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 내가 죽었소?

죽는 순간을......내가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 P373

어떤 선사가 수행자를 위해 남긴 덕목을 다른 책에서 옮겨온 모양인지, 죽음을 예감하고 쓴 어느 날 그의 일기에 유독 굵은 글씨로 눌러 써놓은 잠언이다. 그는 그걸 꾹꾹 눌러쓰면서 어떤 죽음의 꿈을 꾸었던 것일까. 하나는 천지를 덮어 흠뻑 적시고, 둘은 모든 흐름을 한순간에 끊어버릴 것이며 셋은 파도를 따라 함께 흐르도록 하라는 것이다. 나는 청매꽃에 코를 대고 그 향기를 깊숙이 들이마신다. 꽃들이 삽시간에 더 벙그러져나온 느낌이다. 모든 존재에겐 마지막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별을 준비하는 의식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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