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봐도 이 일을 하는 척만 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그 마저도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에서 교훈을 얻기 보다 최면같은 합리화와 안락함 속으로 후퇴하기를 택했다. - P94
나는 [평론 한 마디]라는 섹션에 들어가는 한 단락짜리 서평을 쓰는 데도 스스로가 아닌 목소리를 사용하고, 내 것이 아닌 권위를 주장하고,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의견들을 피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P94
나는 모두가 그러듯 인터넷을 뒤적이고 책을 읽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게을러진 것이다. - P95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좀 궁금해 하겠지만, 나는 정해진 이름을 갖고 있지 않은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다. 내 이름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냥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불러달라.당신이 오래전에 있었던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데 당신은 그 대답을알지 못했다.그것이 내 이름이다.어쩌면 아주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것이 내 이름이다. - P17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인공지능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여성을 차별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기는 이렇게나 쉽다. - P110
그대에게 주어질 선물없이 어떤 문제가 주어지는 그런 경우는 없다. 그대가 문제들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그러한 문제가 그대에게 안겨줄 선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P86
이무지치 합주단이 연주하는 비발디의 비올라다모네를 위한 협주곡을 찾아 듣게 만들고야 마는 전개. 세계의 끝이 이번에는 원더랜드가 아닌 일상과 엮인 것인가. 진실이란 정지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이 이동하는 형체안에 있다고 주장. 게다가 그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라고 하니.
슬슬 가야겠어. 이 촛불이 꺼져 버리기 전에 - P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