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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 교양 100그램 8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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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 낭만인게 쿨한 태도라니, 나때는 박근혜 탄핵에 적극 찬성하는 게 쿨한 거였단 말이다. 나랏일에 관심 가지고 민주시민으로서 도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단 말이다. 그래서 나도 아는 척 좀 하고 그랬단 말이다. 그런데 10대 남성들의 극우화로… 힙한 것의 내용물이 질적으로 많이 달려졌나보다.

십대들이 쿨 추앙자인 게 문제가 아니라 극단주의를 쿨해보이게끔 하는 극우화되는 세상이 문제다. 혐오를 몰아주는 대화법이 통하려면 이를 주도하는 부모가 우선 혐오에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하는 사이여야 한다.

대화법의 핵심은 우선 공감해주며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게끔 유도하고, 아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가까운 사례를 들어 극단주의 생각을 몰아내기. 가장 의외였던 점은 바로 팩트폭격은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 확증편향의 자세로 오히려 기존의 생각을 더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은 토핑처럼 마지막에 쓰윽. 그리고 평소에 ‘토론‘을 자주할 것.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들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고 입히고 먹이고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엄마, 여가부는 폐지되어야 해”라는 도대체 어디서 함부로 듣고와서 지껄이는지 모르는 개소리를 시전한다면 정말 가슴이 철렁할 것 같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다르다 못해 한쪽으로 치우쳐진 생각을 보일 때, “왜 그렇게 생각해?” 이 한마디만 던지고 입을 다물어버렸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역시 사랑은 인내하는 것. 요즘 preaching the choir만 해서인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그렇다고 혐오의 온상과 대화를 시도하자니 스트레스 지수가 폭발한다.. 저자도 아이가 아닌 어른과 대화할 때는 논리로 냉정하고 치열하게 밀어붙여도 좋다고 하지만, 가끔 그들이 유치원생보다 어린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단 말이다. 딱 한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는 온힘을 다해 그 사람을 품에 안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것도 빌어먹을 나의 착한 모성, 여성성 때문인가?

#극우유튜브에서아들을구출해왔다 #대화법 #권정민 #교양100그램 #그램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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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사이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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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문화가 여러 갈래인 사람들은 그 나뉘어진 길 위를 정처없이 헤메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한다. 단 하나의 세계에 속한 사람도 자기 정체성을 고민한다. 그러다 대개 떠난다. 그리고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떠나옴 위에서 시작하는 이들은 돌아갈 곳이 없어 여러 갈래의 선택지와 그 무엇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그 자신의 서사와 장소를 기어이 발명해내고야 만다.

케이티 기타무라,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본 저자의 정체성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주름잡는 것 같다. 아마 중국은 아닐 아시아계 여성인 주인공은 중립국인 네덜란드의 재판소에서 통역가로 일한다. 야나라는 미술관 큐레이터 친구가 있고, 아드리안이라는 아직 결혼생활 중인(애도 있다) 연인이 있고, 그 아드리안을 고깝게 보는 케이스라는 변호사는 직장에서 마주치고, 직장에서는 반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기소된 범죄자들의 말을 통역해야 한다. 언어 사이에 탈출구가 없게끔 하는 작업을 업으로 삼은 이답게 주인공은 사람들이 대화 속에서 고의로 누락시키는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아냐가 그와 아드리안을 집으로 초대한 상황에서 나눈 대화를 두고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녀는 아드리안에게 그의 일, 그가 거주하는 지역에 관해 몇 가지 물었는데, 그녀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무해한 질문들이었다. 그녀는 잠재적으로 낯 뜨거워질지 모를 영역 가까이로는 감히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94)

