모든 번역은 출발 텍스트가 동일하더라도 그 텍스트의 해석의 여지를 확장해 주는 일이다. 텍스트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사고의 영역을 넓혀 주는, 그러니까 사고의 틀을 더 많이 만들어 주는 직업이다. 나의 성취감은 정답이 없는 텍스트의 해석에 나의 노력을 더하고 그로써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바다에 땀 한 방울이나마 더한 것에서 오는 보람이다.

#사는마음 #이다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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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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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아름다운 만듦새의 책을 좋아한다. 일정한 취향은 없지만 책의 내면을 잘 나타내는 디자인,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 할 수 있는 각양장본이라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에서 내 모든 취향을 저격하고, 시각적으로 감상하기에도 더 없이 좋았던 작품:)

영국의 주간지 <시간과 조수(Time and Tide)>를 통해 처음 발간된 작품. 당시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은 1920년 진보적 정견과 페미니즘을 기치로 창간되었고, E. M. 델라필드는 중산층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를 써 달라는 편집장의 요청을 받고 1929년 12월부터 매주 일기 형식의 이 자전적 소설을 연재했다. 작품은 특히 지방 소도시의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연재가 끝난 뒤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대공황이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여성의 참정권을 위한 투쟁이 막 결실을 보기 시작한 1929년 말 잉글랜드의 지방 소도시. 주인공은 지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의 삶을 꿈꾸지만 작은 시골 마을의 궁색한 생활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독촉장은 쌓여 가는데 명색이 상류층 지식인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진 것도 없는 보통 여자로서 소심하게나마 고정관념과 가부장제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편의 고용주 대지주 레이디 복스에게 기싸움, 말싸움 하나에 지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현실적이고도 실제와 흡사한 인물로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인상깊었던 옮긴이의 말.
아울러 이 여인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를, 특히 여성을 괴롭히는 구태를 꾸준히 건드린다. 표면적으로는 가부장제에 순응하고,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동조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개탄하기를 잊지 않는다. 남편의 고용주인 듯 보이는 레이디 복스의 무심한 언행에 속수무책 당하면서도 뒤에서 반기를 들거나 복수를 꿈꾼다. 가진 것을 모두 내팽개치고 나설 용기도 없고 그럴 형편도 되지 않는 ‘보통’ 여성들에게 그녀는 소심하게나마 저항하는 방법을 일깨운다. 이 작품이 처음 연재된 <시간과 조수>는 급진적 페미니즘의 맥락을 제공했지만 이 여인의 페미니즘은 소심하되 무해하고 유효 기간이 길다. 한 영문학자는 ‘일상 페미니즘(Everyday Feminism)’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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