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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용기를 주는 27가지 이야기
하인츠 야니쉬 글, 젤다 마를린 조간치 그림, 강명희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여섯살 딸아이는 나비요정이 되는 것이 꿈이다. 공주가 등장하는 전래동화나 명작 동화를 좋아하고, 엄마의 뾰족구두나 긴 치마를 입어보기를 좋아하고, 긴 생머리를 좋아하며, 귀고리며 목걸이 반지같은 악세사리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며, 보라빛이나 분홍을 좋아하는 누가봐도 천상 여자 아이다. 이런 딸아이의 영향인지 둘째는 남자아이임에도 점점 여성화가 되어가는성싶어 이러다가는 아이들이 너무나 한쪽으로만 치우칠까 두려워하던 차에 "용기를 준다"는 용기라는 단어에 이끌려 선택한 책.
왜 하필 27가지 이야기를 꾸몄을까? 무척 궁금해하며 책을 펼쳐보니 27편의 이야기가 7장으로 나뉘어져 소개되어 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용기,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적극성, 자칫 남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대담함, 그리고 누구나 원하는 행복,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한 꿈에 대한 이야기까지 엄마라면 한번쯤 딸아이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을 만한 내용을 담고있다.
그동안 접해왔던 전래동화나 명작동화에 등장하는 공주들은 멋진 왕자 곁에서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반해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아이와 공주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어서 어떻게보면 현대적인 이미지에 맞게 재해석 해 놓았다.
또한, 다채롭고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그림으로 삽입된 삽화는 정말 강렬한 느낌을 전해 주어서 그림만 보아도 당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라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은 딸아이게 읽어주면서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요즘 TV 사극으로 인기리에 방영중인 선덕여왕의 덕만공주 캐릭터가 자꾸만 오버랩 된다. 태생이 남달라서인지 나약한 여인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도 따라 오지못할 대담한 용기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동, 혀를 내두르는 지혜와 기개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과정이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과 일맥상통한 때문인 듯하다.
아직은 환상적인 공주 캐릭터에 푹 빠져있는 여섯살 딸아이에게 이러한 공주들의 이야기는 조금은 낯설은가보다. 하지만 완두콩 공주와는 또다른 매력을 지닌 호박공주의 당찬 활약상과, 결코 두번 속지않는 영리한 빨간모자 이야기에는 흥미를 보이면서 재미있어 한다. 그러기에 이 책을 통해서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공주 캐릭터에 용기와 지혜를 버무리면서 약간의 변화가 찾아오기를 내심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