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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의 그림책 ㅣ 보림 창작 그림책
배봉기 지음, 오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6살 딸아이의 나이와 비슷한 7살 꼬마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가족 이야기라서 선뜻 골랐건만, 우울한 잿빛 하늘하래 우중충한 도시의 모습을 그린 표지그림부터 책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무겁게 다가온다.
그 어두운 도시 한가운데에 노오란 가로등 불빛 아래 하얗고 커다란 곰 한마리가 명희와 엄마를 등에 태우고 어디론가 가고있다. 어디를 가는 것일까? 이 우울하고도 무겁고도 어두운 밤 중에...
아마도 노란 불빛과 하얀 곰은 어떤 희망을 상징하는 듯 유난히 도드라져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어두컴컴한 작은방에서 혼자 그림책을 보고있는 아이. 명희다. 이 그림책은 다섯살 생일날 엄마가 사 주었고, 그 후 한달도 안돼서 술만 마시면 때리는 아빠 때문에 엄마는 집을 나가 버렸다. 명희는 엄마가 그리울때면 엄마 냄새가 밴 자주색 스웨터 위에 이 책을 펼쳐놓고 수십번 수백번 펼쳐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날, 책속의 하얀곰처럼 크고 힘이 센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어느날...정말 크고 눈처럼 하얀 곰이 명희 뒤에 서서 하하 웃어주며 무얼하고 싶은지 묻는다. 마치 꿈인양...
명희는 무얼 가장 하고 싶을까?
푹신하고 따뜻한 곰의 등에 올라타서 길을 나서는데 택시 지붕위에도 타고, 기차도 타고,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식당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도 보고싶던 엄마다. 명희는 엄마 품에서 눈물을 쏟으며, 함께 집에 가자고 한다. 크고 힘이 센 곰이 옆에 있으니까 더이상 아빠도 때리지 못할거라면서...어린아이가 보기에도 아빠의 행동이 얼마나 상처가 되었으면 일곱살 꼬마아이가 이런 말을 할까...
결국 엄마와 함께 푹신한 곰의 등을 타고 길을 나서고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아빠에게로 가서 집에 가자며 손을 내민다. 때마침 하늘에선 하얀눈이 희망처럼 송이송이 내리고 엄마와 아빠와 명희는 비로소 온전한 가족이 되어 집으로 향한다.
정말 이대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혼자 작은방에 잠들어있는 명희의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행복한 모습으로 결말지어지기를 고대했던 나에게 먹먹한 어둠을 안겨주고 하얀곰은 그렇게 사라져버린것이다.
책장을 덮으려니 작은 방에 혼자 꼬부리고 잠든 명희의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밟혀 한없이 눈시울이 붉어지고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일곱 살 명희가 겪기에는 너무 버거운 현실에 맘이 무겁다. 명희가 꼭 행복해질 수 있도록 후속편이 만들어져서 앞에서 꾸었던 꿈처럼 모든게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후속편의 책 분위기는 최대한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채워지기를...
더불어 명희와 같은 슬픔을 간직한 아이들이 더이상 늘어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