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100마리 강아지와 살래요 - 스테이시 매카널티 / 클레어 킨

100마리 강아지와 살래요
스테이시 매카널티 지음, 클레어 킨 그림, 천미나 옮김 / 동그람이 / 2023년 12월

<100마리 강아지와 살래요>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 나머지 무려 100마리나 키우고 싶은 아이와 그런 아이를 현실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대화를 담은 그림책이다. 글밥은 많지 않다. 아이가 100마리, 90마리를 외칠 때마다 부모는 '다 어디서 재우려고?', '다 어떻게 산책시키려고?' 등으로 현실적인 의문을 하나씩 던져줄 뿐이다. 말풍선으로만 이루어지는 글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온갖 개로 가득한 그림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한 쪽, 한쪽을 넘길 때마다 동글동글하고 털 복슬복슬하고 순둥순둥하면서도 기운 넘치는 강아지가 득실득실하다! 작은 개, 큰 개, 웃는 개, 뒹구는 개, 뛰는 개, 누워있는 개, 혀를 내민 개, 쓰다듬어달라는 개 등 화면을 가득 채운 강아지 그림을 보자니 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대리만족에 흠뻑 빠졌다.

우리집 아이는 이 많은 개들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사고들이 너무도 재밌나 보다. 책을 읽으며 깔깔 웃다가 결국 기침까지 하고서는 외쳤다.

"아이고, 내 배꼽아!"

<100마리 강아지와 살래요>는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주는 재치있는 그림책이다. 웃음을 한 웅큼 입에 담고서 해맑게 '100마리 강아지와 살래요!'를 외치는 꼬마에게 개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마음과 몸의 준비를 단 몇 가지 질문으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 속 부모는 슬기롭다. 막연하게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동물을 기르고 싶어하는 자녀가 있다면 한 번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추천한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펜선으로 역동적으로 그려진 100마리 강아지의 행동이나 표정이 너무도 개 다워서 귀엽고 웃기고 기분이 좋아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그림책] 금손이 - 정진호

금손이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58
정진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2월

<금손이>는 조선의 임금 숙종과 고양이 금묘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정진호 작가님의 전작 <위를 봐요!>와 <3초 다이빙>을 좋아하는 터라 냉큼 들여왔다. 금손이는 임금님 고양이로 아무도 손대지 못했으나 임금님이 부르면 한달음에 달려가 안기는 고양이이다. 서로 아끼고 보듬어주는 임금님과 고양이.

정진호 작가님 답게 담백한 그림으로 고양이를 귀엽게 그렸다. 무엇보다 살구빛이라 해야할까? 연분홍 색채로 채워진 그림책이 사랑스럽다. 전통 문살에 비친 임금님과 고양이 모습처럼 표지를 구성한 것도 눈에 띈다. 특별한 이야기나 모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아, 몰라. 고양이는 귀여워! 하트 뿅뿅'하는 마음으로 흐뭇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책을 펼치면 좋겠다.

그리고 보너스!

책 뒤에는 그림책 <금손이>가 있게 된 김시민의 '금묘가'가 작은 책으로 실려 있다. 황금빛 고양이라고 하는 걸 보니 실제로는 금묘가 이름처럼 노란색 고양이였나 보다. 성격 좋기로 유명한 치즈냥이였을까. 충성심이 강하여 결국 돌아가신 임금님 근처에 묻힌 금묘의 이야기를 그려낸 '금묘가'가 전래동화 같아서(진짜 옛날 이야기가 맞지만) 흥미롭고 재밌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그림책]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이상교 / 양상용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21
이상교 지음, 양상용 그림 / 봄봄출판사 / 2023년 11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는 동원 이원수 선생님의 시이자 동요로 유명한 '고향의 봄'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그림책이다. '고향의 봄'에 나오는 낱말이 책 끝머리에 잠깐 나올 뿐이지만 꽃 대궐 가득한 봄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그림책 속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읍내로 이사를 가던 시절, 자동차가 다니고 자전거도 타지만 아직은 기와집, 초가집 등 한옥에 살면서 한복을 입은 사람이 더 많던 그 때를 살던 한 소년의 어린 시절을 그렸다.

