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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 장준하전집 1
장준하 지음 / 세계사 / 1992년 4월
평점 :
절판
우익에 대한 통념을 깨버렸다.
장준하 선생이 학도병에서 탈출하여 해방후 조국에 돌아오기까지 2년여의 과정을 담은 이 자서전을 읽으며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그리스도에 순종하기 원하는 자의 참된 고뇌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더불어 우익과 보수에 대한 생각도 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보수, 우익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조선일보와 더불어 생각하게 되는 무조건적인 진보진영 때리기나, 수구, 극우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은 인정하지 않는 사상적 편향이 얼마나 가치없고 무서운 일인가를 알게해준다. 또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기득권이라 할 때 조국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다는 것을 말이다.
장준하 선생은 내가 존경하는 그 어떤 분보다 바른 삶을 사셨고, 진정 사상에 있어 개방적인 분으로 '우익이면서도 반체제 운동'을 하셨다. 박정희 정권 때 사상계를 통해 유신정권의 부당성을 설파하신 용기를 보라. 그분의 글을 읽으면 유신 헌법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항목을 매겨 따져놓아 나같이 어리석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셨다. 무릇 지식인이란, 언론인이란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는 표본도 제시해 놓고 계신 것이다.
자서전 돌베개는 탈출에서 시작한다. 생생한 기록과 그 순간 순간 박진감 넘치는 내용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장하게 한다. 스물 네살에 불과한 당시 청년이 가졌던 기개, 조국에 대한 사랑과 확신, 불의를 참지 못하는 당당함,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바른 그리스도 인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내 환경과 비교해서 더욱 속속들이 환기가 된다. 내 용기 없음, 무지함, 오만과 그 당시 선생이 겪었던 견디기 힘든 상황, 결단, 판단력, 추진력 등과 비교해서 너무나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학도병에서 탈출하여 우여곡절을 겪어 군사학교에 들어가고 그곳을 수료한 후 다시 중국 대륙을 횡단하여 임정에 찾아가 보았던 그 실망스러운 분쟁들과 그에 대한 피끓는 분노. 진정 착하고 선한자만이 분노할 수 있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선생은 분노했고 그만한 자격이 있었다. 순수하고 빚이 없기 때문이다.
임정에서 다시 군관학교에 들어가 가진 것을 모두 불태우고 조국 해방을 위해 진격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는데, 출격 며칠 전에 어이없이 해방이 되자 허탈감에 빠지지만 곧 마음을 추스린다. 선생이 그러한 상황에서도 흩트러지지 않는 모습은 당시 나이에 작은 혼란에도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가를 반성하게 한다.
조국에 돌아왔지만, 미군정체제이고 임정 인사들은 호텔에 머물면서 그저 인터뷰나 할 수 있을 뿐이다. 선생은 김구 선생을 보필하면서 당시 지도자들에 대한 언급을 한다. 분명 좌익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한 일에 대한 평가를 잊지는 않는다. 해방된 조국에서 곧바로 찾아가고 싶은 것이 가족일터인데도 가족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무릇 큰일을 하는 자라 다르긴하다... 난 죽었다깨어나도 그렇게 못할 것이다.
야곱이 광야에서 베었던 돌배게를 배는 심정으로 이 모든 고난을 자초한 선생의 각오와 삶이 알알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내게 다시 읽어도 소중한 마음의 의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