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빠지는것 없는 멘토

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타고다니던 차를 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책보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글이 너무 가깝게 느껴졌다.

음, 나는 친구들과 약속 장소가 시내 대형서점이 되버린지 오래다.  조금 일찍가도 ㅡ 때론 늦게가도 그곳에선 느긋해진다.
나의 멘토가 되어주는 북까페에서 화재가 되는 책들도 한번 씩 둘러보고, 때론 책장 맨밑줄 구석에서 조용히 있는책이 꼭 나늘 기다린듯한 묘한 심정이 들때도 있다. 이건 망상인게 확실하지만,, 
처음 책 읽기를 시작했을때,  베스트셀러나 혹은 추천작을 많이 보았었지만, 그 책들이 모두 내 가슴으로 들어오진 못했다.왜 이책이 인기가 있는지.. 사람들과 내가 느낀감정이 이렇게 다르다니.. 이번 것은 실패다.. 라고 생각할때도 있었다.그게 당연한거야. 서로 가진 생각이나 마음이 모두 같으면 재미없잖아? -라고 친구가 말했다.
 수 많은 커피의 종류중에 각자 다르게 좋아하는 커피를 시켜먹는것과 같은거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양서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이 있어으면 좋겠다는 내 맘이 전해졌는지, 이 책과의 만남이 그래서 더 반갑고
작가와의 시작이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게 정말 다행이였다. 그가 추천하고 알려주는 책들도 열어두고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의 장르가 아닌 내용을 주제로 희망, 정의, 정체성, 창의적 생각  총 네가지 컨텐츠로 나눠놓았다.
목록을 보면서 작가의 넓은 독서량에 놀랐다. 제목만보고는 한 곳에 있어도 되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또 한번 놀란것은. 2년전에 열페이지 읽다가  포기하고 책장 맨끝 가장자리를 지키던 그책이 여기에 버젓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세번정도 다시 잡았다가 세번 모두 잠들어버리게 한..) 은근, 더 궁금해진다.
작가의 의도되로 베스트셀러는 거의 없는듯 하다. 광고에서도 못본 책들이 대분분이다.
이 책들 하나하나 직접 골라서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맘으로 썼을 작가의 정성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책 보다보니, 은근히 센스 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을 소개하면서 책도 좋지만, 애니는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중의 수작이라고 말하는 작가. 애니로도 만들어졌다가 아니라 꼭 챙겨보라는 tip이 좋다.
솔직하게 자신을 전달하려는 모습이 보인달까. 그렇다 보니, 소개해주는 책 중에 반은 이미 위시목록에 들어가버렸다.
왜 진작 이 책들을 몰랐을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다이아몬드돌과 같은 이치다)  두권의 서로 다른 책을 같이 소개할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묘미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책을 고르기엔 쉽지 않을텐데말이다. 작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하고 골랐을지, 그 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내용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문득, 서평쓰는데도 꽤 본받을 점이 있다.  아직까지 서평쓰는데에 자신만의 기준점을 찾지 못해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한권씩 읽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써라~ 이런게 아니여도 자연스럽게 글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걸 느낀다. 군더더기 없는 작가의 글에 눈이 편하다. 

	영문학 공부에서 손을 뗀지 26년이 지난 봄, 서점에서 [차가운 벽]이라는 소설집을 만났다. 깔끔한 장정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럴 때 보면 나도 참 속물스럽다. 내용을 먼저 들처보기 전에 표지에 끌린다. 그러나 좋은 장정은 편집자들의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니 굳이 탓할 일만은 아니다. 트루먼 카포티라. 처름엔 미국의 젊은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곧 카포티라는 이름에 대한 희미한 옛 추억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느껴졌다. 그래, 바로 그 카포티구나. 영문과 3학년때 읽었던 바로 그 카포티!

[차가운 벽]을 소개하면서 쓴 글중에 일부다. 작가의 경험이 독자에게 실제로 다가오는 점을 이책의 가장 큰 마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이나믹한 소재나, 현옥스런 광고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를 전해주는 사실적인 글이라서 그만큼 전달이 잘 되었다고 느꼈다. 소설에만 집중되었던 내 편독증을 고쳐줄 소중한 멘토를 찾은 기분이다. 특히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꼭 읽어야겠다. 고흐-테오 형제만큼이나 다산의 형제 애도 역시 뛰어나다는 말에 이끌렸다. 다산 정약용에 대한 소설책을 꽤 봤지만, 일부 나온걸로는 부족하다. 좀더 뭉클하게 느껴보고 싶다.