이야기는 잔잔하고 그림이 곱다. 소년 원이가 이사를 가서 떠나온 고향 싸리골은 봄에 온갖 꽃으로 가득한 곳이다. 책을 펼치면 보이는 봄꽃.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 배꽃, 사과꽃, 산수유까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옛날 우리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정감 있게 그린 동시에 꽃은 참 곱게 그려져 있어 따스하게 읽었다. 봄꽃 뿐만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과 노랗게 물든 은행잎도 각각 한여름과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게 그려졌다.

봄에서 여름을 맞이하고 가을을 지나면 겨울을 건너 다시 봄이 된다. 원이가 그토록 싸리골에 다시 가고 싶어하던 건 단지 꽃이 보고 싶어서만은 아닐 거다. 추운 겨울을 지내며, 아름다운 고향의 봄에 대한 그리움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몇십 년째 살고 있는 내게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교육/어린이] 다람쥐 샘이랑 미리 1학년 국어 - 이은주

다람쥐 샘이랑 미리 1학년 국어 ㅣ 미리 1학년
이은주 지음, 뜬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2월

 <다람쥐 샘이랑 미리 1학년 국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예비 초등학생의 국어 학습을 위해 쓴 안내서이다. 국어 공부가 필요한 이유와 국어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설명하였다. 뜬금 작가님의 동글동글 귀여운 파스텔톤 삽화도 친근감을 준다.

처음 책이 도착했을 때 우리집 아이에게 이 책을 먼저 읽자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책 제목을 보자마자 스스로 책장을 넘기는 걸 보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꽤나 긴장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나보다. 아이는 줄글 부분은 읽지 않고 그림과 말풍선 부분을 주로 읽었다. 줄글은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이 좋겠다. 예비 초등학생으로서 아직은 이 정도 길이의 줄글을 혼자 소화하며 읽을 능력은 안 되거니와, 부모가 같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국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읽을 수도 있고, 학습 방법에 대해서도 미리 소개해줄 수 있다. 또, 부모 또한 자세히는 몰랐던 초등학교 국어, 한글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비 초등학생과 같이 읽는 책인 만큼 어휘가 많이 어렵지 않고 설명이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서 쉽게 쓰였다.

국어 공부가 필요한 이유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이 아이와 말하기 좋게 쓰여 있어서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다람쥐 샘이랑 미리 1학년 국어>은 국어 또는 한글 문제집은 아니다. 전체가 80쪽 정도인 학습 안내서이므로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 도움이 되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그림책] 악어의 비밀 가방 - 정경숙

악어의 비밀 가방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0
정경숙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1월

<악어의 비밀 가방>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색한 악어가 필요에 따라 가면을 바꾸어 쓰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악어 도롱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한 나머지 비밀 가방 속에 때에 따라 바꾸어 쓸 수 있는 가면을 준비하여 들고 다닌다. 첫 만남이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를 때는 원숭이 가면을 쓰고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자꾸 너무 친근하게 들러붙는 사람 앞에서는 늑대 가면을 써서 차갑게 쏘아붙인다.

그러나 도롱이는 가면을 쓰고 벗을 때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또 서로 자기가 진짜 도롱이라며 다투는 가면들 사이에서 괴로운 시간이 지속된다. 도롱이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어린이를 위해 쓰인 그림책이지만, 평소 내향성이 강한 내게도 공감과 위로가 된 그림책이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원숭이 가면을 쓴 도롱이처럼 아무말대잔치를 하고 돌아와서 집에서 느끼는 그 자괴감이란! 그냥 차라리 조용히 가만히 있을 걸, 내가 그 말을 왜 했을까? 등 이런 말을 얼마나 속으로 되뇌인 적이 많은지, 도롱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얀색 배경이 아니라 약간 노란빛이 도는 미색을 바탕으로 하고, 채도가 다소 낮은 초록색과 갈색 등의 색채를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그림에서 차분함과 따스함을 느꼈다. 도롱이는 주둥이가 짧은 편이라서 악어라기보다는 도마뱀이나 아기 공룡처럼 보이는데 더 귀엽고 안쓰러워 보인다.

많은 가면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던 도롱이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마음을 정리하고 말끔하게 세수를 하는 도롱이의 표정이 편안해 보여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정경숙 작가님은 도롱이의 선택을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보여주며 책을 마무리한다. 그 자체로 깔끔하고 여운을 음미할 수 있다.

나는 나. 다른 사람에 의해서 바뀌는 내가 아니라 나 자체로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

관계로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그리고 어에게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 <악어의 비밀 가방>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