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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제국 쇠망사 - 우리는 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
헨리 지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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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매일 1장씩 <인간 제국 쇠망사> 읽은 독서클럽 후기

원래 관심 있었던 책으로 독서클럽에서 책을 받아보기 전에 이미 도서관에서 빌려 찔끔 읽어보았었다. 하지만 끝내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해버렸었는데, 좋은 기회로 다시 읽게 되어서 좋았다. 느긋하게 매일 조금씩 책을 읽는 경험은 사실상 처음이었던지라 초반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어찌 됐든 매일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 내가 대견했다. 하루 마감치기 전 한 시간 동안 책을 붙잡고 있는 루틴이 생긴 것 같아 북클럽 덕을 많이 봤다.

책의 목차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부상’에서는 호미닌들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만이 최후로 남아 오늘날의 우리가 된 경위를 서술한다.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줄 알았을 때, 이미 ‘쇠락’은 시작했음을 2부에서 지적한다. 인간은 유전자풀이 별로 다양하지 못하지만 과학의 힘으로 위기마다 살아남을 길을 찾아왔다. 3부 ‘탈출’에서는 식물의 광합성에서 힌트를 얻어 미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우주 개척을 주장한다.

원래 내가 읽던 속도에 맞추지 않고 쪼개서 매일 일정 분량을 읽었더니 확 몰입해서 읽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니 내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더 분량이 많았으면, 내용이 좀더 전문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11장 ’녹색혁명 2.0‘에서 광합성 메커니즘에 주목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너무 단편적으로만 짚은 것 같아 감질났다. 그래서 이 책은 전반적으로 심화된 내용을 다루는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 전에 살펴보기 좋은 책같다.

나는 아직 우주 개척을 택한 저자의 스탠스를 완전히 지지하지는 못하겠다. 왤까. 이미 우주에서 터전을 마련한 SF는 잘만 읽으면서. 이게 현실이 된다면... 뭔가 거북함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현실에선 건너뛰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저지른 참상들을 뭉뚱그리고 우주에서 새 출발을 해보겠다고? 누가 우주에서 살게 될까? 또 병목현상 때문에 유전자 풀이 더욱 좁아지진 않을까... 정말 우주에 가게 되어도 문제구나.

이 땅에선 볼 장 다 봤으니 다른 곳에서 묻히겠다는 인간은.. 진짜 대단하다. 사피엔스는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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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그리고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 - 소셜 로봇의 시대에 우리는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브 헤롤드 지음, 김창규 옮김 / 현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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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서평단을 신청해서 받아보았다. 인간을 닮은 기계의 등장으로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지 감잡고 싶은 분들께 강추한다. 과학 저술가(?)지만 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해서인지 어려운 과학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작금의 혼란을 이해하고 싶을 때 훑고 지나가기 좋은 책!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무언가에게 인간이 기대하는 것
: 인간은 인간이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뭐든 인격화해서 인간 아닌 것도 인간으로써 이해해버리는 버릇이 있는 우리는 “인간을 아주 많이 닮되 완벽히 똑같지는 않은”(56) 로봇과의 관계 정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왜냐하면 실은 이건 오직 인간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로봇과의 관계가 인간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1인극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인간 클론을 만들어놓고 “인간이라는 종의 변별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57)에 맞선다.

우리는 인간에게 아무런 유감없는 로봇을 데리고 깊은 고뇌에 빠진다. 인간이 하던 일을 하는 비인간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 인간 대 인간의 만남에서 갈망했던 것, 하지만 충족되지 못한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가가 몹쓸 버릇이 생겨버리면? 부정적 피드백을 주지 않는 로봇 덕에 인간이 내면의 폭력성을 강화학습한다면? “우리는 기술 때문에 자신의 관심과 감정과 욕망을 무한히 반향하는 메이리방 안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는 중이다.”(253)

인간을 본 떠 만든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단 작동되긴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모른다! 데이터 마이닝, 강화학습, 딥 러닝! 구별해서 이름은 붙인다만 이게 어째서 가능한지 세세하게 알기는 어렵다라… 인간이 반드시 핸들을 잡아야 해, 윤리의식과 책임소재를 고민해야 해..! 그런데 이미 아노미는 온 것 같다. 인간이 인간의 속속들을 알고 싶어했던 순간부터, 인간을 닮은 기계의 속속들을 놓친 후부터 공포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듯.

아니 애초에 로봇이든 인공지능이든 왜 만드는 걸까? 호모 파베르로서 얼렁뚱땅 쭉딱뚝딱 만들다보니 역시 제일 탐나는 건 인간의 지능 부릴 것 중에 최고는 노동력이렷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인간보다 잘하도록 훈련시키는 심리는 뭘까? 궃은 일은 비인간에게 외주 맡기고 우리 인간은 고상하게 교양이나 쌓자고? 그건 너무 평평한 소리. 요즘 개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보자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무지 용쓰는 중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무얼 하고 싶은 거지?

“아무래도 우리는 평범하고 불완전한 인간을 복제해야 완벽한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61)
불쾌한 골짜기를 다룬 2장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이 파트를 젤루 재미나게 읽었음.
어쩌면, 우리는 평범하고 불완전한 인간을 개조해서 특출나고 완벽한 인간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AI를 만드는 이들을 다룬 르포나, 포스트휴먼 이쪽을 좀더 파봐야겠음… 재작년인가 어떤 기술철학자의 책을 읽었는데 버틀러를 끌어오는 전개가 영 와닿질 못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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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홀니스 - 나를 완성하는 다섯 가지 깨어남
켄 윌버 지음, 추미란 옮김 / 판미동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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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한 인간이 이르게 되는 깨달음의 단계까 인류의 발전사랑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켄 윌버는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이론화했다.

