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다는 말은 혼자일때만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고, 그 어떤 사물도 사람도 규정짓지 않는다. 그러니까 무언가에 맞춰질 수 없고, 사용되는 그 순간에 비로소 명확하게 정의된다. 순수하다는 말은 개념이 아니고 좋은 자질도 아니다. 그것은 고독의 단어다. 혼자의 단어, 그렇다. 아주 짧은 단음절의 단어. 혼자의 단어. 그것은 아마도 가장 ‘순수한‘ 단어일 것이다. 그 곁에서 그 이후에, 대등한 단어들이 저절로 지워지고 영원히 자리를 잃고 가야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떠다니게 된다.