 

이책, 분명 산들바람처럼 기분 좋은 책이다. 생각의 변화를 주고. 그로인해 행동의 변화도 일어날것이다.
나는 멘토로서 작가의 또 다른 안내서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나의 지지자~

유정천 가족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손에 받아둔 순간 표지부터가 흥미진진하다.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버스같은 저 너구리전차.
모리미 토미히코 작가의 책은 이책이 처음이기에 그 만큼 기대도 크다.

시모가모의 너구리가문의 4형제, 그리고 어머니. 텐구이자 4형제의 스승인 아카다마 선생과 매력녀 벤텐을 중심으로 교토에사는 너구리들 이야기다. 펼쳐지는 한바탕 소동들. 마치 한편의 애니매이션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책을 볼때 장면을 상상하는 버릇이 생긴다음부터는 책을 읽다가 멈춰버리는데 이 작가의 글이 술술 읽히는데로 연상이 되어 착착 넘어간다.  

 텐구는 너구리에게 설교를 늘어놓고 , 너구리는 인간을 호리며, 인간은 텐구를 두려워하면서도 공격한다.
또한 텐구는 인간을 잡아가고, 인간은 너구리를 냄비요리로 만들어먹거, 너구리는 텐구를 함정에 빠트린다.
이런 형태의 서클이 이뤄져있다. 

 시모가모 소이치로는 4형제의 아버지로 너구리 세계에서 구라마텐구를 혼내준 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금요구락부에서 냄비요리가 되어 생을 달리하였고 그 뒤 다다스 숲에 사는 4형제들에게는 아버지에 비해 덜떨어진 바보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들과 천적인 에비스가와 소운 (작은아버지), 그의 자식들인 금각이와 은각이 그리고 딸이자 셋째 야사부로의 전 약혼녀 가이세이 이들이 벌이는 사건들이 심상치 않다.

너구리가 자유자대로 둔갑한다는 것도, 너구리 냄비요리를 먹는다는것도 놀라운 이야기지만 징그럽다거나 혐오스럽지 않다. 선생의 하찮은 변명들도, 형제의 대화도, 은각이금각이의 개그도 재밌다. 특히 야이치로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쇠팬티를 입었다는 부분은 내게 웃음포인트였다. 이들은 너구리세계 권세다툼으로 가족이 위기에 처하지만 4형제 각자 자신의 힘과 용기를 최대한으로 발휘해 멋지게 극복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라는 속담과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보면 별볼일 없어 보이는 너구리였지만 그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이념같다.

 

	너구리 세계에는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너구리도 있고 너는 또 고지식한 편이니 다툴 일도 많을 거다. 하지만 한 마리의 적을 만들 때는 친구 한 마리를 만들어야해. 다섯 마리의 적을 만들 때는 친구를 다섯 마리 만들어야 하지. 그렇게 적을 만들어 언젠가 너구리 세계의 반을 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네 곁을 보렴. 네겐 동생이 셋 있다. 이건 아주 마음이 든든한 거야. 그게 네 비장의 카드가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다"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며 첫째에게 아버지가 해준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 형제들을 떠올렸고, 마치 늘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든든함을 느꼈다.
 나 자체로만으로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지지자. 나 역시 그들을 믿고 열렬히 응원하는 지지자.

바로 내 가족이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다. 

 

Tip. 짧게 정리를 하자면,

1. 텐구 아카다마 선생 : 벤텐을 사랑한다. 천둥신바람신 부채를 비롯해 이것저것 다 갖다바침.
이젠 기력이 세약해져 골방에 틀어박힌 신세..
2. 벤텐 : 아카다마 선생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모든것을 배워 텐구의 경지에 오를만큼 뛰어난 습득력을 보임.
야사부로의 첫사랑, 은근 야사부로가 위기에 처할때마다 스리슬쩍 도와준다.
3.어머니 : 미소년 변장을 좋아하며 즐겨한다. 천둥신을 무서워해서 천둥신이 치면 둔갑술이 풀려버린다.
4. 첫째 : 너구리사회의 대표자 자리인 니세에몬' 자리를 두고 작은아빠인 에비스가와 경쟁구도.
5.둘째 : 아버지가 냄비요리가 된 이후로 자책감때문에 우물안 개구리가 되버림.
다른 너구리들의 고민과 한탄을 들어줌.
6.셋째: 바보들중에 클 가능성이 가장 높음. 때론 무식하게 밀고나가는 성격.
가이세이의 약혼자 이지만, 얼굴한번 본적 없음.
7.넷째: 공장에서 일하지만 겁쟁이.
8.금각이와 은각이 : 쌍둥이형제로 둘다 바보. 쇠팬티 입고 배가 춥다고 하니.. 어찌 웃지 않을 수가 있을까?
9.가이세이 : 야사부로의 후원군. 곁에 있지만,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들쩍지근 소소하게 재밌는 이야기들~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작품 / 2009년 12월

책을 읽어보기 전에 저자 소개나, 저자의 글, 목차를 살피는 버릇이 있다.

