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바람에 날려버리거라."
명호가 눈물바람을 하는 것이 필시 제 어미 때문이 아니라이곳에 살면서 정들었던 고물장수 딸 공주 때문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길 떠나는 자에게 정이란 가져가도 좋을만큼 몸에 득 되는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엉겁결에 한마디 한것인데 대석은 제가 한 말이 순간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한마디 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이란 것은 앞만 잘 봐도 제 할 일은 다한 것이다. 거기다 눈물을 달면 앞이 안 보여. 앞이 안 보이면, 길 떠나는 데 애를먹게 되는 거라구."
두번째 한 말은 어쩐지 맘에 썩 들지 않았다. 자식 앞에서 아비가 괜히 말이 많아지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대석은 그쯤에서 입을 다물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갔다. 아들이 우는것은 이제부터 전적으로 아들 자유인 것이다. -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