하필이면(?) 현대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이르러서 ‘통합’된 버전이 등장해, 인간이 점점 완성되어가는 존재라는 뉘앙스를 풍긴다는 점에서 다소 근대적인 사고 같긴 하다만. 이건 내가 아직 뒷 내용을 읽지 않아서 얄팍한 이해로 가진 단상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내 인생이 조금 달라질 줄도 모르겠단 느낌이 든다. 다이나믹하진 않아도 적어도 사람을 보는 안목이 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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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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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장강명이 AI피바람이 분 바둑계를 조망하다.

문학계라면? x% 예술적인 문장입니다, 따위의 인공지능이 상륙할텐가, 따위의 고뇌를 엄청 많이 한다. 솔직히 조금 유치한 상상같다만.

제목 잘 지었다. 바둑계야말로 인공지능의 위력을 가장 먼저 체감한 사람들일 터. 그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이 앞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활개를 펼치는 사회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

강 인공지능이 비로소 도래한 세상을 그린 글들 중 겁주려고 쓰였나 싶을 정도로 불빛 뒤에서 그림자를 크게 부풀린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 장강명의 작업 덕분에 사람들이 현실로 나타난 현실적인 미래를 바탕으로 상상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면, 오히려 큰 수의 법칙을 적용하기 좋은 거 아닌가? 그러니까 바둑이 실은 무한한 계산만 가능하다면 확률 따지기 딱 좋은 주제 아니었나. 애초에.

출판계 사람들이 유독 많이 읽는 것 같은데 왤까. 암튼 나도 핫하대서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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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포비아를 넘어서 - 4자녀 엄마 기자가 해부한 초저출산 대한민국
이미지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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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나이가 되어갈수록 ‘나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얼마나 먼 미래일지, 정말로 겪게 될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스스로가 신기하다. 전에는 정말 하나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넌 너에게 스스로가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 아이를 낳지 않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만약 내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갖추고 싶은 선결조건이 있다. 첫째, 나이스한 파트너. 둘째, 탄탄한 재정. 셋째, 내가 엄마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됨. 이왕 자식이 생길거면 잘 키우고 싶고 자식 있는 내 삶도 잘 꾸리고 싶다. 번식본능이 있는 웬만한 인간들이 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조목조목 짚어주듯 한국사회는 이미 육아포비아에 물들었다. 1부, 2부는 아이가 갈수록 적어지는 우리 사회를 널리 관찰하고 기록하였는데 어렸을 적부터 ‘저출산 고령화’를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듣고 자란 내겐 다소 식상한 내용이었다.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고, 돈 문제, 가부장적 분위기, 핵가족이라는 환상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점.

반면,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서 3부는 꽤나 새로운 내용이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서 제도의 맹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대응책이라고 마련한 다자녀 지원 정책 등도 ”일단 낳으라“는 주의여서 아이가 성장하는 단계별로 적절한 지원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하도 저출산저출산저출산 노래를 불러서 젊은 세대에게 이미 친숙한 문제로 자리매김해 그 경각심이 잘 발동하지 않는다고.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 저자가 저자로서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미니즘은 ‘저출산’은 그 책임이 여성에게 가중될 수 있기에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제안했고 설득력 있는 제안인 만큼 ‘저출생‘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걸로 안다. 짐작건대, ‘육아포비아‘ 현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저출생‘에 익숙할 것이다. 만약 출산의 주체로서의 여성의 입장을 강조하고 싶었더라면 ‘저출산’이 마땅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부의 “여전히 시월드라는 공포”란 부제의 장과 3부에서 클라우디아 골딘을 인용하며 “사회가 오랫동안 만들어 온 성 역할과 성별 분업, 가정 내 권력 구조 탓에 조정하고 포기하는 쪽이 되는 건 대체로 여성이다.”(229)라고 지적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고충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육아에 있어서 어느 한 성별의 책임이 부각되는 것을 지양하고 싶었다면 ’저출생’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동기들은 여자가 훨씬 많은데 막상 교수 임용되는 건 남자가 더 많다는 인터뷰에 관해 저자가 단 코멘트가 다음과 같다. “진원 씨 역시 박사 과정 동기들과 교수 임용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7년간 피임하면서 ‘겨울나무처럼’ 버텨왔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남자 동기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육아와 취업, 학업을 병행하는 건 아이 아빠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104) 그럴 것이다. 그런데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남자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굳이 덧붙이는 건 좀 아쉽다. 실컷 가부장적 문화를 지적하고(155) 요즘에는 일과 육아로 고단한 아빠의 모습이 흔해졌다고(156) 균형을 맞출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솔직하게 말하자. 임신, 출산, 육아에서 여성의 압도적인 비중과 희생은 현재완료형이다. 원래 여성의 몫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여성들이 키워졌다. “남성과 동일한 교육을 받고 자라 사회적 지위, 성공에 대한 욕구도 높고 저돌적인 도전 정신을 지닌 강한 여성”(144)들이 등장했어도 “낮은 여성고용률”(71)이 현실이며 저자가 229쪽에서 지적했듯이 아이에 관한 긴급한 상황에서 직장에서 달려나가는 쪽은 여성이다. 또한 나는 명절에 시댁 먼저 가는 문화나 시댁에서 닭을 삶을 때 며느리만 빼고 다리를 준다거나 하는 것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차별“(154)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은근하고 찌질한 차별일수록 더 곱씹게 되고 속상하다. 그것을 작고 사소하다고 치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육아를 권하지 않는 사회는 단순히 새 생명을 반기지 않게 된 것이 아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누구를 존중하지 않는지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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