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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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아름다운 만듦새의 책을 좋아한다. 일정한 취향은 없지만 책의 내면을 잘 나타내는 디자인,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작품을 안전하게 보관 할 수 있는 각양장본이라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에서 내 모든 취향을 저격하고, 시각적으로 감상하기에도 더 없이 좋았던 작품:)

영국의 주간지 <시간과 조수(Time and Tide)>를 통해 처음 발간된 작품. 당시 여성 참정권 운동의 열기가 식지 않은 1920년 진보적 정견과 페미니즘을 기치로 창간되었고, E. M. 델라필드는 중산층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를 써 달라는 편집장의 요청을 받고 1929년 12월부터 매주 일기 형식의 이 자전적 소설을 연재했다. 작품은 특히 지방 소도시의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듬해 연재가 끝난 뒤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대공황이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여성의 참정권을 위한 투쟁이 막 결실을 보기 시작한 1929년 말 잉글랜드의 지방 소도시. 주인공은 지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의 삶을 꿈꾸지만 작은 시골 마을의 궁색한 생활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쪼들리는 살림 때문에 독촉장은 쌓여 가는데 명색이 상류층 지식인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진 것도 없는 보통 여자로서 소심하게나마 고정관념과 가부장제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편의 고용주 대지주 레이디 복스에게 기싸움, 말싸움 하나에 지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현실적이고도 실제와 흡사한 인물로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인상깊었던 옮긴이의 말.
아울러 이 여인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를, 특히 여성을 괴롭히는 구태를 꾸준히 건드린다. 표면적으로는 가부장제에 순응하고,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동조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개탄하기를 잊지 않는다. 남편의 고용주인 듯 보이는 레이디 복스의 무심한 언행에 속수무책 당하면서도 뒤에서 반기를 들거나 복수를 꿈꾼다. 가진 것을 모두 내팽개치고 나설 용기도 없고 그럴 형편도 되지 않는 ‘보통’ 여성들에게 그녀는 소심하게나마 저항하는 방법을 일깨운다. 이 작품이 처음 연재된 <시간과 조수>는 급진적 페미니즘의 맥락을 제공했지만 이 여인의 페미니즘은 소심하되 무해하고 유효 기간이 길다. 한 영문학자는 ‘일상 페미니즘(Everyday Feminism)’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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