도서관에서 무턱대고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다가 다 읽지못하고 반납하는 나에게 선생님께서 코치해주신 것.

사실 이 책 오쿠다 히데오란 인기작가의 이름만 보고 무턱대고 신청했었다.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난 후 작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저자의 글처럼 책 자체가 신선했다. 스포츠 에세이라.. 난 어릴적부터 아빠옆에 붙어서 무심결에 스포츠를 보기 시작해서 지금은 k1 빼고는 왠만한 스포츠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룰이나, 어느팀의 누가 잘하는지, 유명한선수들도 꽤 알고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이 책과는 거의 무관하다. 단순한 호기심만으로도 흥미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작가의 생각이 주사위같다는 느낌!!

작가는 검도를 했던 경험을 비롯하여 호기심을 느꼈던 소재에 관해 술술 풀어간다. 읽으면서 동감하는 것도 있다.

마치 이웃집의 이야기처럼 송글송글 퍼져간다. 자신의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들려주는 게 난 맘에 든다.

여러편의 글 중에서 특히 TV의 영향력에 대해선 완전공감한다. (나는 남자다)라는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검도부에 여학생들이 엄청나게 몰렸다가 한 순간 밀물처럼 빠져나갔다는 이야기 말이다. 10년된 호구에 10년치의 땀이 배어있다는 말에 순간 나도 으웩! 했으니  여학생들이 버텨내는 것이 무리다. 내가 어렸을 적에 농구드라마가 대인기여서 동네 어딜가나 길거리농구가 대 유행하던 때가 생각났다. 아마 내가 아니여도 작가가 이글을 매거진에 연재했을 때, 그래그래~ 그랬었지' 라며 떠올렸을 사람들의 웃는 표정이 그려진달까?

멀고 먼 아득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하지만 즐거운 이야기들로 한편 한편 채워져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말하겠다. 역시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른것도 많지만, 비슷한것도 많다라고 느꼈다. 진지하게가 아닌 들쩍지근하게 재밌다.

지하철에서든, 등나무아래에서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읽는다면 딱이다. 한 겨울엔 고구마를 먹으면서 말이다.

가볍게 읽는 책을 원한다면 한 번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작은배려에 감동^

효자동 레시피
신경숙 지음, 백은하 그림 / 소모(SOMO) / 2009년 10월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는 책

      
효자동 레시피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가진 요리가 나올지 기대감을 갖게 된다.
5년 동안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에 모두 담을 수는 없었을테지만. 작가의 글이 은은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가게의 방학이 끝나고, 다시 개학하는 날에 꼭 한번 들리고 싶은 맘이 생긴다.
부부가 한옥을 새로 개조하면서 시작한 가게는 처음 보는 내게도 애착이 생기게 만든다.
가게 앞에 심어져있는 허브와 다른 식물들이(음식재료로 쓰신다는..) 가게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듯하다.
지나가는 어린 꼬마의 눈과 손을 끌어당기는 곳.
사실 요즘 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유명 음식점보다는 조금은 차분하게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다닌다.
작은 소리로 말해도 대화가 가능하고, 서로의 표정을 살피고 배려할 수 있는 곳이 편하게 해준다.
요리사가 만든 요리에 직접 설명까지 덧 붙여 해주신다니 음식 맛도 새롭지 않을까.
남기는 음식이 없을 듯하다.

 
작가가 가게에서 만든 요리사진이 한쪽에 그리고 다른 한 쪽엔 소개글과 함께 요리방법이 소개되어있다.
사실 새벽녘에 이 책을 보면서 안초비파스타에 눈이 멀어 군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음날에 안초비파스타는 아니지만.. 그 맛을 상상하면서 다른 파스타를 먹었다.
자주쓰는 허브식물과 치즈, 요리도구까지 귀여운 그림과 세세한 설명에 작가가 얼마나 신경썼는지 알 수 있었다.