이렇듯 선, 거리, 균열지점을 정확히 짚을 줄 아는 주인공은 언어와 언어 사이의 진공,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공을 더욱 절감하게 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친구 아냐는 일로 바쁘고, 연인 아드리안은 전처랑 문제 해결하겠다고 리스본으로 떠나고, 아냐의 소개로 엘리너라는 새로운 이와 가까워지지만 그의 내밀한 사정을 알아버리는 바람에 더 가까워지지 못한다. 주인공이 여러 대화에서 적극적이라기보다, 참여하면서도 대화 자체를 관망하는 느낌을 받았다. ‘통역사’이기 때문일까. 한편 어느 아프리카 국가의 전직 대통령의 말을 통역하게 된 주인공은 양가적인 경험을 통해 분열을 겪는다. 그의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끔찍한 짓을 저지른 그의 관점에 저도 모르게 입각한다든지, 그의 말을 고지곧대로 옮겨야 하는 가운데 그를 경멸하는 어조가 담겨버린다든지. 결국 자기는 “기질”적으로 이 일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승진 제안을 거절한다. “내면의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나라면 내가 옮기는 말들에서 나의 의견과 감정을 분리해낼 수 있을까? 대변해야 하는 입장도 아니고 그저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데도 분리하기 힘들까? 난 가능할 것 같다. 이 문장을 지웠다고 다시 쓴다.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동안 고민했다. 가능할 것 같다. 그러면 글은? 인용부호 잔뜩 쓰면 가능할 것 같다. 아니다, 글은 오히려 힘들 것 같다. 나는 늘 나 중심적으로 글을 쓰기에, 나와 상관없는 글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글에선 중의적이기 힘들다. 왜 말에선 가능할까. 고민해볼 일이다. 그리고 범죄자의 평정은 못 견디고 연인의 멀끔한 얼굴(잘생겨서 그런가?)은 견뎌보려는 주인공을 어떻게 이해해볼 수 있을까. 난 오히려 반대일 것 같은데. 내가 옮기는 말은 나를 관통하고 내가 듣는 그의 거짓말, 침묵, 회피, 혹은 진실은…. 모르겠다.

사실 이 소설 전반부부터 너무너무 재밌었던 나머지 원서를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번역도 참 매끄러워서 거슬릴 게 없었지만 그래서 더 원어가 궁금해졌다.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가 흩뿌려뒀던 잔잔한 캐릭터들의 서사도 완성되고 주인공 역시 운명과 선택을 향해 달려가지만 뭔가 전반부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뤄서 그런가 후반부는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안톤은 왜 그렇게 주물럭대는 놈으로 결판났는지, 혹 여지껏 정제된 대화들과 대비를 이루기 위함인지, 케이스와 아드리안, 개비는 어떤 도파민 도는 썰을 가지고 있을지, ‘해변‘은 결국 주인공 마음속에 자리잡을 고향같은 장소가 될지 등등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감상이 많다. 그래서 꼭 언젠가 영어로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킨들을 사든 원서 종이책을 구하든.

마지막으로, 나는 모르고 저자 혼자 박식한 예술작품에 대해서 소설에서 함부로 묘사하는 걸 싫어하는데, ‘유딧 레이스터르’를 소개받아서 좋았다. “그 그림은 어떤 분열을 중심으로 작용하며, 화합할 수 없는 두 개의 주관적인 입장을 대변했다. 이 장면을 정열과 유혹의 장면이라고 믿었던 남자, 그리고 공포와 치욕의 상태에 내던져진 여자.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그 분열이야말로 캔버스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진정한 불일관성이자,레이스터르의 시선에 담긴 진정한 그림의 대상이라는 것을.” 주인공이 끊임없이 겪는 ‘분열‘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소재로 쓰여 작품의 깊이감을 더해준다. 이 소설은 잘 쓰인 브이로그 같다. 주인공의 일상이 다소 예쁘다. 저자가 감각적인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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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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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기요????? 표지의 얼굴은 참 괴묵한데 저자는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엄청 수다스럽다. 1장에서부터 눈치챘어.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는 2장부터는 좀 자제하나 싶더니 과학 개념 설명에 아주 공을 들여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러니까 대충 읽고 못 넘어가겠잖아..!! 글쓴이의 열정에 감복해서 덩달아 열심히 읽게 되는 magic......

왠지 교수가 수업교재로 쓰려고 책 낸 느낌?ㅋㅋㅋ 생명과학 기초개념을 이걸로 떼도 되겠다 싶을 정도. 실제로 헷갈렸던 mRNA 전사, 번역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다. 그런데 친절함 집어치우고 핵심만 이야기하면 250쪽 그러니까 분량이 반으로 줄어들 듯. 그래도 오랜만에 과학시간으로 돌아가 공부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국어시간에 어려운 과학지문 읽는 것 같기도 했고. 의대생들은 이 정도는 껌이겠지?