냅킨안에 로즈마리를 살짝 끼어놓았다가 빼놓는 센스. 이 작은 배려가 감동시킨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과 정성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덕분에 나 또한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작가의 레모네이드를 보면서 나는 무작정 레몬차를 만들었다.계절상 탄산수에 넣어 마시기엔 요며칠 찬바람이 분 탓이다.
한장 한장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해보고싶은 마음과 함께 행동력을 불러온다.
노력을 아끼지 않고 주위에 귀기울이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

 

눈 덮인세상처럼

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아프리카 하면 생각나는 것?
초원을 힘차게 달리는 동물집단들.그리고 찌는 듯한 더위가 생각난다.
눈 오는 아프리카- 제목부터가 신선하다. 아프리카가 우리나라처럼 한 겨울 새벽에 내린 눈으로 정말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다면 어떨까?

하는 설레임으로 책을 넘겼다.

고을주라는 유명한 화가가 유석의 아버지이다.
작업실에서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남긴 새 하얀 캔버스를 보고 유석은 신기하게도 눈 오는 아프리카라고 작품명을 짓는다.
야마 고을주의 죽고, 그가 남긴 초상화때문에 파탄나버린 집안속에서 아들인 유석이 야마초상화를 찾기위해 떠나는 여행 속 이야기이다.
유석의 여행동반자는 쇼타군.그는 6년전에 복권에 당첨되어 가족들곁에서 사라져버린 형 히데오를 찾기위해 함께 여행을 하게된다.
이들이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에세이 속에서 들어버린 이야기들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될때쯤에
그게 아니라는 듯 유석의 독보적인 그림이야기들과 야마초상화의 위작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흥미진진하다.
그들의 여행은 끝날 듯 끝날 듯 하다가도 계속 이어진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또한 신선하다.그 중에서
룩셈부르크에서 만난 잔느 할머니.할머니의 왼쪽 뺨과 입술 주위에는 갈색반점이 있었다. 특히 뺨에난 것은 달걀만한 크기로 피부병에 의한것이라고 했다.
외로움을 무척탔던 그녀의 요리는 매일 부실하게 먹던 유석에게 천국의 요리였으며,그녀를 그린다. 붉은 잔느..
그림은 상상하기에도 조금 애매하다. 그 대신 괴짜라고 느꼈던 유석의 생각이 참 아름답다라고 느꼈다
 

	안으로 곪은 상처를 비웃지 말아야 한다. 얼굴에 피는 꽃 중에 버짐이 가장 예쁘고, 다리에 피는 꽃 중에 피 흘리는 사처가 가장 매력 있는 법이다. 할머니의 반점은 얼마나 무늬가 화려학 귀여운가? 할머니야말로 진전한 마돈나다. -p126

이 글을 보면서 약간 뭉클해졌다. 내 주위에 훈훈한 공기가 맴도는 듯한 느낌이였다. 이 책에 빠져들수 있었던 것도 이런 따뜻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쇼타가 형을 찾고, 유석이 진짜 야마초상화를 찾으면서 끝나는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쇼타가 형과 함께 차드로 떠나는 길에 유석 앞으로 남긴 편지가 인상적이다. 이 글에서 한참을 멈춰있었다.
어느샌가 내 자신이 생각 난 것이다. 세-네번을 더 읽고도 또 보았다.  
 

	네 눈에 흑백만 보이는 것 말이야, 난 그게 망상의 연장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흑백은 대체로 추억을 뜻하는 거잖아 옛 기억. 어쩌면 세상일은 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한지 몰라. 넌 머리에 바늘이 꽂혀서 잠시 판단력이 흐려진 것뿐이고, 실은 아직 아버지를 잊을 준비조차되지 않았던 거야. 넌 옛기억에 머물러 있으면서 과거의 색깔만을 추억하고 싶었던 거지. 어쩌면 네가 그 추억을 놔 주기 전까지 세상은 그대로 흑백에 멈춰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괜찮아. 넌 과도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니깐 네말대로 세상이 언제나 과도기라면 넌 어떤 선택도 할 수 있지 않겠냐? 인도의 구루도 그랬잖아. 선택을 포기한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설령 인간이 신에게 부여받은 영감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라고 할지라도 수많은 영감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역시 인간의 몫이 아닐까? -p453

 괜찮아'라고 마치 내게 말해주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다 이해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쇼타의 한자를 우리말로 읽으면 상태'가 된다. 여행 중에 서로 잡아 먹을 듯이 싸우던 사이였지만, 이젠 형제같이 느껴진달까. 진지하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모습이 보인다. 상태형이 유석에게 또 보자면서 남긴 이야기는 나와 또 다른 독자들을 위해 남길 글이였다고 생각한다.
스무살의 유석보다 조금은 더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고, 그런 내게 이 책은 등을 토닥토닥 해주듯 위로가 되었다. 역시 이런게 성장소설의 마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