이렇게까지 기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사실 원래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든다. 삶의 견적에 따라 사자성어나 속담처 짧은 한 줄을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지 않나. 신경능선세포가 얼굴 근육을 만들고 얼굴 근육이 표정을 만들어 사회생활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이 책이 세포 역할을 하고 있어 읽어서 과학을 이해하는 근육을 만들고 세상을 보는 표정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 한 권 잘 읽어두면 앞으로 웬만한 생물학 서적은 쉽게쉽게 읽겠다 싶을 정도로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자세를 고쳐앉고 교양 쌓듯이가 아니라 전투적으로 공부하듯이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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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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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괄
라오스계 캐나다인 소설가 수반캄 탐마봉사의 <나이프를 발음하는 방법>을 읽었다. 30쪽 가량의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는데 인물들이 대부분 라오스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다.

2. 발췌
아이는 아빠에게 나이프의 K는 묵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그게 가져다는 모든 것과 그걸 얻기 위해 필요한 모든 소란에 비해,소지하고 유지하기에는 너무 끔찍한 짐 같았다.
주름을 보기 전까지는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발효된 피시 소스는 지문과 같아서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헤쳐나가는 힘이야.
아니요, 퍼먼 아줌마. 치-카-치 했어요!
내 말 꼭 기억해.
세상은 이것처럼 평평해.
어떻게 그리 조용할 수 있는 걸까.
자존심 때문에 그냥 이렇게 말했다.
내게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증조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는 사람과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케이티와 나는 친구였다. 그것도 좋은 친구.
농장주인은 그 사실을 마음에 들어했다.

3. 소감
일단 책 디자인이 세련됐다. 띠지같은 표지는 노란바탕에 글로시한 자주빛으로 글씨를 새겨넣었고 이것을 벗기면 글씨와 비슷한 자주빛 양장본 표지가 보인다. 책표지를 펼치면 바로 보이는 면지는 청록색이다. 색배합이 예쁘다.
베트남계 한국인 혹은 그의 자녀가 노벨문학상이나 부커상 등을 타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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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용어의 탄생 - 과학은 어떻게 '과학'이 되었을까
김성근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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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데 각각 60초도 안 걸리는 장과 60분은 족히 써야 하는 장들로 구성된 두 책! <60초 과학>은 틱톡커가 비벼주는 릴스같다면 <과학 용어의 탄생>은 일대기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쓴 작품을 영화화한 것 같달까.

김성근의 <과학 용어의 탄생>은 과학, 자연, 철학, 주관-객관, 물리학, 기술, 과학기술, 원자, 중력, 화학, 진화, 전기, 공룡, 행성, 지동설, 속도, 신경의 용어들의 라틴어, 그리스어 어원부터 시작해서 프랑스어, 영어를 거쳐 한중일에 닿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근대 용어의 탄생>과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와 크로스로 읽어도 재밌겠다. <근대~>는 좀더 문과 용어, <그 많은~>은 김성근의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니시 아마네의 문서를 중점으로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리아 엘슨의 <60초 과학>은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우주를 테마들의 엉뚱하지만 그럴싸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준다. 가끔 잡소리같은 유머도 곁들여서...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물리학파트의 저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리고 <과학 용어의 탄생>과 엮어서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인식 대상인 자연계를 가능한 한 객관 그 자체로서 순수하기 파악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근대과학이 ‘객관적’ 과학으로 성립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96, 과학 용어의 탄생)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랜 시간 과학계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색깔을 똑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가정”(160, 60초 과학)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서 주관-객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관찰하기 나름인 과학 파트에서도 그렇고 역사에서도 그렇고.. 주관/객관, 개인/공동체 등의 이분법이 바스라지는 경우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어휘들의 의미도 어쩌면 조금은 변해가고 있지 않을까? 그 변화는 왠지 과학에서 시작될 것 같다. 평행우주를 두고 기존의 주관/객관을 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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